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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시리즈

[화장품 마케팅 전략 (1)] 시장, 소비자 니즈 파악서 시작되는 ‘마케팅’

마케팅은 "인식의 싸움" 신제품 개발하기 훨씬 이전부터 마케팅 고민 시작해야

 

[코스인코리아닷컴 전문위원 신윤창] 국내 LG전자와 피어리스, 애경산업, 필립스전자, LG생명과학, 세라젬H&B, 종근당건강 등에서 영업과 마케팅 분야를 두루 경험한 바탕으로 화장품 마케팅에 대한 기본적인 물음과 방향성을 찾아 나간다. 최근 화장품 시장은 코로나와 함께 국내외적인 많은 변화로 그 어느 때보다도 겪어 보지 못했던 경험을 하고 있다. 하루에도 어려운 결단을 몇번이고 내려야 하는 시점에서 필자가 현장에서 느낀 생생한 경험치가 화장품 마케팅 실전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편집자>

 

경영학도였던 필자는 1988년 첫 직장인 금성사(현 LG전자)에 입사해 가전영업으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지금은 사라진 금성사의 가전대리점을 방문하며 매출과 수금을 하는 업무로 일종의 대리점 관리 영업이었다. 금성사는 당시 압도적으로 업계 1위를 달렸던 선두업체로서 88올림픽의 특수로 호황을 누렸지만 후발주자였던 삼성전자의 추격도 매서웠다.

 

그러다 이듬해인 1989년 갑작스러운 노사분규로 6개월간이나 제품공급이 끊기자 순식간에 삼성전자에게 1위 자리를 넘겨줘야만 했다. 그리고 예상했던 악몽이 현실로 나타났다. 다시 1위를 탈환하기 위한 금성사의 밀어 내기 영업은 모든 대리점 사장들을 고통스럽게 했다. 필자는 이러한 아수라장 속에서 몸으로 부딪치는 영업에 회의를 느끼며 회사를 떠났다.

 

그때부터 필자의 마케팅 역사가 시작됐다. 이른바 근성, 오기, 끈기로 대표되는 막무가내 영업이 아니라 고객이 스스로 원하고 찾아서 자동적으로 영업이 이루어지게 되는 마케팅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가 시작된 것이다. 그 결과, 마케터로 새로 출발하게 된 필자는 피어리스 화장품, 애경산업, 필립스전자, 미니골드주얼리, LG생명과학, 세라젬H&B, 종근당건강 등 다양한 업체와 업종에서 마케팅을 하며 IMF 환란과 글로벌 금융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 냈다. 필자는 그것이 성공적인 마케팅 전략 덕분이었다고 단언할 수 있다.

 

최근 코로나19가 세계를 휩쓸며 많은 희생자를 낳고 있을 뿐 아니라 지구촌 경제상황을 꽁꽁 얼어붙게 만들어 그 어느 때보다도 더 큰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이런 위기 속에서도 잘 되는 곳은 항상 잘되고 어려운 곳은 여전히 어렵다.

 

다들 포스트 코로나를 얘기하며 비대면, 언택트(Untact)를 언급하며 예상보다 빠르게 현실화된 온라인 시대의 마케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사실 코로나19가 아니어도 이런 현상은 이미 오래 전부터 일어나고 있었다. 미국의 아마존은 2017년 이미 시가총액 4,911억 달러로 매출이 2배 수준이었던 월마트의 가치를 추월했다. 왜 그랬을까?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대변되는 세계적인 유통업계의 두 거물을 비교했을 때 시가총액 즉, 미래를 반영하는 주식가치는 현재보다 미래의 아마존이 월마트보다 월등히 가치가 있다고 판단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코로나19가 확산되자 갑자기 모두 디지털 마케팅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블로그, 페이스북, 특히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유튜브가 이 시대의 진정한 마케팅인 듯 여기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는 눈을 가리고 코끼리 뒷다리를 만진 후 그것이 코끼리의 전부인 것처럼 말하는 것과 다름없다.

 

최근 중요하게 자리잡은 디지털 마케팅은 전체적인 마케팅 전략 중에서 광고판촉, 즉 프로모션(Promotion)에 해당하는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마케팅’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광고와 홍보, 판촉, 바겐세일 등을 떠올린다. 마케팅을 단순히 영업을 위한 판촉지원 정도의 부수적인 일로만 여기는 경우가 많으며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마케팅과 영업을 구분하지 못하고 모두 같은 것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그래서 중소기업에는 여전히 마케팅부와 영업부가 따로 분리되어 있지 않고 합쳐져 있는 곳도 많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오해이다.

 

마케팅은 제품을 팔기 위해 하는 광고판촉만이 아니다. 그 근본은 소비자들의 마음속에 있다. 그래서 마케팅은 제품의 싸움이 아니라 인식의 싸움이기 때문에 기업은 신제품을 개발하기 훨씬 이전부터 마케팅에 대한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 일단 제품부터 만들고 판매를 강요하는 방식은 60~70년대 이전에나 통했다. 하지만 지금도 이런 전근대적이고 근시안적인 마케팅(Marketing Myopia)이 이루어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진정한 마케팅은 시대의 흐름, 환경의 변화,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고 그에 맞는 제품을 개발하는 단계부터 마케팅적인 마인드로 시작해야 한다.

