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인코리아닷컴 김민석 기자] “택배 왔어요”하며 도착한 책, '그로잉업'. 산업 트렌드 스터디를 하다가 회사까지 함께 창업하게 된 당사 부사장이 필독할만한 서적이라며 추천한 LG생활건강의 15년 연속 성장신화를 담은 책이다.
화장품업계에 있는 사람들은 누구나 우리나라를 선도하고 있는 화장품 기업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의 동향을 오며 가며 들을 수 밖에 없다. 최근 몇 년간의 주요 이슈는 절대 변하지 않을 것 같던 화장품업계의 1위 자리가 교체되었다는 점이다.
지난해 대학원 학생들과 케이스 스터디를 위해서 LG생활건강의 자료 조사를 하던 중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간의 엇갈리는 실적에 대해 필자가 언급했던 인터뷰도 발견했다. 가끔 화장품 산업에 대해 의견을 나누던 기자와 가볍게 나눴던 이야기가 보도될 만큼 화장품업계의 양강 구도에 대한 관심은 비단 화장품업계만의 소유가 아니었다.
화장품업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원로학자, 연구원, 전문가, 학계 인사들 또한 양사에서 배출한 인력들로 포진하고 있기에 현재의 양강 구도를 바라보는 시각과 견해를 다양한 측면에서 들을 수 있다. 이들에게서 듣는 양사의 내밀한 이야기들은 마치 가십처럼 매우 흥미롭지만, 누가 어떤 관점에 따라 이야기하는가에 따라서 프레임이 180도 변하기에, 지근거리지만 한 발자국 떨어진 자리에서 들을 수 있는 통합적인 정보들에 마침 목말라하던 시기였다.
'그로잉업'에는 유진 슈왈레(Eugene Schueller)가 미용실에 납품할 염색제를 개발하며 설립한 세계 굴지의 화장품 기업 로레알(L’oreal), 비누 판매를 하며 시장에서 기반을 닦아 온 P&G(Proctor & Gamble), 화장품 외판원을 하며 화장품 왕국을 건설한 에스티로이더 여사의 에스티로이더(ESTÉE LAUDER), 미용을 하는 엄마 옆에서 화장품을 판매하다가 향(香)에 대한 천부적인 감각을 발견하고 영국에서 프랑스의 그라스로 유학 후 자신만의 퍼퓸하우스를 만든 조 말론 런던(Jo Malone London) 등과 같은 감성과 환타지를 자극하는 극적인 스토리는 없다.
그러나 이 책에는 화장품업계에 종사하는 이라면 누구나 겪게 되는 유통의 문제, 온라인과 오프라인 간 뫼비우스의 띠와도 같은 갈등, 비대한 조직에 존재하는 소통의 문제 등 지극히 한국적인 화장품업계의 고질적인 병폐가 등장한다. 비대해진 골리앗의 몸을 가진 LG생활건강은 '최고의 지속가능한 FMCG(Fast Moving Consumer Goods) 기업'이 되고자하는 비전을 선포하며 이를 달성해 가는 다윗과도 같은 움직임을 책의 곳곳에서 드러낸다.
골리앗의 비대한 몸으로 다윗처럼 움직이고, 오프라인의 최강자가 온라인에 몰입하고, 가장 럭셔리한 브랜드를 가진 브랜드가 중국의 ‘따이궁(중국인 보따리상)’과 손을 맞잡는다. 누구도 간부 놀이를 할 수 없고 회사 구성원 모두가 담당자이며 실행자가 되는 것이다. 하부 조직에서 실행한 업무를 그럴듯해 보이고 예쁘기만한 파워포인트 장표로 꾸며서 보고하며 성과를 인정받는 시대는 더 이상 존재할 수 없도록 군살을 깎아내고 있다.
LG생활건강이 2007년 코카콜라를 인수한 이래 회사의 조직도는 매우 단순한 구조로 바뀌었다. 대표이사를 중심으로 사업부, 지원, 연구개발 등 3개의 조직체계 하에 뷰티사업부, 홈&퍼스널케어사업부, 리프레쉬먼트사업부 등 3개로 체계화했다. 외부에서 LG생활건강을 평가할 때 성장 비결에 늘 등장하는 M&A는 세발자전거로 고정비를 줄이고 계절지수를 고르게 만드는 전략적인 결정이었음을 알 수 있다.
