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0.31 (화)

  • 구름많음동두천 10.6℃
  • 맑음강릉 16.6℃
  • 박무서울 13.1℃
  • 박무대전 11.4℃
  • 맑음대구 9.8℃
  • 맑음울산 13.1℃
  • 맑음광주 10.6℃
  • 맑음부산 15.8℃
  • 구름많음고창 7.6℃
  • 맑음제주 14.1℃
  • 구름많음강화 12.7℃
  • 구름많음보은 8.5℃
  • 구름많음금산 7.2℃
  • 맑음강진군 8.0℃
  • 맑음경주시 8.3℃
  • 맑음거제 12.8℃
기상청 제공

화장품칼럼

[화장품 컬럼] 화장품 인체 적용시험 발전과 미래

하재현 편집위원 (아이이씨코리아 대표)

[코스인코리아닷컴 하재현 편집위원] 광고실증제가 도입되면서 화장품 제조판매업자는 시장에 판매되는 모든 화장품의 효능과 안전성을 실증하는 자료를 보유해야 한다. 이로 인해 실증자료 확보를 위한 화장품 인체적용시험이 활발하게 시행되고 있으며 국내 여러 화장품 인체적용시험기관들은 성업 중이다.

화장품 산업의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는 유럽과 북미 지역에는 오래전부터 많은 화장품 인체적용시험기관들이 활동하고 있었으나 국내 화장품 인체적용시험은 3개 기관(더마프로, 아이이씨코리아, 엘리드)이 시발점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이전에도 화장품 인체적용시험은 일부 대기업의 연구소에서 소규모로 시행됐다. 하지만 전문적인 인체적용시험기관이 설립되면서 화장품 인체적용시험의 기술, 시설, 인력의 체계가 갖춰지게 됐으며 현재는 시장 규모가 확대돼 국내에만 7~8개 기관이 운영되고 있다.

과거 국내에 화장품 인체적용시험기관이 없던 때에는 대학병원이나 외국 기관에 위탁해야 했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대학병원을 섭외하기 어려운 중소기업들은 화장품 인체적용시험을 수행할 기회를 얻기 어려웠으며 외국의 기관에 위탁할 경우 의사소통의 어려움과 문화적 차이로 업무가 매끄럽게 진행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요즘은 국내 전문기관에서 쉽고 빠르며 저렴한 비용으로 인체적용시험을 수행할 수 있게 됐다. 별도의 연구인력을 보유하지 못한 중소기업들까지 인체적용시험의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 화장품 산업의 측면에서 긍정적인 현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국내 화장품 인체적용시험은 독특한 측면이 있다. 유럽 등 다른 나라에서는 화장품 인체적용시험이 주로 화장품의 안전성을 평가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지만 전문가 육안평가나 시험대상자들의 설문 평가 방식으로 수행되는 실험이 대부분이다.

국내는 화장품의 효능을 평가하는 실험이 대부분이며 다양한 피부측정 장비를 이용하는 사례가 많다. 이는 기능성 화장품 인허가와 광고실증제 같은 제도적 특성에 기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규모 인력과 시설, 최첨단 피부측정장비를 활용하는 우리나라 인체적용시험기관의 수준은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춰나가고 있다. 최근에는 세계적인 다국적 기업들도 화장품 인체적용시험은 국내 평가 기관에 위탁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으며 앞으로 이러한 추세는 더욱 가속될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국내 화장품 인체적용시험이 더 높은 수준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외형적인 발전뿐 아니라 사람을 대상으로 수행하는 임상연구, 화장품의 효능과 안전성을 평가하는 연구로서의 근본에 충실한 노력이 필요하다.

임상연구의 경우 실험에 참여하는 대상자들의 인권 문제에 각별히 신경 쓸 필요가 있다. 과거 서구사회에서 피험자를 속이고 질환 치료와 관계없는 다른 약물을 제공하거나 안전성이 확보되지 못한 시험약을 제공해 사망, 불구, 기형아 등이 발생하는 사례가 있었다. 이러한 문제로 세계 각국의 의사들이 1964년에 핀란드에서 헬싱키선언을 발표했다.

이후 헬싱키 헬싱키선언의 주요 내용은 GCP 가이드라인으로 구체화되었다. GCP 가이드라인의 주요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다. ▲피험자의 권리와 안전은 사회적, 과학적 이익보다 우선되어야 한다. ▲연구 대상 물질에 관한 가능한 모든 정보는 사전에 검토되어야 한다. ▲임상연구는 과학적 방법으로 수행되어야 하며 연구방법은 사전에 기관생명윤리위원회(IRB)로부터 승인되어야 한다. ▲시험에 참여하는 피험자에게 연구의 모든 정보를 상세하게 전달하고 자발적인 동의를 얻어야 한다. ▲연구로부터 발생하는 모든 정보는 정확하게 기록, 관리, 보존되어야 한다.

국내에서 GCP 가이드라인은 의약품 임상연구에 적용되고 있으나 아직 화장품 인체적용시험에는 제도적 뒷받침이 없는 상태이다. 이미 국내의 주요 화장품 인체적용시험기관들은 GCP 가이드라인의 내용에 따라 기관생명윤리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하고 있으며 피험자의 안전과 권익 보호를 위한 업무 절차, 연구원들의 교육, 과학적이고 타당한 시험방법 개발, 시험자료와 시료자료의 관리 보존을 업무에 적용하고 있다.

이제는 인력, 시설의 규모가 아닌 GCP 가이드라인의 내용을 얼마나 충실하게 업무에 적용해 실험을 수행할 수 있는지는 화장품 인체적용시험 기관의 품질을 평가하는 기준이 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어려움도 존재한다. 의약품의 임상연구를 기준으로 제정된 GCP 가이드라인의 일부 내용을 화장품 인체적용시험에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의약품과 달리 화장품 인체적용시험에서는 국제적 표준화된 시험방법이 존재하거나 동일한 시험방법을 반복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경우가 많아 시험방법을 개별적으로 기관생명윤리위원회에서 검토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화장품은 인체에 안전한 것으로 알려진 물질들을 혼합해 제조되며 의약품처럼 심각한 부작용의 발생률이 낮다. 또 신제품 개발 과정이 의약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고 인체적용시험도 수개월 이내 완료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OEM ODM 생산이 많은 화장품 산업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화장품 인체적용시험에서는 GCP 가이드라인의 일부 내용을 산업적 특성을 반영해 조정, 적용할 필요가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이미 유럽이나 북미의 화장품 선진국에서도 이러한 화장품 산업의 특수성을 고려해 GCP 가이드라인의 원칙은 준수하되 탄력적으로 세부사항을 적용하고 있다. 화장품 인체적용시험을 위한 시료를 GMP 생산시설 대신 실험실에서 제조한 것을 사용하는 게 그 사례이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개정 중인 화장품의 인체적용시험에 관한 가이드라인에도 GCP 가이드라인의 핵심 내용들을 포함하되 화장품의 인체적용시험에 적합하도록 산업계의 의견이 반영되고 있어서 다행이다.

국내 화장품 인체적용시험은 시험기관의 자율적 노력으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춰나가고 있다. 이제 본격적인 성장기의 초입에서 기관의 자율적 노력만큼 인체적용시험을 위탁하는 화장품제조판매업자의 공동 역할도 중요하다. 아울러 정부의 제도적 뒷받침을 받는다면 우리나라 화장품 인체적용시험 기관은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하재현 아이이씨코리아 대표

프로필 : 아이이씨코리아 대표이사, 대전보건대학교 화장품과학과 외래교수, 한국피부장벽학회 이사,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