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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인터뷰

[리얼 인터뷰] 강학희 세계화장품학회(IFSCC) 회장 겸 대한화장품학회 회장

“훌륭한 아이디어는 절박함서 시작…차별화 제품 연구개발 노력해야”

[코스인코리아닷컴 홍성인 기자] 지난해 5월 26일 서울과학기술대학교 100주년 기념관에서 열린 제42차 대한화장품학회 정기총회에서 신임 회장으로 취임한 강학희 한국콜마 기술연구원장은 바쁜 한 해를 보냈다.

대한화장품학회 신임 회장으로써 활동 뿐 아니라 10월 23일부터 25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된 제24차 세계화장품학회(2017 IFSCC Seoul) 컨퍼런스를 성공적으로 열어 국내 화장품 연구자들의 위상을 높이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 행사는 전 세계 28개국 1,000여 명의 화장품 전문가와 관계자가 참석했으며 최근 K-뷰티 붐과 함께 한국 화장품 과학의 발전을 전 세계에 알리는 장이 됐다. 특히 이번 행사에서 강학희 대한화장품학회 회장은 2018년~2019년 세계 화장품 학회를 이끌어 나갈 세계화장품학회(IFSCC) 신임회장을 선임됐다. 대한화장품학회 회장이 세계화장품학회장으로 선임된 것은 2003년 이후 14년 만이다.

세계화장품학회(IFSCC) 강학희 신임 회장은 이번 행사에서 “세계화장품학회의 정보 공유를 극대화하고 기술 융합을 통해 창의적인 제품을 개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최근 K-뷰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한국 화장품의 우수성을 전세계에 알리는 데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특히 강 회장은 화장품 산업이 한 걸음 발전하기 위해서는 Collaboration(협력), Convergence(융합), 그리고 Creation(창조)이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강 회장은 “이러한 ‘3C’를 적극 활용해 전세계인의 아름다움을 증진시키고 싶다”고 강조했다.

코스인은 1월 18일 서울 양재동에 위치한 한국콜마 색조연구소에서 강학희 회장을 만나 지난해 주요 활동과 2018년 주요 계획을 들었다.



▲ 강학희 세계화장품학회(IFSCC) 회장 겸 대한화장품학회 회장.

우선 지난해 10월 세계화장품학회 신임 회장으로 취임한 것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당시 취임사를 통해 3C(Collaboration(협력), Convergence(융합), Creation(창조))를 강조했는데, 3C에 대한 설명과 글로벌 화장품 산업이 발전하려면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Collaboration, Convergence 등은 나 개인이 주장하는 부분이라기보다 시대가 요구하는 것이다. 요즘 4차 산업시대라고 하지 않느냐. 그 중 핵심이 바로 통합이다. 미래로 발전적으로 가는 길이 혼자가 아닌 여러 사람의 생각이 합쳐져 이뤄지는 형태를 이야기한다. 미국에서는 물론 4차 산업이라는 말을 사용하지는 않지만 큰 틀은 그런 형태로 가고 있다.

과거를 돌아보면 1차 산업은 ‘분업’이 화두였다. 분업을 통해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효과를 가져 왔고 2차 산업은 전기가 나오면서 인간의 삶이 바뀌는 혁명을 가져 왔다. 4차 산업은 1차 산업과는 반대로 분업이 아닌 통합이 화두로 떠올랐다. 같은 업종이 아닌 이종간의 통합을 통해 지금까지는 있지 않았던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것을 말한다.

4차 산업은 IT, AI 등을 이용해 산업 다방면에서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것을 창조하는데 이 것은 여러 산업에서 모두 일어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산업의 경계 사이에서 새로운 것이 창출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화장품 산업에서 있어서도 Convergence이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Convergence이 일어나려면 Collaboration 없이는 불가능하다. 이러한 과정 중에서 Creation이 가능한 것이다.

한국콜마의 경우에는 바이오와 미용의 접목이 일어나고 있고 그 쪽에 길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결과가 어떻게 나타날지는 모르지만 화장품 산업에 3D프린터를 이용하는 등의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또 산업과 학계가 융합하고 국가간 융합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결국 3C가 되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것은 ‘집단 지성’이다. 여러 사람의 의견을 모아야 하기 때문이다.

