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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칼럼

[화장품 컬럼] AI, 인공지능을 바라보는 관점

김수미 코스웨이 대표이사

[코스인코리아닷컴 전문위원 김수미] 알파고(AlphaGo)와 이세돌 9단의 7년 전 대국은 아직도 많은 사람의 뇌리에 남아 있다. 바둑을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들조차 전 세계 바둑 최강자인 이세돌 9단이 알파고, 즉 인공지능에 패했다는 소식은 강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2국의 시청률은 10%에 이르렀고 3국까지 3연패를 당하자 이세돌 9단의 승리를 당연히 점치던 시청자들은 제발 단 한 번만이라도 알파고를 이기길 바라는 심정으로 TV 앞에 모였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린 제4국이 시작되자 한 점 한 점, 수를 둘때마다 긴장감이 극에 달했다. 기적의 78수 이후 알파고의 포기 선언에 모두 열광했고 마침내 이세돌 9단의 불계승으로 기록됐다.

 

바둑 세계 최강자인 이세돌 9단은 대국을 마치며 ‘인간이 기계를 넘지 못하는 부분은 흔들리지 않는 마음’이라고 했다. 기적과도 가까운 1승은 1국의 패배 이후 바둑 고수들과 대국을 복기하며 찾아낸 알파고의 약점에서 실마리를 찾았다. 4국의 승리 이후 5국에서는 승리를 이끌어내지는 못했지만 아주 근소한 차이로 대국을 마쳤다. 알파고와의 대국은 이세돌 9단에게 ‘바둑에 대한 이해보다 인간의 창의력’에 대한 의문을 가져다주었다고 전한다.

 

고도화된 인간의 사고를 넘어서는 인공지능의 등장에 전 세계가 열광한 것도 잠시, 알파고를 개발한 딥마인드(DeepMind)는 구글(Google)의 모기업인 알파벳(Alphabet)에 인수되며 대중의 뇌리에서는 희미해졌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글로벌 테크 기업들이 인간의 뇌를 대체하기 위해 마구 던져대는 도구의 홍수 속에서 더 이상 거부할 수 없는 강력한 도구가 작년 말 등장했다. 와튼 MBA B학점, 로스쿨 시험 C+ 통과, 면허 샘플 시험을 통과한 건 천재적인 인류가 아닌 생성형 AI 챗봇 서비스인 OpenAI사의 챗GPT였다.

 

인공지능의 대중화를 살짝 엿본 2016년 3월 알파고와의 대국 이후에도 구글의 자연어 처리 모델인 트랜스포머 (Transformer)와 생성형 자가학습 트랜스포머인 GPT(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 등 AI 기술은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GPT-3는 카카오톡과도 같은 편리함으로 우리의 생활에 깊숙이 파고들고 문해력 실종에 대한 우려를 자아내는 인간보다 더 자연스러운 글로 세상을 놀라게 하는 중이다. 인공지능과 사람 중 누가 작성했는지 분별이 안되는 수준의 글로 인해 기업에서는 LLM((Large Language Model) 즉, 거대언어모델의 사용 여부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학교에서도 역시 학생들이 과제를 작성할 때 AI 기술 활용의 허용 여부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올해 초 매체 인터뷰를 앞두고 챗GPT와 함께 화장품과 화장품 산업을 주제로 대화하던 중 문득 화장품 산업의 선도자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세계 최강의 기업을 열거하던 중 4번째로 손꼽은 것은 기업도 브랜드도 아닌 K-뷰티였다. 때때로 동일한 질문을 하는데 GPT의 답은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이 함께 존재한다. 최근에 동일한 질문을 했을 때는 K-뷰티가 있던 자리에 향수 브랜드가 등장했다. 챗GPT와 대화를 할때면 마치 화장품 산업을 관통하는 고수와의 대담 사이에 ‘아니 이런 것도 모른다고?’라는 지식의 왜곡에 실소가 지어지기도 하는 파도타기를 경험할 수 있다.

 

최근 향수 브랜드를 론칭하며 브랜드의 정체성을 다듬기 위한 논의를 수개월간 지속해 왔다. 브랜드, 디자인, 패키지, 브랜드 컨셉 등 이 모두를 준비했음에도 마지막 결정을 내리는 것은 쉽지 않았다. 매주 한 계단 한 계단 올라가듯 미세조정(Fine Tuning)을 하던 중 어느 날인가 너무나도 평범하고 뭉툭한 방향으로 선회하는 느낌을 받았다.

 

브랜드의 관점은 명확하지만 기획자의 창의력은 자유로움에서 나온다고 생각하기에 새로운 의견에 날선 비판이나 평가를 가능한 하지 않는데 그날만큼은 “오늘의 회의는 실망입니다. 조금 거칠어도 우리의 관점과 생각을 뾰족하게 만들어 왔는데 오늘 논의됐던 것들은 미려하고 세련된 표현이지만 우리가 아닌 누가 표현해도 괜찮은 클리셰 이상이라고 느껴지지 않습니다”라고 다소 날카롭게 지적했다.

