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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칼럼

[화장품 칼럼] 급변하는 세상 따라잡기

강학희 한국콜마 기술연구원장

[코스인코리아닷컴 전문위원 강학희] 화장품 연구자들은 공부를 특별하게 많이 하고 있는 것 같다. 연구자로서 글로벌 전문가가 되기 위해 화장품 전문기술을 끊임없이 공부하는 한편, 시대 정신과 가치의 흐름을 알아야 하기 때문에 세상 일을 공부하게 된다.

 

몇 년 전에 타계한 신영복 교수의 말에 의하면 우리가 공부를 하는 이유는 복잡한 세상으로부터 핵심을 요약하기 위한 추상력(abstraction power)을 키우고 사소한 것에 담겨 있는 큰 의미를 읽어내는 상상력(imagination power)을 키우기 위한 것이라 했다. 추상력으로부터 미래를 예측하고 상상력으로 부터 미래기술 아이디어를 도출하는 것이다.

 

연구하는 사람들은 좋든 싫든, 맞든 틀리든 미래를 예측해야 하고 예측한 미래를 토대로 기술을 개발해 수 개월 후 또는 수년 후 상품의 형태로 시장에서 평가를 받게 된다. 예측이 잘 된 것이면 시장에서 히트할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지게 되는 것이다.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쉽지는 않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예측을 해야할 직업을 갖고 있는 셈이다.

 

지금 우리는 팬데믹과 4차 산업혁명이라는 대변 혁기의 세상 속에 살고 있다. 그 변화의 속도가 너무 빨라 미래가치를 예견하는 일은 매우 어려우나 요즘 복잡하게 얽힌 현상들로부터 거대한 메가트렌드를 추론하는 것은 오히려 더 쉬운 것 같다.

 

‘Short-termism never wins long-termism’ 당장의 단기적 예측에 의한 전략보다 장기적 예측에 의한 꾸준한 전략이 성공하기 쉽다는 뜻이다. 기후변화, Digital Transformation, 비대면 라이프스타일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지속될 메가트렌드로 여겨진다. 우리는 이러한 메가트렌드에 맞는 기술을 잘 준비해 5년 뒤, 10년 뒤 우리에게 필요한 제품을 개발해야 한다.

 

# 기후변화


친환경, 탄소절감은 더 이상 기업체나 특정 단체의 선언적인 문구가 아니라 반드시 해결해야 할 글로벌 과제가 됐다. 테슬라, 현대자동차, LG전자 등 발 빠른 선두 기업은 신재생에너지, 전기차, 수소차, 친환경 소재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노르웨이는 2025년 이후 내연기관 생산을 중단키로 법제화하고 있고 영국은 2030년부터 한국과 프랑스는 2040년부터 내연기관 자동차 생산을 중단하는 법을 준비하고 있다. 기술 발전과 함께 화석연료 사용 금지가 훨씬 빨리 도래할 수도 있으며 2030년 이후에는 많은 나라에서 내연기관 생산이 중단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러한 시대 흐름은 산업 전반에 엄청난 변화를 불러 일으킬 것이며 화석연료 유래의 수 많은 화장품 소재나 원료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다. 지구 환경을 파괴하는 핵심 주범인 화학 플라스틱의 사용도 법적으로 금지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따지고 보면 코로나19 팬데믹도 우리 인류의 이기적 편익도모 생활 습관으로 인한 지구의 역습이라 하겠다.

