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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칼럼

[화장품 컬럼] K-beauty가 만들어 낸 또 하나의 신드롬, K-좀비(feat. ‘지금 우리 학교는’)

이창석 을지대학교 바이오융합대학 미용화장품과학과 교수

[코스인코리아닷컴 전문위원 이창석] Korea contents의 열기가 전 세계적으로 식을 줄을 모른다. 방탄소년단의 K-pop을 선두로 K-beauty, K-drama, K-movie, K-food가 연이어 글로벌 키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우리나라 뷰티 산업의 글로벌 영향력이 급성장했다는 점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이와 같은 K-culture의 막강한 파급력이 일조했다는 점에 대해서도 부인할 수 없다. 특히 대중문화와 뷰티산업의 연결고리는 이제 떼려야 뗄 수 없는 ‘부창부수’와 같은 관계가 됐다.

 

최근의 K-contents 글로벌 이슈는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붐을 일으키고 있는 K-drama가 아닌가 생각된다. ‘오징어게임’ 드라마로 주연, 조연 배우들은 순식간에 글로벌 스타로 떠올랐고 그 와중에 생각지도 못하게 부셔 먹는 라면과 달고나는 특이한 K-food로 전 세계인의 관심을 받았다. 달고나를 만드는 용기가 국자 하나면 됐던 과거와는 달리 지금은 아마존과 같은 인터넷 쇼핑몰에서 2~5만원에 팔리고 있다고 하니 가히 그 인기를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이 뿐만 아니라 그 후속 작품들도 매번 랭킹에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K-drama의 인기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최근 ‘지금 우리 학교는’이라는 드라마가 ‘오징어게임’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다. 일부 매니아층만 있을 것 같은 좀비(Zombie) 영화가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붐을 일으키고 있다니 K-drama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예측할 수가 없다.

 

개인적으로 좀비가 나오는 호러물을 즐겨 보는 필자는 좀비 영화를 볼 때 눈여겨 보는 부분이 있다. 바로 섬세하고 리얼한 특수분장이다. 이른바 K-zombie로 유명세를 탄 ‘지금 우리 학교는’ 역시 ‘살아있는 시체’를 두드러지게 표현하는 섬세한 특수분장이 드라마의 리얼리티를 살리는 데 핵심적인 부분을 차지한다.

 

좀비영화의 ‘교과서’ 라고 불리는 미국 드라마 시리즈 중에 ‘워킹 데드(The Walking Dead)’라는 드라마가 있다. 시즌1이 나온지 벌써 10년이 넘었는데 아직까지 시즌11을 이어 제작중인 드라마이다. 이 드라마의 말미에는 항상 제작 과정을 소개해주는 영상이 있는데 대부분의 내용이 좀비를 리얼하게 보여주기 위한 특수효과와 특수분장에 대해 알려준다.

 

‘워킹 데드’는 지난 2011~2012년 분장과 특수 효과 부문 애미상(Emmy Awards)을 받았다. 애미 상은 미국 최대의 TV 프로그램 콩쿠르상으로써 ‘TV 프로그램의 아카데미상’이라 불리는 상이다. 필자는 이 영화가 좀비 영화의 교과서라 불리는 이유가 시나리오나 연기력, 캐스팅 배우의 인지도가 아닌 바로 ‘특수분장’에 있다고 생각한다. 재미있는 것은 ‘워킹 데드’에서 좀비 분장은 특수분장사만 관여하는 것이 아니다. 좀비가 되기(?) 위해서는 오디션을 통과해 ‘좀비스쿨(Zombie School)’에 입학해야 한다.

 

‘좀비스쿨’을 총괄하는 인물은 ‘그렉 니코테로’라는 특수분장사이자 영화감독이다. 그렉 니코테로는 ‘워킹 데드’의 제작 책임자이자 시즌1부터 특수분장, 효과를 담당했는데 좀비스쿨에서 배우들의 좀비스러움을 꼼꼼히 체크한다. 힘없고 헐렁한 모습의 느낌이면서 동시에 압도적이고 공포스러운 배우의 움직임을 요구한다. 이에 더해서 좀비 배우들의 신체 사이즈를 측정하고 이에 맞는 서로 다른 의상이 주어지고 분장이 진행된다. 배우들의 분장에 쓰이는 여러 가지 도구들 중에서 라텍스, 틀니, 인체 보형물, 가짜 수염, 피(액체) 등에 알레르기가 있는 배우는 제외한다. 즉, 특수 분장에 앞서 분장을 받는 배우들의 조건도 여간 깐깐한게 아니다. 이러한 미드의 좀비탄생이 만만치 않듯이 K-zombie 탄생도 쉽지는 않았다.

 

‘지금 우리 학교는’의 좀비 배우들은 수개월 동안 안무가와 무술팀의 지도로 좀비 특유의 움직임을 연습했다. 특수분장에서는 ‘제8일의 밤’, ‘창궐’, ‘베테랑’ 등에서 활약한 피대성 특수분장 감독의 기술력이 K-zombie에 현실감을 부여했다. 사람이 만든 바이러스로 인해 좀비가 탄생했다는 점에 착안해 피대성 특수분장 감독은 호르몬 변화와 질병 등 사실적인 근거에 맞춰 차별적인 분장을 디자인했고 초기 변이가 시작된 좀비들은 사람의 피부톤과 유사하게, 후반부에는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이 뜯겨진 얼굴을 과감한 색으로 덧입혀 좀비 탄생의 단계적 시각 효과를 보여줬다.