 

 

마케팅이란 용어가 나온 지 수십 년의 세월 동안 대학 전공서적에서부터 수많은 마케팅 서적, 유명 마케팅 전문가들은 마케팅에 대한 각양각색의 정의를 내리고 있다. 실제로 마켓 4.0 시대, 디지털 마케팅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 현재는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 그러나 우선 정공법으로 마케팅계의 구루(Guru)인 필립 코틀러(Philip Kotler)의 마케팅 원론(Principles of Marketing)을 바탕으로 마케팅의 가장 기초적인 정의를 풀어서 살펴보는 것이 좋겠다.

 

‘Marketing is (1) human activity directed at satisfying (2) needs & wants through (3) exchange process’. 해석하면 마케팅이란 교환의 과정을 통해 니즈(Needs)와 원츠(Wants)를 만족시켜 주는 인간의 활동이라는 말로 그 의미가 마음속에 쉽게 다가오지 않는것 같다. 그래서 하나하나 풀어가며 먼저 마케팅이란 영어 단어부터 단순하게 살펴보고자 한다.

 

‘Marketing = Market + ing’이다. 영어 문법상 ‘~ing’ 를 통해 동사가 동명사로 바뀔 수도 있지만 마케팅이 비록 명사임에도 불구하고 Market(시장)이 역동적으로 살아 움직이는 현재진행형이라 생각한다. 사실 이 내용은 영어 공부 시간이 아니라 마케팅 공부 시간이니 영문법과 다르게 해석하고 이해해도 좋을 것이다. 따라서 현재진행형으로 끊임없이 역동적으로 변하고 있는 시장에서의 모든 활동들, 그 자체가 바로 마케팅인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흔히 말하는 시장, Market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우리가 물건을 사는 곳은 마트, 백화점, 편의점, 인터넷 쇼핑몰, 홈쇼핑 등 온-오프라인에 걸쳐 수많은 곳들이 존재하는데 이런 곳들을 과연 시장이라 할 수 있을까? 그리고 과연 이런 시장들은 마케팅에서 말하는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곳일까? 그렇지 않다.

 

이런 곳들은 진정한 시장이라 할 수 없고 유통채널(Distribution Channel) 또는 마켓이 이루어지는 특정한 장소(Market Place)라 할 수 있다. 마케팅에는 Product, Price, Promotion, Place, 4가지 전략적 요소를 결합해 마케팅전략을 수행해야 한다고 하는 ‘4P Mix’ 전략이 있다. 그 중 Place에 해당되는 것이 유통채널, Market Place이다. 즉, 이러한 Market Place는 마케팅이 말하는 진정한 의미에서 Market이라고 할 수는 없다.

 

 

이런 장소들은 소비자들이 원하는 물건을 쉽게 살 수있도록 편의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는 마케팅의 한 부분일 뿐이다. 따라서 우리가 말하는 시장은 그런 특정된 장소가 아니라 그 장소에 가는 사람, 소비자 그 자체라할 수 있다. 마케팅에서 시장이란 사람의 마인드 속에 있다. 쉴 새 없이 변하는 소비자의 마음 속 시장에서 브랜드와 제품을 자리 잡게 하기 위해 마케팅을 해야 한다. 그래서 마케팅은 제품의 싸움이 아니라 인식의 싸움인 것이다.

 

인식의 싸움에서 승자가 되기 위해서는 흔히들 ‘소비자의 니즈(Needs)를 만족시켜 주어야 한다’라는 말을 한다. 이제는 마케팅 분야가 아닌 곳에서도 ‘고객의 니즈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자주 등장하고 있을 정도다.

 

과거에는 소비자의 니즈를 만족시키는 것이 꽤 쉬운 일이었다. 아니 어쩌면 니즈라는 말도 없었다. 1970년대 이전만 해도 새로운 제품을 만들면 무조건 다 팔리던 시절이 있었으니 말이다. 그때는 마케팅의 시대가 아니라 생산판매의 시대였다. 경쟁도 치열하지 않고 제품도 다양하지 않았다. 현재 세계적으로 유명한 제조판매 기업들은 이 시대에 독점적인 지위를 차지하며 성장해 지금의 위치까지 온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나라만 해도 삼성은 지금의 CJ인 제일제당이 백설표 밀가루와 설탕으로 성공을 거둬 지금의 삼성그룹이 됐으며 LG는 럭키치약으로 이른바 대박을 치고 대기업 그룹이 됐다. 실제로 필자가 어렸을 때만 해도 치약이 아닌 소금으로 이빨을 닦던 사람들도 많았으며 치약은 오직 럭키치약 하나뿐이었다. 그러니 소비자의 니즈 따위는 알 필요도 없었다. 그저 만들면 다 팔렸기 때문이다.