 

화장품 패키지는 주로 플라스틱 소재로 구성되어 있어 추후 변화양상에 이목이 쏠린다. PE를 비롯해 PP, PET, PET-G, PMMA, Surlyn 등 여러 종류의 플라스틱을 사용하고 있으나 모두 생분해가 매우 더뎌 지구를 아프게 하고 있다. 머지 않은 미래에 화학 합성 플라스틱의 사용 금지가 선진국을 중심으로 법제화될 가능성이 높으며 국내외 많은 선두업체들이 친환경적인 바이오플라스틱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천연물-고분자중합에 의한 바이오베이스플라스틱을 비롯해 미생물계 천연고분자를 이용한 생분해플라스틱, 산화생분해제, 식물유래 등의 산화 생분해 플라스틱 같은 친환경 소재가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지금의 비닐이나 플라스틱을 대체하게될 것으로 보인다. 생분해성이 높은 바이오플라스틱을 먼저 개발하는 기업체는 시장에서 엄청난 경쟁 우위와 혜택을 갖게 될 것이다. 변혁기에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가 등장하기 쉽다. 친환경, 기후변화 대응에서 우리나라 기업체가 글로벌 게임 체인저로 발도움하기를 소망한다.

 

#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Digital Transformation이다. Smart factory나 robot, 증강현실 AR, 인공지능 AI, Cloud, data-base, block-chain 등도 4차 산업의 중요한 인프라가 될 것이고 AI-Based Beauty Care나 유전체 예방 항노화 기술 등의 Digital 미래 기술이 등장할 것이다.

 

그러나 더욱 무서운 것은 지금 오프라인에서 일어나고 있는 비즈니스가 온라 인으로 무장하며 높은 고효율을 무기로 등장하는 디지털 플랫폼 회사가 시장에서 독식을 한다는 데 있다. 아마존, 에어비앤비, 쿠팡, 마켓컬리, 밀키트 같은 디지털 플랫폼 회사들이 기존 회사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엄청난 고효율성을 무기로 기존 시장을 통째로 흔들고 있다.

 

모든 비즈니스 형태는 끊임없이 변화해 왔고 앞으로도 계속 진화하겠지만 변하지 않는 사실은 누군가 생산을 해야하고 누군가 물건을 소비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변화의 대상은 물건을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방법이었으며 역사적으로 보면 유통과 관련한 비즈니스가 변화를 주도해 왔다.

 

우리나라 화장품 산업의 경우도 산업화 초기에 P2P(Person to Person)으로 유통이 시작되어 점차 방판 → 시판 → 할인점 → 방판 시판 백화점 → road shop → 면세점 → 홈쇼핑, 온라인으로 변화해 왔다. 앞으로 누군가 제조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고효율의 디지털 플랫폼을 만들어 낸다면 아마존 같은 파급력을 나타낼 것이다.

 

# 비대면 라이프 스타일


작년 10월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린 세계화장품학회(IFSCC) 학술대회가 1956년 대회가 시작된 이래 처음으로 비대면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올해 10월 개최 예정인 멕시코 칸쿤 IFSCC 학술대회도 일찌감치 virtual로 하기로 결정했고 대한화장품학회 학술행사도 온라인으로 개최하고 있다. 코로나19 같은 팬데믹은 이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앞으로도 세계적 팬데믹이 수시로 나타날 것이라고 많은 전문가들이 대비를 주문하고 있다.

 

설사 코로나19가 종식되고 일상이 정상화 되더라도 비즈니스 영역의 상당 부분은 비대면으로 정착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 같다. 실제 원격으로 진행되는 각종 컨퍼런스나 포럼은 시간과 비용을 크게 절약시키고 있으며 많은 회의나 미팅, 출장, 회식 등이 불필요한 비즈니스 활동이었던 것이 판명됐기 때문이다. 대학교의 비대면 원격 수업 방식도 의외로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어 원격 수업이 정착되면 지금과 같이 많은 대학과 큰 공간이 불필요 해지며 따라서 향후 적지 않은 대학이 통폐합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비대면으로 인한 음식 배달 문화가 확대되면서 아파트의 주방이 좁아지고 심지어 주방 없는 아파트까지 등장을 하고 있다.

 

상품 배달의 방식인 유통에서 비대면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화장품 산업도 플랫폼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현재 세상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모바일과 인플루언서는 비대면 문화의 확대 정착으로 그 영향력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이며 이로 인해 기존의 브랜드 명성이 더욱 쇠락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고객은 기존의 브랜드를 더는 고집하지 않고 모바일에서 고평가된 단품 형태의 상품을 찾게 될 것이다. 따라서 모바일 라이프스타일을 제대로 이해하고 대응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하겠다.