 

그림1 특수분장으로 현실감 있는 좀비를 구현한 ‘지금 우리 학교는’, ‘킹덤’, ‘부산행’

 

 

사실 K-zombie가 ‘지금 우리 학교는’을 통해 갑작스레 탄생한 것은 아니다. ‘부산행’의 곽태용 특수분장 감독, ‘킹덤’의 황효균 특수분장 감독 등 이전의 K-zombie 탄생의 시작을 알린 특수분장사들의 K-make up이 미드 못지 않게 수준급으로 급성장해온 것이다.

 

그렇다면 문화예술에서 분장과 특수분장의 차이는 무엇일까? 특수분장은 분장의 한 부분이겠지만 일반적인 의미로는 차이점이 있다. 흔히 예술계에서 분장(Make-up)은 무대분장(Stage Make-up)을 뜻하는 것으로써 연극이나 뮤지컬 등에서 2차원 적인 페인팅(painting) 작업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하지만 특수분장(Special Effects Make-up)은 영화 등에서 사실감을 표현하기 위해 보형물 등을 이용한 3차원적인 입체작업이 주를 이룬다.

 

쉽게 예를 들면, 노인의 주름을 표현할 때 무대분장은 디테일 한 선(line)을 그리고 얼굴 색의 명암 등에 초점을 맞춰 Make-up을 함으로써 사실감을 표현하는 반면, 특수분장은 주름의 굴곡을 입체감 있게 보여주기 위해 보형물로 제작된 노인 형태의 마스크를 씌우거나 직접 주름 형태의 물체를 얼굴 여기저기에 세밀하게 붙여 3차원적인 현실감이 나도록 하는 것이다.

 

당연히 상대적으로 특수분장은 높은 기술력과 노하우, 더 많은 시간과 다양한 제품, 심지어 배우의 인내까지 요구되는 것이다. 이러한 특수분장의 메카로 불리던 헐리우드 영화계에 K-Make up이 밀리지 않는 수준까지 올라온 것을 볼 때 이것 또한 K-beauty 의 자부심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 외에도 무대분장과 특수분장의 중간 성격이라 할 수 있는 판타지메이크업(Fantasy make-up)도 있는데 이는 말 그대로 주로 판타지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한 과감한 분장 기법이다. 예를 들면, 아바타나 엘프요정 등 가상세계의 판타지 캐릭터를 주로 표현하기 때문에 화려하고 색채감이 뛰어난 것이 특징이다. 판타지메이크업은 분장사의 상상력에 기인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기발한 아이디어로 탄생하는 새로운 캐릭터를 만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국내 미용 관련 학술대회에 참석해 보면 이러한 판타지메이크업 작품을 다양하게 접할 수 있으니 관심이 있다면 학회 작품 전시를 관람하는 것을 추천한다. 

 

그림2 뛰어난 좀비 분장으로 인기를 얻은 미국 드라마 '워킹 데드'

 

 

학생들의 진로를 지도하다 보면 Make-up 전문직에 대한 진로희망이 의외로 많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글로벌 기업에 비해 색조 화장품에 대한 제품 경쟁력이나 기술수준이 떨어지고 과감하거나 짙은 화장법에 대한 사회적, 정서적 편견이 남아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에 더해 전문 Make-up 종사자들이 일할 직업군이나 직장이 매우 한정적이어서 뷰티산업 분야 중에서도 Makeup 전공자들이 설 곳이 마땅치 않다.

 

하지만 조금만 시선을 돌리면 특수분장이나 장례 메이크업(고인이 된 시신을 화장하는 것), 페이스 페인팅 등 해외에서 각광받는 유망한 Make-up 분야도 많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최근에는 헐리우드 특수 분장사로 한국인이 많이 채용되기도 하고 Make-up 전문 아카데미에서 K-zombie와 같은 특수분장 과목 개설 사례도 늘고 있다. 이미 할로윈데이(Holloween)에 대형 놀이동산이나 어린이 교육 시설 등에서 페이스 페인팅 작가들이 가장 인기 있는 분장 캐릭터로 좀비를 그려주고 있음은 쉽게 알 수 있다.

 

이처럼 좀비 캐릭터와 그 특수분장은 더 이상 혐오스럽거나 매니아층만 즐기는 장르가 아닌 도깨비와 같이 친숙하고 대표적인 몬스터 캐릭터로 자리잡았다. 아울러 좀비와 같은 다양한 몬스터 캐릭터 콘텐츠 성장 뒤에는 특수분장사들의 과학적, 예술적 표현 기술과 노력이 바탕이 되어 있으며 이러한 성장산업 분야 또한 K-beauty 가 만들어낸, 그리고 앞으로 계속 만들어 나갈 뷰티산업의 블루 오션(Blue Ocean) 분야가 아닌가 생각된다.

 

 

이창석 을지대학교 바이오융합대학미용화장품과학과 교수

 

화장품 세포효능평가 및 기업부설 효능연구소 자문

대한미용학회 편집위원장

전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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