한국 화장품시장에서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넘어설 수도 꿈꿀 수도 없는 거대한 기업으로 여겨져 왔다. LG생활건강이 비대해 진 공룡의 몸으로 허우적대지 않고 가볍게 새로운 시장과 새로운 세대를 이끌어 갈 수 있는 비결, ‘코어(Core)’와 ‘컴팩트(Compact)’만을 담고서 다 덜어낸 ‘심플(Simple)한 상품 개발, 사원부터 부회장까지 원스톱으로 이어지는 투명한 소통, 과하도록 바른 길로 가는 정도(正道) 경영에 있음을 책을 통해 배울 수 있다.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처럼 작은 조직에서는 즉시 적용가능한 몇 가지만 실무에 적용(최근 유행하는 애자일경영)해봐도 화장품 회사로서의 체질이 건강해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 또한 남의 일 같다 생각되면 ‘나쁜 소식은 24시간 안으로 전하기, 현장의 목소리에 응답하기, 벤처기업처럼 빠르고 유연하게 움직이기’를 실천하며 기업의 체질을 강화해 나갈 수 있다.
책에서는 알 수 없는 진실과 숨겨진 사실, 미화된 정보와 왜곡된 현실들이 있을지라도 이 책을 통해 K-뷰티가 얻을 수 있는 인사이트는 매우 강력하다. 작은 조직일수록 더 쉽게 실행할 수 있는 벤처 방식의 스피드 경영, 기업리더가 가장 먼저 앞에 서는 감독이 아닌 선수로서의 대표, 그리고 늘 학습하는 조직 LG생활건강이 K-뷰티의 롤모델로서 보여주는 ‘그로잉업’ 즉 ‘성장’의 이정표이다. 16년 연속성장을 선두에 서서 이끌어 온 ‘차석용 부회장’은 첫 장에서 ‘심플’을 주장하고 마지막 대담에서 ‘Different, Better, Special’로 완성하는 브랜드 파워의 가치를 제시한다.
필자 역시 오래 전 회사를 위해 만들었던 슬로건인 ‘Something different, Something better, Something speical’이 놀랍도록 중요한 가치임을 새삼 깨달았다. 회사 내 모든 시스템과 별개로 LG생활건강의 눈부신 성장 스토리에는 브랜드 ‘후(后)’가 등장한다. 2003년 출시후 14년만에 1조 매출을 달성하고 2018년 기준 글로벌 톱3 화장품인 랑콤(5.3조원), 시세이도(4.7조원), 에스티로더(4.4조원)과 경쟁할 수 있는 3조원대의 브랜드가 됐다. LG생활건강은 ‘최고의 지속가능한 FMCG기업’이라는 비전을 넘어서 ‘세계적인 명품회사’로서의 비전을 선포한다. 그 시작에 ‘후’가, 그 뒤에 ‘숨’, ‘오휘’, ‘빌리프’, ‘VDL’, ‘CNP’로 이어지는 럭셔리 뷰티 브랜드가 있다.
직장인들의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Blind)와 구인 구직 사이트인 잡플래닛(Job Planet)에는 '그로잉업'에서 보여준 비전과는 다른 이야기 또한 존재하지만 혼자만 읽기에는 아쉬움이 남아 함께 공부를 하는 분들과 2주간에 걸친 스터디를 제안했다. 기업의 성과를 포장하기 위해 집필한 책으로 무슨 의미있는 스터디를 할 수 있을까라는 회의적인 시각이 있었음에도 스터디를 마친 후에는 참여한 모든 분들에게서 감사의 인사를 듣게 됐다.
이노베이션이 아닌 리노베이션, 작은 변화를 통해 끊임없이 혁신을 이루어내는 LG생활건강의 리더십을 보며 각자 자신이 속한 혹은 자신이 이끌어가는 조직의 모습을 돌아본다. 그동안 ‘대표 때문에 안 돼’, ‘요즘 애들은 안돼’라며 서로가 서로에게 저격을 해 오던 상황을 자각했다. ‘나는 대표니까’, ‘내가 선배니까 이 정도는 나한테 해줘야 해’라고 하는 암묵적인 권위, 높은 직급과 연차를 즐기려하는 조직의 유연함을 방해하는 사람이 바로 자신의 모습이라는 것 또한 발견하게 됐다.
