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인코리아닷컴 전문위원 박근형] 화장품 업계 종사자라면 이미 익숙할 ‘화장품 안전성 평가제도’. 시행은 아직 몇 년 남았지만, 업계의 관심은 벌써 뜨겁다. 이는 단순한 규제가 아닌, K-뷰티의 글로벌 신뢰도 제고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제도적 토대이기 때문이다.
해당 제도는 2025년부터 유예기간을 거쳐 점진적으로 도입되며, 2028년부터는 단계적으로 시행된다. 궁극적으로 2031년에 국내에서 제조되거나 수입되는 모든 화장품에 전면 적용될 예정이다.
왜 지금, 이 제도가 필요한가?
전 세계 화장품 시장은 안전성과 투명성을 기반으로 재편되고 있다. 이미 EU는 2013년부터, 미국은 2023년 MoCRA 시행을 통해, 그리고 중국은 2025년부터 화장품 안전성 평가 제도를 강화했다. 글로벌 시장 진출을 모색하는 국내 기업들이 이러한 변화에 발맞추지 않으면 수출 차질이나 제품 리콜 등의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 화장품의 주요 수출 대상국 10곳 중 7곳이 이미 안전성 평가를 법적 의무로 시행하고 있다. K-뷰티가 단순한 ‘트렌드’에서 글로벌 ‘표준’으로 자리매김하려면, 제품의 신뢰성과 과학적 근거 확보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니다.
제도의 핵심, ‘안전성 평가 자료’
‘화장품 안전성 평가제도’의 골자는, 제품 출시 전 해당 화장품의 안전성을 입증하는 자료를 작성해 보관하는 것이다. 이 자료는 특정자격을 갖춘 평가자의 검토 및 승인을 거쳐야 하며, 필요한 경우, 식약처의 요구에 따라 제출할 수 있어야 한다.
안전성 평가 보고서는 단순한 문서가 아니다. 제품의 전 성분, 사용 용량, 사용 목적, 대상 소비자군, 물리화학적 특성, 독성 자료, 노출 시뮬레이션, 유해 사례 보고 등 다층적인 과학적 평가 항목이 포함된다. 이는 제품이 일반적인 사용 조건에서 인체에 유해하지 않다는 과학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이러한 평가 방식은 EU의 CPSR(Cosmetic Product Safety Report),PIF(Product Information File) 등과 매우 유사하며, 이는 국제적 호환성을 고려한 설계임을 보여준다.
외부 위탁도 가능, 국제 자료 인정도 확대
제도 도입 초기에는 모든 기업이 내부에 평가자를 두기 어려운 만큼, 외부 전문기관에 위탁하는 방안도 허용된다. 또한, 해외에서 이미 승인된 평가 자료(CPSR, MoCRA 기반 보고서 등)도 국내 기준에 부합할 경우 인정된다.
식약처는 “글로벌 기준을 반영하되, 국내 화장품 산업의 현실에 맞춘 가이드라인을 단계적으로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를 통해 제도의 정착을 유도하고, 중소기업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방향으로 정책을 설계하고 있다.
시행 일정과 대상은?
우선 적용 대상에는 신규 기능성 화장품, 영유아 및 어린이 화장품, 신규 품목 등이 포함된다. 이는 상대적으로 민감한 소비자군을 대상으로 하는 제품에 대해 보다 강화된 안전성 기준을 적용하려는 취지다.
국내 화장품 제조·판매 기업의 90% 이상이 연 매출 10억 원 미만의 중소기업임을 감안하면, 실제 준비 기간은 길지 않다. 따라서 지금부터 단계적으로 준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업계가 주목하는 이유
국내화장품 시장은 지난 10년간 눈부신 외형 성장을 이뤘다. 책임판매업체 수는 약 8배 이상 증가했으며, 다양한 신소재 및 고기능성 원료가 빠르게 도입되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광고 과열, 비과학적 효능 주장, 법적 기준을 넘어선 마케팅 문구 등이 문제로 지적되어 왔다.
화장품법에서 명시한 정의는 다음과 같다. ‘화장품’이란 인체를 청결·미화하여 매력을 더하고 용모를 밝게 변화시키거나 피부·모발의 건강을 유지 또는 증진하기 위하여 인체에 바르고 문지르거나 뿌리는 등 이와 유사한 방법으로 사용되는 물품으로서 인체에 대한 작용이 경미한 것을 말한다.
이 기본 전제에서 벗어난 과도한 마케팅은 결국 국내 화장품 시장 전반의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화장품 안전성 평가제도’는 단순한 규제의 틀을 넘어, 시장의 질적 성장을 이끄는 필요한 안전 장치다.
실무 현장의 목소리 “지금이 준비할 타이밍”
필자 역시 원료 선택, 인체적용시험, 브랜드 전략 수립, 글로벌 인증 등 현장에서 다양한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특히, 유럽 CPNP 등록, CPSR 작성, 미국 MoCRA 등록, OTC 품목 분류 등 해외 진출 관련 문의가 눈에 띄게 늘었다.
기업 입장에서는 단순히 국내 기준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수출 주요국의 규정 간 교집합을 정리해, 보다 타이트한 기준으로 PIF를 구성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유리하다. 미국의 MoCRA, EU의 CPSR, 중국의 CSAR(화장품 감독관리조례) 등 각국의 제도 변화에 대한 모니터링도 함께 필요하다.
초기에는 외부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는 것도 충분히 효과적이다. 다만, 국내외 기준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고, 실무 경험이 풍부한 기관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제도의 성공이 K-뷰티의 신뢰를 완성한다
비록 제도의 도입 시점은 일부 국가보다 늦었지만, 한국 화장품 산업의 민첩한 대응력과 자체 품질에 대한 자부심을 고려할 때, 짧은 시간 안에 제도가 정착될 가능성은 높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제품과 관련 보고서, 브랜드의 전반적인 시스템이 제3국에서도 신뢰받는 기준이 될 수 있다면, 화장품 산업 외에도 연관 산업 전체에 긍정적인 파급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화장품 안전성 평가제도’가 K-뷰티의 신뢰도를 더욱 높이고, 제품 하나하나가 품질과 과학적 근거로 인정받는 시장이 되길 기대한다. 이제는 단순히 잘 팔리는 화장품이 아니라, 신뢰로 기억되는 K-뷰티가 되어야 할 때다.
박근형 선진임상연구센터(SCRC) 대표이사
경희대학교 유전공학과 이학박사(Ph.D.), 선진임상연구센터(SCRC) 대표이사, (전) 경희대학교 생명과학대학 강사, 아이이씨코리아(주) 임상연구팀장, (주)오에이티씨 피부임상시험센터장, (주)오에이티씨 임상시험연구본부장(이사), 한국인터텍테스팅서비스(주) 연구책임자(PI)
Copyright ⓒ Since 2012 COS'IN. All Right Reserved.
#코스인 #코스인코리아닷컴 #화장품 #코스메틱 #화장품컬럼 #선진임상연구센터(SCRC) #박근형대표 #화장품안전성평가제도 #CPNP #MoCRA #CPSR #OTC #화장품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