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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시리즈

이은주 교수의 화장품에 대한 발칙한 생각 ③

확률의 선택 : 트리클로산은 아직도 심사 중



▲ 트리클로산 분자식.

 
5년 전 대한민국 화장품의 비밀을 집필할 당시 가장 힘들게 썼던 부분은 ‘피해야 할 성분 20가지’였다. 

처음에는 40가지를 선정했고, 다시 2주 지나 10가지로 줄였고, 또 다시 30가지로 늘였다가… 최종 20가지를 선정하기까지 그 시간은 고민의 연속이었고, 이는 고스란히 수십 여개의 흰머리로 나타났다. 

10개로 하기엔 알려주고 싶은 것들이 너무 적었고 그렇다고 40개로 하기엔 그 많은 성분들을 독자가 접할 때 ‘포기’ 또는 ‘좌절’의 감정으로 나타날 것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책이 출간되고 메일로 쪽지로 20개가 모두 안 들어간 제품이 없다며 브랜드를 추천해 달라는 요구도 수백통 받았던 것 같다. 책과 관련된 강의를 할 때도 20가지 피해야 할 성분에 대한 반응은 뜨거웠다. 

“어머, 정말이에요? 그러면 앞으로 조심해야겠네요”라고 호응해 주시는 분도 있었고, “그런데 화장품에 들어가는 양은 매우 적고, 허가를 받았으니까 사용하는 거 아니에요?” “의심성분이라는 게 아직 명확한 자료가 없다는 건데, 너무 오버하시는 건 아닌가요?” 라고 부정적으로 이야기 하시는 분들도 있었다.

후자처럼 부정적 이야기를 하시는 분들의 의견에 일리는 있다. 각국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해당 성분을 화장품 원료로 인정했고 수십년 동안 사용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관련된 큰 부작용은 발견되지 않았고, 더군다나 아주 소량 사용하는 것이 아닌가? 그것도 섭취나 흡입보다는 피부흡수과정을 통하는 것이니 위험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조금은 오버스러운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화장품 성분으로 인정되는 부분에 있어 과거에는 지금처럼 다양한 방법으로 안전성을 테스트할 실험 방법이나 도구도 전무하거나 부족하였다는 점. 화학성분의 등장으로 인해 산업의 편리와 이익은 실로 막대한 것이어서 그 이익에 비해 위험성이나 안전성에 대한 고려는 미처 하지 못했던 시기라는 점. 

이러한 점 때문에 성분으로 등록이 가능했던 것은 아닌가? 화장품으로 사용하면 안되는 이유에 대한 고려는 전혀 되지 않은 채 화장품으로 사용하면 어떤 이점이 있는가에 대해서만 이야기 되었으니, 허가등록을 받은 성분이라 할지라도 문제가 존재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니 허가성분이었다가 금지성분으로 하루 아침에 소속이 바뀌는 경우가 가끔씩 생겨나는 것이 아닌가?

확률의 선택이다. 발암 의심 성분, 내분비교란 의심 성분, 알레르기 유발 의심 성분. 모두 의심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기에 노출의 정도에 따라, 주변 환경에 따라, 개인의 유전자적 특징에 따라 만분의 1의 확률에서 9999명 중 하나가 될 수도 있고, 남은 1명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자신은 영원한 9999명 중 하나라 생각하고 계속해서 사용하거나, 남은 1명이 될 수도 있다는 불안에 사용을 하지 않거나, 어느 선택이 되었든 확률을 보고 판단하는 것은 자신의 선택일 뿐이다. 

동물실험 결과 역시 마찬가지다. 동물로 실험했을 때는 암을 유발하는 것과 관련성이 있음을 증명할 수 있었으나 사람을 대상으로 한 실험은 이뤄지지 않았기에 사람에게도 위험하다고 결론 내리지 못할 때, 동물과 사람은 다르니 안심할 것이라 생각하고 쓸 것인지 동물에게도 위험했으니 사람도 위험할 것이라 예측하고 안 쓸 것인지는 개인의 선택이다.



▲ 출처 : 구글 이미지.

 
피해야 할 성분 20가지에서 ‘트리클로산(triclosan)’을 언급했었다. 당시 파라벤이 화장품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던 성분이라 파라벤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있었지만 트리클로산은 상대적으로 많은 사람들의 관심 속에서 조금은 소외된 성분 중 하나였다. 

트리클로산은 국내 살균, 보존제로 사용되는 성분으로 배합한도가 0.3%으로 규정되어 있다. 1997년 치은염 예방에 효과가 입증되어 치약에 사용됐고 이후 항균, 항생효과가 있다고 알려지면서 바디워시, 비누, 일부 화장품에도 사용되는 성분이다. 

하지만 10여년 전부터 트리클로산에 대한 안전성 문제가 제기되었고, 많은 연구결과에서 트리클로산이 내분비 교란 가능성, 발암 가능성, 피부민감도 증가 등과 같은 문제를 야기시킬 수 있음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연구에 대해 어떤 입장도 취하지 않던 미국 FDA는 2010년 트리클로산에 대한 안전성을 재검토할 것이라 공식 보도했고, 결과 발표 예정이던 2011년을 넘어 아직도 검토가 이뤄지고 있다. 

충격적인 것은 이제껏 항균비누, 항균 바디워시, 데오드란트에 사용되면서 항균 기능을 이야기해 왔지만, 실제적으로 치은염 외에 어떠한 효능에 대해서도 인증받은 바 없다고 미국 FDA는 밝히고 있다. 더구나 트리클로산의 사용이 오히려 항생제에 내성이 생기도록 박테리아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연구도 있다고 하니 지금까지 무엇을 위해 트리클로산이 함유된 퍼스널케어 제품을 사용했는지 모르겠다. 

물론 검토 중이니 아직 모르는 것이 아니냐고 할 수도 있다. 이것 역시 확률의 선택이니까. 하지만 공식적으로 성분에 대한 안전성이 검토되고 있다고 발표가 난 이상 굳이 수많은 성분 중 트리클로산을 선택할 이유는 없다. 특히 트리클로산이라는 성분이 연령 상관없이 전세대를 거쳐 사용되는 제품에 많이 들어가 있기에 노출에 대한 위험성은 다른 어느 성분보다 높다고 할 수 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우리 주변에는 트리클로산이 들어가 있어 여드름을 예방할 수 있으며, 더군다나 이 성분을 천연이라고 소개하는 화장품이 버젓이 광고하고 있고 대부분 워시 제품이라 피부에 잔존하는 시간은 길어야 몇 십초이기에 괜찮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몇 십초 만에 세안한다고 결론짓는 것도 무리고, 설령 몇 십초라고 해도 얼굴만이 아닌 바디 전체에 사용된다면 위험할 수 밖에 없으며 그것이 어린아이일 경우 더 위험해질 수 밖에 없음을 알아야 한다. 

확률의 선택이다. 그 선택은 화장품 회사도 여러분 주변의 화장품 잘 아는 지인도 대신해 줄 수 없다. 왜냐하면 그 결과는 오롯이 여러분 혼자의 몫이기 때문이다.


이은주 대표 NiC화장품연구소 
프로필 : 열린사이버대 뷰티디자인학과 겸임교수, 연성대학교 출강, 국제미용대회 심사위원, 주요 기업 화장품 관련 자문, 인터뷰(KBS, SBS, CBS, YTN 등), 화장품 강의
저서 : 대한민국 화장품의 비밀, 에센스 화장품학, 피부 미용사 실기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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