 

배달 서비스에 대한 효율성과 신뢰가 검증되면서 대형마트나 화장품 판매 매장의 점포 수도 지금 보다 훨씬 많이 줄어 들 것으로 예측된다. 비대면 온라인화로 국가간의 국경을 건너 뛰는 해외 직구, 역직구 비즈니스도 한층 커질 것으로 보인다.

 

또 면역과 건강에 대한 걱정과 관심이 커지면서 헬스 산업과 바이오 산업 등에서 새로운 성장의 기회가 생길 것이다. 특히 마이크로바이옴, 유전체 정보 기술이 미래에 대두될 것으로 보인다. 위생이나 환경에 대한 염려 증대로 식품이 중간 매장을 거치지 않고 농장에서 가정으로 직송되는 것이 더욱 늘어날 것이다. 또 농업 기술의 발달과 함께 smart-farm이 작은 컨테이너 형태로 각 가정이나 동네에 설치되어 소비자가 직접 생산자가 되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예견해 볼 수 있겠다.

 

# 히트 상품 개발을 위해


화장품이 오늘날과 같은 대량 생산 형태로 산업화가 시작된 것은 대략 120년 전부터이다. 1811년경 프랑스에서 ‘사봉드마르세유’란 비누 브랜드가 나오면서 오늘날 사용하는 글리세린이나 화장품 계면활성제가 본격적으로 등장을 하게 된다. 1896년 콜게이트 치약이 나오면서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지금 형태의 치약이 탄생한다. 또 1909년경 프랑스 화학자 유진쉘러 박사가 발명한 헤어 염색약과 헤어 무스 상품으로 로레알이라는 회사가 탄생을 하게 된다. 1915년경에는 미국 회사 메이블린에서 마스카라를 발명하기도 한다.

 

이처럼 새로운 기술이 탄생하고 새로운 상품이 만들어지면서 인류의 삶은 훨씬 편리하고 저렴하게 건강과 아름답움을 관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실제 최초 기술 개발자에게는 많은 이득을 주어진다. 120년 전에 처음으로 치약을 탄생시킨 콜게이트는 아직도 치약 시장에서 세계 1위이고 염모제와 헤어무스를 처음으로 발명한 로레알은 지금까지 화장품 시장에서 TOP의 위치를 지키고 있다.

 

우리 연구원들은 늘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려 노력하고 있다. 다행이 지난 10여 년은 한국에서 가장 많은 세계 최초의 혁신 상품을 내 놓았다. 에어쿠션을 비롯해 비비크림, 달팽이크림, 마유크림 등이 한국에서 탄생시킨 세계적인 혁신 상품인 것이다. 연구원이 좋은 상품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우선 고객의 소리를 잘 들어야 할 것이다.

 

고객의 불편한 점(needs)을 간파해 품질 개선을 끊임없이 해야 하며 한편으로는 미래 트렌드를 바탕으로 미래상품(wants)을 개발해야 한다. 고객에게 물어봐서는 어떤 미래상품이 필요한지 알 수 없으며 미래상품 개발은 오롯이 우리 연구원의 몫이며 우리의 상상력이 필요한 대목이라 하겠다.

 

모든 연구원은 세계 최초의 메가히트 상품개발을 꿈 꾼다. 메가히트 상품개발을 꿈꾸는 연구원이 갖춰야 할 덕목으로는 깊숙한 전문성(Deep Expertise), 미래 예측력(Insights for Future), 상상력(Imagination from a little thing)이라 하겠다. 거기에 더해 꿈을 이루고자하는 집념이 강할수록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될 것이다. 지금은 급변기이다. 급변기의 빠른 세상을 따라잡기 위해 더욱 필요한 것이 open innovation이고 협업(Collaborative Communication) 이다.

 

     강학희

     한국콜마 기술연구원장

     전 대한화장품학회장

     전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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