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카락이란 인간의 성(性), 사회적 지위 혹은 종교나 직업적인 위치를 나타내는 지표가 되기도 한다. 이것은 시대에 따른 헤어스타일이 다르기 때문이다.
머리카락을 중요하게 생각한 기록은 고대 신석기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지금으로부터 약 5000년 전의 인류의 모습을 밝혀내는 데 헤어스타일이 신석기 시대의 모습과 일치한다는 사실이 큰 역할을 했다. 이 만큼 머리카락은 인류 역사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고대 이집트에서 파라오 아들이 오른쪽 귀 뒷머리를 독특하게 쪽 지어 다녔다거나 언제나 가발을 착용해야만 대중 앞에 나섰다는 파라오에 대한 기록과 최근까지도 영국의 법정에서 판사들이 가발을 착용하는 관례 등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우리나라에서 단발령이 있기 전까지는 남자는 상투를, 여자는 댕기머리나 쪽을 지어 비를 곱았던 것 등은 모두 머리카락에 대한 시대적, 사회적 태도를 반영하고 있다.
구약성경에서도 머리카락과 관련한 유명한 일화가 나온다. 바로 '삼손과 데릴라' 이야기다.
삼손은 헤라클레스와도 비교되는 인물로 타고난 괴력에 소유자로 맨손으로 사자를 퇴치하고 여우의 꼬리에 횃불을 붙여 보리밭을 태웠으며 당나귀의 턱뼈로 사람들을 대량으로 살육하는 등 무소불위의 힘을 과시했지만 아무도 그를 막지 못했다.
이후 창녀 데릴라의 꾐에 빠져 생후에 한 번도 깎지 않았던 장발이 괴력의 원천이었다는 것을 알려주게 돼 잠자던 중에 데릴라에게 머리를 깎인다.
삼손이 힘의 원천인 머리카락만 잘리지 않았다면 팔레스타인에 대항할 수 있는 민족의 가장 강력한 존재였다. 하지만 그가 잠든 사이 데릴라에 의해 머리카락이 잘리고 그는 힘을 잃게 된다.

▲ 삼손과 데릴라 1250년경. |
삼손은 늘 자랑삼아 자신의 힘의 원천이 바로 풍성한 모발이라고 자랑했으며 이 무렵 사람들은 머리카락을 잃는 것이 힘을 잃는 것, 즉 남성을 잃는 것이라고 여겼다.
중세에는 가톨릭 수도자들이 정수리까지 머리를 밀며 삭발을 했다. 파르라니 깍은 머리는 세속적인 욕심을 모두 버리고 인류를 위해 신에게 기도하며 봉사하겠다는 의지의 표시였다. 영적인 측면을 세상의 물질적인 것보다 소중하게 여기던 그들에게 삭발은 매우 엄격하고, 큰 상징이었다.
프랑스의 루이 8세 통치 무렵엔 아주 정교하게 만들어진 가발이 유행했다. 귀족사회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가발의 무게는 거의 20파운드에 육박하는 것까지 있었고 권력을 상징하는 범선 모형과 아름다운 새장과 함께 필수품이었다.
젊은 시절 풍성한 머리숱을 자랑하던 루이 8세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시작된 탈모를 감추기 위해 가발을 착용하기 시작했는데 사용한 가발이 귀족사회의 문화적 코드로 자리 잡으면서 18세기 중반까지 신분과 지위를 나타내는 상징으로 사용됐다.
동양에서도 머리카락은 지위와 종교적 성향을 나타내는 수단이었다. 불교의 수도승은 머리를 모두 잘랐고 일본의 사무라이들은 머리 앞부분과 정수리 부분을 모두 삭발해서 뒷머리와 옆머리를 함께 땋아 정수리에 얹고 다녔다. 최근까지도 스모선수들에 의해 약간은 변형됐지만 여전히 독특한 사무라이의 헤어스타일을 승계하고 있다.
오늘날까지도 머리카락은 자신을 표현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본인의 사고방식과 문화적 태도를 알리는 상징적인 요소이다. 머리카락은 누구에게나 자신의 정체성과 젊음을 상징하는 일반적인 요소이며 나이를 막론하고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잡고 있다.
조정혜 나우코스 영업기획실 부장
필자 약력 : 성결대학교 출강, 로레알 파리 본사(국제 상품기획부), 레브론, LG생활건강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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