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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칼럼

[화장품 컬럼] 명품은 우연히 만들어지지 않는다

이옥섭 편집위원(바이오랜드 부회장)

매일 비가 오는 장마의 계절이다. 어떤 지역은 많은 비가 와서 또 어떤 지역은 비가 오지 않아 걱정이다. 사람은 음식이 없으면 40일, 물이 없으면 4일, 공기가 없으면 4분 밖에 살지 못한다고 한다. 그렇게 소중한 물과 공기도 너무 흔하다 보면 고마움을 모르고 무심히 대할 때가 많다.

 

흐르는 물의 정취를 윤선도는 오우가에서 ‘구름 빛이 좋다하나 검기를 자주한다, 바람소리 맑다하나 그칠 적이 하노매라, 좋고도 그칠 뉘 없기는 물 뿐인가 하노라’라고 노래하고 있다.


그리고 노자의 도덕경에서는 ‘가장 착한 것이 물(상선약수)이며, 이 착함은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면서도 다투지 않고, 사람이 싫어하는 낮은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그러나 이렇게 필요하며 착한 물도 때로는 폭우로 홍수를 일으키고 쓰나미를 일으켜 많은 고통을 주기도 한다. 그래서 넘치면 모자란 것과 같다(과유불급)고 하는 것이 아닌가. 생명체에도 세포가 빨리 죽어도 개체를 죽이지만 죽지 않은 세포가 만들어지면 이는 곧 암세포가 되어 개체를 죽일 것이다.


또 생명체를 주위로부터 보호하는 면역 기능도 너무 민감해지면 과민성 환자가 되어 여러 질병을 일으키고 또한 후천적으로 면역 기능을 상실하면 후천성 면역결핍증(AIDS) 환자가 되지 않는가.


그래서 모든 것에는 균형과 조화가 이루어져야 하며 많은 사람들이 싫어하는 단어인 '적당히'도 때로는 필요할 것이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사회 문제도 적당히 보다는 너무 한쪽으로만 치우쳐 문제를 일으키거나 또는 상대에게 상처를 주는 것이 아닐까? 아마 우리 사회는 음악으로 말하면 독주곡이 아니라 교향곡처럼 어우려져 아름다움을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화장품에서도 최근 일본의 가네보라는 회사에서 새로 개발한 미백성분이 백반증을 일으켜 사회 문제를 일으킨 적이 있다. 이는 미백 제품을 연구하는 연구자들이 생체에서의 조화는 무시하고 단지 미백효과 만을 생각하고 더 우수한 제품을 만들겠다는 욕심이 빚어낸 결과가 아닌가 생각된다.


그래서 오래전 노자는 재앙은 심한 욕망 때문에 생기고, 우환은 분수를 모르고 넘치게 얻으려 하기 때문에 생기고, 화는 만족을 모르는 정도가 더 없이 크기 때문에 생긴다는 말을 남겨는지도 모른다.


모임에서 여성분들과 식사나 한담을 할 경우 종종 화장품에 관한 질문을 받게 된다. 그들의 질문은 어떤 화장품이 좋은가? 국산과 외국 화장품은 품질 차이가 있는가? 비싼 화장품은 그 가격만큼 좋은가? 등이다.

 

보다 관심이 많을 경우 유기농 화장품, 줄기세포 화장품, 무방부제 화장품, 한방 화장품 등에는 무슨 원료가 사용되며 또 이런 화장품이 얼마나 좋은가?라고 구체적인 질문을 받기도 한다.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대답하기가 막연해지고, 또 어떻게 설명하여야 할 지 난감할 때가 많다. 그들이 원하는 답은 어떤 회사의 어떤 제품이 최고로 좋은 제품이라는 답을 원하고 있는데 실제 그 답을 모르거나 또는 답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이는 요리사가 피자와 부침개 어느 것이 맛있는가? 또 음악가라면  클래식과 가요 중 어느 것이 듣기 좋은가? 라는 질문을 받으면 무엇이 좋다고 답변하기 어려운 문제와 비슷할 것 같다.


그래서 “좋은 화장품은 효과도 좋아야 하고 자기의 피부에 맞아야 하며 사용할 때 느낌도 좋은 화장품이 좋은 화장품이며 무엇보다 자기가 좋아하는 화장품이 좋은 화장품입니다”라는 막연하면서도 전혀 과학적이지 않는 답을 할 때가 있다.

 

그리고 이런 답변으로는 너무 부족할 것 같아 화장품에 관한 설명을 하기 위하여 마치 음악가가 화음이 무엇인지를 설명하듯이 “유기농 화장품은 화장품에서 유기농이 아닌 것과의 식물의 성분 차이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유기농을 좋게 생각한다면 좋은 것이 아니겠느냐”, “줄기세포 자체는 화장품에 사용되지 않지만 줄기세포의 연구는 바이오 연구에서 최첨단의 연구 분야 중 하나로 이것까지 생각한 제품이면 무엇인가가 있지 않겠느냐”고 답한다.

 

또는 “무방부제 제품은 화장품에서 안전이 확보된 법적으로 정해진 방부제 이외의 방부제를 사용한 제품일 가능성이 많은데 이 또한 더 좋은 방부제를 사용하려는 노력이 있을 것이 아니냐”는 등의 궁색한 답을 하고 만다.


그리고 화장품을 연구하여 좋은 제품을 만들려고 하는 것은 수많은 화장품 원료 중 무엇을 얼마나 선택하여 어떠한 것을 만들까 하는 것이며, 이는 작가가 수많은 언어 중 무엇을 선택하여 감동을 주는 시나 소설을 쓰는 것과 비슷하고 요리사가 많은 재료들을 어떻게 배합하고 조리하여 맛있고 아름다운 요리를 만드는 것과 비슷하다. 

 

또 “작곡가가 음을 선택하여 아름다운 멜로디와 화음을 만들어 내는 것과 같이 수많은 실험을 통하여 자신이 감동한 제품을 만들고 그 감동이 사용하는 사람에게 전해져 같이 감동을 일으킬 수 있는 제품이면 정말로 좋은 화장품이라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까” 라고 반문하면서 “화장품도 전체가 조화되어야 좋은 제품이 되는 것이므로 어떤 원료를 사용하였다든지, 첨단 기술을 사용한 제품이라든지 하는 것이 꼭 좋은 화장품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라는 애매한 답을 하고 만다.


어떤 것의 가치는 그것을 통해 무엇을 얻느냐가 아니라 그것을 위해 얼마나 많은 대가를 치러야 하는가에 달려있다고 말한 니체의 말처럼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고 가지고 싶어하는 제품, 즉 명품은 이를 만든 사람의 정신과 땀이 그 속에 녹아있는 것이지 실수나 우연히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좋은 화장품도 수많은 실험과 정성이 제품 속에 녹아난 것이 좋은 화장품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옥섭 본지 편집위원

 

프로필 :  

(주)바이오랜드 부회장, 대한화장품학회 명예회장, 한국공업화학회평의원, 한국공학한림원 회원, 공학인증원 위원, 전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장(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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