 

앞에서 언급했듯 필자는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시대적 배경이었던 1988년, 지금의 LG전자인 금성사에 입사를 했다. 당시 신입사원들은 입사 후 그룹연수를 받을 때 창업주인 구인회 회장의 일대기를 읽도록 했는데 그때 안 사실은 놀랍게도 LG그룹의 시작이 동동구리무였다는 것이다. 지금의 화장품 영양크림을 옛날에는 크림의 일본식 발음인 ‘구리무’라고 불렀으며 옛날 약장사처럼 사람이 북을 치고 마을 재래시장들을 돌아다니며 팔았기 때문에 ‘동동’거리는 북소리를 따와 ‘동동구리무’라고 불렸다.

 

당시 동동구리무를 팔던 락희상사는 화장품을 담을 용기가 필요해서 플라스틱 통을 개발하고자 럭키화학으로 재탄생됐다고 한다. 그리고 플라스틱을 만들기 위해서는 석유도 필요하니 정유회사가 만들어지고 플라스틱을 많이 사용하는 전자회사인 금성사도 만들어 한국 최초의 라디오와 TV도 개발되어 나왔다. 대한민국 최초의 라디오, 최초의 TV에 당시 소비자의 니즈를 파악한다는 것은 절대 불필요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때는 생산만 하면 팔리던 시기이므로 마케팅이란게 필요도 없었다. 상품의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니 공급이 곧 수요이기 때문이다. 그때 기업 경영활동의 중심은 생산 지향적으로서 대량생산을 통해 생산성을 향상시 키고 원가를 절감해 생산효율성을 높이는데 있었다.

 

그러다 새로운 경쟁자들이 생기면서 품질문제가 대두되기 시작했다. 기업은 경쟁자보다 더 나은 품질의 제품을 제공하기 위해 품질 지향적 경영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여기서 그들이 간과한 것은 소비자가 생각 하는 품질은 기업의 생각과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이다. 소비자의 본원적인 니즈를 만족시켜야 한다는 것보다 제품의 품질만 좋으면 무조건 잘 팔릴 것이란 생각은 착각일 뿐이었다.

 

그러자 공급과잉 사태가 벌어졌다. 아무리 좋은 품질의 제품을 만들어도 잘 안 팔리게 된 것이다. 기업은 강력하게 판매에 대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제품을 구매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게 됐다. 따라서 경영자의 주된 관심은 유통의 확대로 강력한 영업활동과 광고를 통해 구매를 자극하는 판매 지향적 경영이 됐다. 즉, 소비자들이 원하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미 만들어진 제품들을 무슨 수를 써서라도 무조건 파는 것이 최고였기 때문에 ‘제품은 구매되는 것이 아니라 판매되는 것이다(Goods are sold, not bought!)’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교육수준과 소득수준의 증대로 니즈는 더욱 다양화된 반면, 공급은 과잉되고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으며 천편일률적으로 공장에서 찍어내는 똑같은 대량생산 제품에 대한 구매저항도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제는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생산, 판매해야만 한다는 고객 중심적 개념과 어느 기업도 전체 시장의 모든 고객을 만족시킬 수 없으므로 잘하는 것을 선택하고 집중해야 이익을 낼 수 있다는 시장 중심적 개념이 생기기 시작했다.

 

기업들은 소비자들이 제품 자체가 아니라 자신의 문제 해결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그러한 문제를 보다 효과 적으로 해결해 주는 수단을 선호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렇게 고객의 충족되지 않은 니즈를 발견하고 그것을 효과적으로 해결할 새로운 수단을 개발, 제공함으로써 고객만족을 창출하고 그 대가로 매출성과와 이윤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마케팅 지향적 콘셉트가 나왔다.

 

이렇게 기업이 신제품을 만들면 무조건 팔렸던 시대는 지나가고 소비자의 니즈를 파악하고 만족시켜야만 하는 마케팅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기술도 점점 상향 평준화되어 언제든지 비슷한 제품들이 금방 출시되는 시대가 찾아와 점점 더 복잡하고 다양화된 시장에서 고객을 만족시킨다는 일은 더욱 어려운 일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기업은 소비자의 니즈와 원츠를 찾기 시작했다. 이제는 남과 비슷한 제품으로 소비자의 니즈를 만족시켜 줄 수가 없기 때문이다. 마케터들은 항상 ‘Unmet Needs’를 발견해야 한다고 말을 하는데 직역하면 ‘아직 만나지 못한 니즈’이다. 즉, 기업이 발견하지 못한 소비자의 니즈를 말하는 것이다. 소비자의 숨겨진 니즈를 발견하기 위한 끊임없는 탐구생활이 곧 마케팅의 출발점이 된 것이다.

 

 

신윤창 AMH&B 전무

 

LG전자, 피어리스화장품, 애경산업, 필립스전자, LG생명과학에서 영업과 마케팅을 했다. 이후 세라젬H&B와 종근당건강의 중국법인장과 화장품사업본부장을 지냈다. 특히 세라젬H&B에서는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한양대학교 대학원에서 마케팅 박사학위를 수료한 후 현재 대전대학교 대학원 뷰티건강관리학과 마케팅 겸임교수로 활동하며 신규 화장품회사 AM H&B에서 전무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는 '챌린지로 변화하라', '우당탕탕 중국 이야기', '인식의 싸움', '지금 중요한 것은 마케팅이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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