한편, 지난 10여년 동안 화장품에서 혁신적인 제품들은 대부분(99%)이 한국에서 나왔다. BB크림, 에어쿠션, 진동쿠션 등 세계 화장품 업계에서 생각하지 못했던 혁신적인 제품들이 대표적 사례들이다. 대부분이 한국적인 것인데 이러한 새로운 사건들이 발생할 수 있었던 것은 요즘 같은 초스피드 사회가 요구하는 제품을 생산하려는 의지가 만든 것이 아닌가 한다.

한국인들을 보면 하루 전에 미백 크림을 바르고 바로 다음 날 거울을 보며 확인한다. 그만큼 효과 등에 대해 빠른 결과물을 얻기를 원한다. 결국 고객이 급하니까 그것을 공급하는 제조사도 급한 것이다. 또 우리나라 사람들의 경우 손이 상당히 섬세하다. 한국적인 정서와 한국인들의 까다로움이 결국 신기술을 개발하는 원동력이 됐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11월 코스인이 주관한 ‘2018 화장품 시장 현황과 전망 컨퍼런스’에서 전 세계가 주목하는 한국 화장품의 혁신적인 기술과 차별화된 전략에 대해 발표한 적이 있다. 또 실제로 한국 화장품 산업이 급성장할 무렵, 한국콜마의 화장품 기술은 프랑스 못지 않은 최고 수준으로 주목을 받았고 현재까지 꾸준한 호평을 받고 있다. 이같이 ‘한국적’이고 차별화된 기술이 전 세계의 지속적인 관심을 받는 이유는 무엇 때문이라고 생각하는가?

한국 화장품이 성공한 이유 중 하나에는 한류도 어느 정도 기여했다. K-POP 등이 영향을 꽤 준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아모레퍼시픽도 그렇고 한국콜마도 그렇고 10여 년 전부터 전략이 바뀐 것이 '한국에서 1등이면 세계에서도 1등을 한다'는 인식이 생겼다.

한국적인 것이 흔한 것 같지만 사실 한국적인 것을 세계인들에게 선보이지 않은 것이 많다. 그렇기에 당분간은 한국적인 것을 지속적으로 선보이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IFSCC 컨퍼런스에서도 각국의 회장단들이 “왜 한국에서 획기적인 것이 많이 나오느냐”라는 질문이 많았다. IFSCC 프리 컨퍼런스에도 한국의 기술에 대해서 발표하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로레알이 중국에 있는 오픈 이노베이션팀을 폐쇄하고 서울로 이전했다. 그 이야기는 바로 한국에서 아이디어가 많이 나오니 한국에서 해보자라는 생각을 가진 것 같다. 특히 로레알 뿐 아니라 글로벌 회사들의 관심이 상당히 높아졌다. 과거에 비해 문의도 상당히 많아졌다.

한국콜마 기술경영철학 ‘World-first-class R&D 제조·전문 기업’과 한국콜마 색조화장품연구소의 제품들이 각종 블라인드 테스트 1위를 차지하는 것과 같이 한국콜마가 혁신적인 화장품 개발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원동력은 무엇인가?

경쟁력에 있어 가격을 우선하면 안된다. 품질력으로 가야 한다. 사실 가격도 경쟁력이 된다. 하지만 지속가능성을 생각한다면 품질이 우선이 되어야 한다. 가격을 안 내리고 경쟁을 이기기 위해서는 차별화가 아니면 힘들다.

연구소에서도 차별화를 요구한다. 선순환 구조라고 할까. 최근 5~6년 사이에 ODM 산업이 잘되고 있다. 투자도 많아졌다. 물론 이런 상황에서 부작용도 존재하겠지만 긍정적인 발전으로 이끌고 있다.

내가 한국콜마에 온지 4년 정도 됐는데 선케어 관련 제품은 전세계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결국 (시장에서)살아남기 위해서 노력한 것이지만 전략을 가지고 접근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2018년 한국콜마의 경영방침은 무엇인가?

