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피부미용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으로는 여러가지가 있다. 피부미용기기 합법화의 불발과 손으로 피부를 문지르는 행위(마사지)의 금지가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이런 문제들은 정책이 기반돼야 하는 것으로 업계 간 화합을 기반으로 한 오랜 노력을 필요로 한다.
그렇다면 업계의 노력과 서로 간의 배려로 해결할 수 있는 발전 장애물은 무엇일까. 업계는 그 첫번째로 '피부관리사들의 높은 이직률'을 꼽는다.
피부미용산업은 다른 미용산업과 비교했을 때 유독 이직률이 높은 업종이다. 대부분의 피부미용숍 원장들이 피부관리사의 잦은 이직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실정이다. 피부관리사의 계속되는 이직은 고객들에게 숍 이미지를 부정적으로 인식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이는 곧 단골 고객 일탈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수원에 소재한 A피부관리숍 원장은 "고객들과 가장 가깝게 접촉하는 게 피부관리사"라며 "피부관리사가 자꾸 바뀌다 보니 단골 고객을 관리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서울대역 근처에 위치한 B피부관리숍 원장 역시 "피부관리사들의 잦은 이직은 피부미용숍 이미지에 큰 타격이 된다"며 "관리사들의 근무여건을 개선해 주고 싶어도 그럴 수 있는 여건이 안 돼 속상할 뿐이다"고 말했다.
하루 10시간 이상 열악한 근무환경
피부관리사들의 이직 이유를 근저에서부터 살펴보면 '열악한 근무여건'으로 수렴된다. 다음 카페 '최고피부관리사모임'에 올라온 구인 페이지를 살펴본 결과 대부분의 피부관리사들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 하루 근무 시간이 10시간 이상되며 주 5일 근무제가 상용화된 일반 사업장과 달리 서비스업의 특성상 토요일 근무가 강행되는 경우가 많았다. 손을 비롯해 온 몸의 힘을 활용해야 하는 직업 특성상 이러한 근무 시간은 자칫 몸에 무리를 줄 수 있다는 우려를 갖게 한다.
실제로도 대다수 피부관리사가 근육통을 호소하고 있었으며 체력적 노동 강도 대비 낮은 보답으로 인해 사회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천안 소재 대학에서 피부미용학을 전공한 C양은 "전문 피부관리숍은 보수가 낮고 인센티브 제도가 체계화돼 있지 않을뿐 아니라 4대 보험 등 기본적인 혜택마저 없는 곳이 많다"며 "피부관리숍보다는 피부과에 취직하고 싶어하는 친구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청담동 피부관리숍에 근무하는 D 피부관리사는 "피부미용숍에 따라 인센티브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마저도 근무시간에 비해 처우가 열악하다"며 "예쁨 받고 자란 20대 피부관리사들이 이런 근무여건에서 견뎌낼 수 있는 것 자체가 의문인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국내 피부미용업계 현황
▲ 자료 제공 : 제주대학교 LINC 사업단 현창구 교수 |
초보 70만 원, 경력 3년 150만 원
업계에 따르면 고등학교와 대학을 졸업하고 피부미용숍에 취업한 초보 피부관리사의 급여 수준은 대략 70만 원정도로 추산된다. 경력 1~2년은 약 100만 원선, 경력 3년 이상은 150만 원정도로 알려졌다.
2013년 최저임금(4,860원) 기준으로 월 20일 근무(하루 10시간) 가정 하에 계산할 경우에도 국가가 인정한 최저임금은 97만 2,000원이다. 대부분의 피부관리사가 월 20일 이상을 근무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저임금 금액은 더 높아져야 한다는 결과가 도출된다.
이에 피부관리사들과 대학 교수, 컨설턴트 전문가들은 피부관리사의 처우 문제를 개선함으로써 이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경영주들은 "어렵다"는 입장만 되풀이할 뿐이다. 문제는 돈. 근무여건을 개선해 주고 싶어도 손님이 계속 줄고 있는 상황에서 손이익을 맞출 수 없다는 의견이다.
강남구 E피부관리숍 원장은 "우리도 손이익을 따져야 하기 때문에 급여를 올려주는 건 도저히 불가능하다"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소속감을 부여하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F피부관리숍 원장 역시 "피부관리사들의 잦은 이직은 피부미용숍 이미지는 물론 매출에 큰 영향을 주는 만큼 평소 직원관리를 경영의 핵심으로 여기고 있지만 젊은 친구들의 마음에 쏙 들게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교육기관과 연계한 인력 제도 운영 방안
그렇다면 "근무여건이 열악하다"는 피부관리사와 "우리도 어쩔 수 없다"는 경영주간 갈등의 쳇바퀴를 끊을 수 있는 해결책은 무엇일까. 업계 관계자들은 직원 관리 매뉴얼 제작, 쾌적한 근무 환경 마련, 교육기관과 연계한 인력 제도 운영 등을 내세우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직원 관리 매뉴얼을 제작함으로써 피부관리사들의 근무조건을 정확히 명시하고 근무하기 좋은 쾌적한 근무 환경을 마련해 줌으로써 관리사들의 박탈감을 줄여주는 작업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며 "경영주와 관리 사간의 교감도 중요한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천안소재 대학 G교수는 "좋은 인재를 모으기 위해서는 좋은 대우가 주어져야 한다"며 "경력, 학력에 따른 근무환경도 제시돼야 겠지만 노동강도가 쎈만큼 일정한 체계를 우선 잡아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소재 대학 G교수는 "대학, 학원 등 교육기관과 연계한 인력 제도를 운영함으로써 학교는 근무여건이 괜찮은 숍에 학생들을 취업시키고 학생들은 그에 따른 책임감을 갖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과대 양산되고 있는 경영주의 불균형적인 팽창도 문제로 지적된다.
피부미용 아카데미를 운영하는 H원장은 "단순히 급여제도만의 문제가 아니라 과대 양산되고 있는 비전문가 및 사업주의 불균형적인 팽창도 문제다. 피부미용업이 고부가가치의 산업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총체적인 급여제도의 개선과 의식의 변화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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