 

말을 마치자마자 기획자 중 한 분이 “저 사실은 아이디어가 더 이상 진전되지 않아 오늘 논의된 부분은 챗GPT가 쓴 내용이에요”라고 고백했다.

 

그 얘기를 듣자마자 안도의 숨을 내쉬었던 건 사람이 기계보다 낫고 창의적임을 확인해서가 아니었다. 스스로 한 건 스스로 했다고 챗GPT, 바드(Bard), 빙(Bing)이 한 건 LLM이 했다고 얘기할수 있는 문화가 형성돼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더 강했다.

 

브랜드 개발 과정을 모두 마치고 고객에게 선보이기 위한 마지막 작업을 하던 중 사무실 한편에서는 “우와, 진짜?”, “이게 된다고?”라고 하는 웅성거림이 들렸다. 뭘까 하면서 보니 간단한 텍스트 명령으로 사진의 사물이 사라지고 배경이 만들어지고 동영상이 생성됐다. 디자이너들은 금방 하는 작업이지만 디자인 툴을 다루지 못하는 사람들은 하루가 아닌 일주일이 주어져도 못하는 작업이 텍스트로 간단하게 해결됐다.

 

초기 작업, 반복 작업 등 기계가 하면 훨씬 효율적인 일들은 아주 간단하게 텍스트 명령으로 대체 가능한 시대가 됐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모두 대체할 순 없지만 명령어만 잘 설계하면 우직한 비서를 모든 작업마다 비치하게 되는 효과는 보너스다.

 

마치 심라이즈(Symrise)의 인공지능 조향사인 필리라(Philyra)와 지보단(Givaudan)의 카르토(Carto)가 조향사들의 견습생 역할로 자리 잡은 것과도 같다. 조향은 고대로부터 전해져 온 신비한 영역으로 인식되며 때로는 신과 소통하는 제사장이 조향사의 역할을 하기도 했다. 합성향료의 등장과 함께 제사장의 신탁에서 조향사들의 실험대로 이동하던 19세기 향수의 혁명, 조향사와 인공지능의 협업으로 새로운 혁명의 시기가 도래했음을 기대할 수 있다.

 

인공지능을 업무에 활용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던 중 마침 화장품 분야에 필요한 ‘신기술 융복합 교육’과 ‘실습 교육 과정 설계’에 대한 자문을 하며 AI 기반의 콘텐츠 기획 마케팅, 디자인, 저작권과 법률, 연구개발, 연구윤리 등에 대한 선제 대응 방안을 함께 모색할 기회를 가졌다.

 

인공지능과 인간의 협업에도 사람 간의 협업과 마찬 가지로 효율적인 업무 분배는 필수적이다. 향기를 맡을 수 없는 인공지능 조향사는 마지막 결정을 할 수 없고 프롬프트 디자인 없이는 향료 하나도 넣을 수 없다. 조향 브리프로 명령만 하면 수천, 수만가지의 조향 노트가 완성되고 인간의 마지막 선택을 기다린다.

 

매년 혹은 2년에 한 번 작은 성장이 아닌 2배의 성장을 기록하는 첨단 기술에 적용돼 온 ‘무어의 법칙’이 있다. 구현하는 기술의 성능은 2배로 상향되지만 가격은 절반으로 하향된다는 이 법칙은 소비자에게는 대환영이지만 기업에 있어서는 무한 경쟁의 전장으로 내모는 양면성을 가졌다.

 

무한 요구의 법칙, 즉 무어의 법칙이 화장품 산업에는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 지 아직은 미지수다. 한 가지 예측할 수 있는 건 인공지능을 지배하는 기업과 인공지능의 지배를 받는 기업에는 확연히 다른 모습으로 다가올 것이라는 현실이다.

 

5년전 ‘스마트 뷰티, K-뷰티의 선택’이라는 칼럼을 기고하며 인공지능과 K-뷰티의 미래에 대해 논의한 바 있다.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인간의 존엄성과 창조력을 기반으로 한 휴먼 터칭(Human Touching)이 K-뷰티에 꼭 필요하다는 제언으로 칼럼을 마쳤다. 그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이 막강해진 인공지능의 위력 앞에 ‘휴먼 터치’, 인간의 마지막 한 끝은 필수적이다. 여기에 이세돌 9단이 먼저 경험한 ‘인간의 창의성’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관점은 잊어서는 안 된다.

 

 

김수미

코스웨이 대표이사

 

파워풀엑스(주) 사외이사, 숙명여자대학교 향장대학원 초빙교수, 숙명여자대학교 뷰티 최고위 책임교수, 연세대학교 글로벌 뷰티 최고위 과정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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