조금은 말이 어렵다. 한국콜마는 2018년 경영방침을 ‘겸제(兼濟)’로 정했다. 겸제(兼濟)는 ‘서로에게 부족한 것을 채워 양쪽을 구제하는 정신’이란 뜻으로 다산 정약용이 마을 주민과 유배자들이 서로 숙식과 교육을 교환하며 상생할 수 있도록 만든 ‘겸제원(兼濟院)’에서 유래한 것이다.

동료, 부서, 부문 간 협업을 강화해 대내외 불확실성을 극복하고 글로벌 진출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겸제의 정신을 바탕으로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화장품부문은 차별화를 통해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Hit & Edge’ 상품을 개발하고 글로벌 생산 인프라 협업을 강화한다는 목표다. 특히 2018년 하반기에 무석콜마를 완공해 중국 신규 고객을 확보하고 기존의 북미 법인을 활성화해 미국, 캐나다 시장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제약부문은 2017년 증설을 완료한 신공장을 중심으로 주사제, 점안제 등 다양한 무균제제 생산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아울러 신유통업체 개척을 통해 매출을 증대하고 수출을 확대한다는 목표다. 결론적으로 ‘Team together’이다. 협업을 통한 혁신을 추구하는 것이다.

신제품을 개발할 때 어디에서 주로 영감을 얻고, 영감을 어떻게 실천으로 이어가고 있나. 앞으로의 도전 과제와 목표는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솔직히 영감이 수시로 나오면 내가 창업했을 것이다.(웃음) 훌륭한 아이디어는 절박함에서 나오는 것 같다. 밥 먹을 때? 화장실에서? 밥 먹을 때도 고민하고 화장실 가서도 고민하는 등 항상 절박하게 고민하는 경우에 나오더라. 아이디어라는 것이 절박함을 느낄 때 나오는 것 같다.

인생을 걸어야 한다. 한 회사에 입사해서 10년이 되면 처음 입사했을 때 만났던 사람의 3분의 1밖에 안 남는다. 20년이 지나면 더 사라진다. 하지만 그 당시까지 남은 사람들을 보면 뭔가의 절박함을 가지고 그 회사에 기여를 했기에 남아 있는 것이다. 존재감을 나타낸 것이다. 아이디어를 만들 때도 절박함을 가지고 만들어야 한다.

한국 화장품 산업이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는 가능성은 어디에서 찾으면 되는가? 또 한국 화장품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어떠한 것이 필요한가?

포트 폴리오를 단기와 장기를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 한국콜마의 경우 단기를 조금 줄이고 장기적인 부분을 더 비중을 둔다. 잠깐의 이익을 위해 바로 앞의 것만 보면 지속적인 먹거리는 없을 수도 있다. 1년이 걸리든 3년이 걸리든 ‘에어쿠션’과 같은 독창적 제품이 나오면 ‘only one’이라는 독자적 기술을 가질 수 있고 그 때 확연히 다른 성과를 얻을 수 있다.

모두가 스테디셀러(Steady Seller)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재구매율이 높다는 것은 뭔가 차별성이 있다는 것이다.

최근 K-뷰티 붐을 타고 다양한 제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하지만 그 속을 살펴보면 안 좋은 부분들도 눈에 띈다. 우리같이 연구자들은 처방을 보면 안다. 좋지 않은 처방을 하는 업체들도 있다. 고객들은 아무 것도 모르고 쓰겠지만 결국 나중에는 K-뷰티의 질적 저하를 부르는 우를 범할 수 있다. K-뷰티는 국가 브랜드라는 자산이다. 규모가 커지고 있는 만큼 품질이 뒤따라야 한다.

2018년 대한화장품학회의 중점 추진 사업을 말해 달라.

학회 회원수 확충도 중요하지만 그 것은 결과로 나타날 것이고… 학회에 오면 회원사에 이득이 되는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 학회를 통해 회원사들의 아이디어도 풍부해지고 서로 협력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려고 한다.

집단 지성이라는 말이 여기서도 필요하다. 경쟁사라도 뭉치면 긍정적인 효과를 나타낸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사실 현재 학회에는 자체 사무실이 없다. 하지만 올해 안에는 학회 사무실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 또 하나는 세계화장품학회(IFSCC) 회장직을 맡고 있는 동안 우리나라의 화장품 기술력을 글로벌에 알리고 네트워크를 구축해 한국 화장품 산업이 더욱 발전하는데 기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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