장시간의 토론 중 이러한 LG생활건강의 변화와 성장은 결국 조직에 충성하고 회사를 성장시켜 왔던 직원들의 퇴사와 희생으로 쌓아올린 절반의 성공이라는 시각이 있으며 성공의 크기만큼 반발의 크기도 존재한다는 내부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LG생활건강의 변화와 성장을 좋아하는 만큼 싫어하는 사람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떠오른 생각은 과연 누가 이러한 변화를 좋아하고 누가 이러한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가에 대한 궁금증이었다.
높은 자리와 오랜 연차가 회사에서의 대우나 업무와 무관해지고 사원이 부회장에게 직보를 할 수 있게 변화된 조직, 전화나 메일로 할 수 있는 업무를 직접 얼굴을 보고 대면 미팅을 하러 가는 것을 불합리하다고 질타하는 회사, 이렇게 LG생활건강의 성장과 부동의 1위 자리를 넘어선 성과를 불편해하는 절반이 궁금했다.
거대한 조직과 거대한 시스템이기에 스터디를 통해 도출해 낸 인사이트는 아주 작은 힌트일수도 있지만 LG생활건강의 성장과 변화를 좋아하고 응원하는 절반과 우려와 실망을 표하는 그 나머지 절반은 아마도 이런 모습으로 존재할거라고 예측해 본다.
수평적인 관계와 소통이 수직적인 위계와 소통보다 편안한 여성, 높은 직급과 이에 따르는 권력이 없는 사원, 연차와 나이가 많은 연장자보다 상대적으로 젊은층, 이렇게 여성, 사원, 젊은층은 LG생활건강의 변화와 수평적인 소통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상대적으로 회사의 변화를 응원하는 이들이 많았을거라고 예상된다. 반면 남성과 고위 간부, 그리고 연장자들은 새로운 변화에 상대적인 박탈감과 소외감을 넘어서 회사에 대한 배신감마저 느꼈으리라 예상된다.
이러한 토론을 진행하던 중 문득 필립코틀러(Philip Kotler) 박사가 집필한 '마켓 4.0(Market 4.0)'에서 언급한 권력의 이동이 LG생활건강의 현재 시점과 완벽하게 맞아 떨어짐을 발견했다. “과거에 권위와 힘은 사실상 연장자, 남성, 시티즌의 몫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젊은이, 여성, 네티즌의 중요성과 영향력이 크게 높아졌다”는 책의 한 구절을 LG생활건강에 그대로 이식한 것처럼 하나가 됐다.
책이 발간된 지 2년이 되어가는 현재, 책의 표지를 장식한 “15년 연속 성장의 신화”는 코로나19를 겪은 2020년을 맞이하고도 “16년 연속 성장의 신화”로 이어지고 있다. 화장품업계에서 누구나 잘 아는 기업이고 얽히고 섥힌 관계가 존재하기에 그로잉업의 주역인 차석용 부회장의 성과와 리더십을 인정하지 않고 조직의 힘일 뿐이라고 과소평가하는 이들도 보인다.
어떠한 견해가 더 사실에 가까울지라도 화장품 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이들은 드디어 대한민국에 등장한 K-뷰티의 성공 포뮬라를 책을 통해 발견할 수 있음에 회심의 미소를 지을 때다. 마스크팩, 비비크림, 앰플 등 하나의 강력한 제품으로 시장에 등장한 후 사라진 많은 브랜드들은 왜 그 때 그 순간 그들의 브랜드가 시장에서 그렇게 폭발적으로 성장했는지 그 이유를 알지 못한다.
우연히 유통의 힘에 의해서 폭발한 브랜드, 특정 셀럽의 힘으로 성장한 브랜드들이 지속성장하기 어려운 이유는 “왜 성공했는가”를 진단할 수 없기에, “어떻게 성장할 것인가”를 계획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LG생활건강의 연속 성장 비결을 담은 내용 사이 사이에서 각사에 맞는 전략과 행간에서 발견할 수 있는 실천 방안을 꼭 찾아내기를 응원한다.
김수미 코스웨이(주) 대표이사
프로필 : (주)애그머니 대표이사, (주)파워풀엑스 사외이사, (주)뷰티시그널 고문, (사)한국마케팅협회 마케팅연구소장, 숙명여자대학교 향장대학원 초빙교수, 숙명여대 뷰티 최고위 책임교수, 연세대학교 글로벌 뷰티 최고위 과정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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