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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칼럼

[화장품 컬럼] ESG 2.0시대, 규제 대응을 넘어 새로운 성장을!

김기현 슬록(주) 대표이사

[코스인코리아닷컴 전문위원 김기현] 최근 EU이사회에서 ESG 관련 법안 5가지가 무더기로 통과됐다. 집행위원회, 의회, 이사회 등 EU의 입법 절차가 모두 마무리된 것이다. ESG 규제가 한걸음 더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이 중에는 화장품 업계를 포함한 국내 산업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공급망 실사지침(CSDDD, Corporate Sustainability Due Diligence Directive)과 에코디자인 규정(ESPR, Ecodesign for Sustainable Products Regulation)도 포함됐다.

 

공급망 실사지침은 ‘ESG 규제의 끝판왕’으로 불리며 기업의 공급망에서 발생할 수 있는 환경, 인권 등 ESG 관련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다. 이 법은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을 적용 대상으로 하지만 그 협력사까지도 실사를 진행하도록 의무가 부과되어 그 영향이 급격히 확대되는 것이 핵심이다.

 

27개 EU 회원국은 2년 안에 이번에 통과된 공급망 실사지침(CSDDD)에 따라 자국법을 제정해야 하며 약 2년 후부터는 대기업 뿐만 아니라 그 회사에 원부자재를 공급하는 업체, OEM 생산업체, 용역 업체 등 공급망 내의 중소기업도 실사를 피해 갈 수 없을 전망이다.

 

# 화장품도 피해 갈 수 없는 ESG 관련 규제

 

에코디자인 규정 역시 EU의 모든 입법 절차를 통과했다. 이 법은 제품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만들어진 법으로 당초 지침(Directive)에서 규정(Regulation)으로 강화된 것을 볼 때 유럽 사회의 실행 의지가 얼마나 강한지 짐작할 수 있다. 에코디자인 규정에 따라 앞으로 EU에서 유통되는 모든 물리적 제품에는 지속가능성 관련 정보가 수록된 바코드 형태의 디지털 제품여권(DPP, Digital Product Passport)이 필요하게 된다.

 

우선 적용 품목은 섬유, 가구, 타이어, 철, 플라스틱, 알루미늄 등이지만 화장품을 포함한 모든 물리적인 제품으로 확대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또 하나 주목할 조항은 미판매 의류의 폐기를 금지하는 내용으로 대기업들은 매년 재고 제품의 수와 폐기 이유를 소명해야 한다. 생산과 유통, 사용 단계에서 폐기 물량이 상당한 화장품 업계로선 결코 남의 일 같지 않은 규정이다. 공급망 실사지침(CSDDD)과 에코디자인 규정(ESPR)은 모두 1~2년 내에 화장품 업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두 규정 모두 위반 시 과징금이 부과된다.

 

오는 11월에는 부산에서 법적 구속력을 가지는 플라스틱 국제협약의 출범을 위한 마지막 실무회의가 열린다. 내년 초에는 플라스틱 협약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플라스틱 사용량을 강제적으로 감축하는 것과 관련해선 산유국들의 반발 등 국가 간 이견이 심하긴 하지만 플라스틱 생애 전주기에 대해 다양한 규제가 생길 것은 자명하다. 파리 기후협약 이후 ESG,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이 이뤄진 것처럼 플라스틱 협약 이후 탈플라스틱, 순환경제 사회로의 변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이제 ESG 경영은 옵션이 아니다. ESG 전환을 더 이상 외면하거나 무작정 미룰 수 없는 상황이 됐다. 2020년 포스코 그룹은 협력업체 1,630개 가운데 ESG 평가가 나쁜 203개 사와 계약을 해지하고 대신 ESG 평가가 좋은 신규 공급사를 선정했다. 우리나라 중소 제조업체의 약 42%가 대기업의 협력사인 걸 감안하면 공급망 실사지침이 본격화되면 중소기업에 ESG는 대기업과의 거래관계 유지를 위한 생존 필수템이 될 것이다.

 

디지털 제품여권이 활성화되면 모든 제품마다 ▲내구성 ▲재사용·재활용 가능성 ▲수리용이성 ▲환경발자국 등의 정보를 담아 소비자에게 공개해야 한다. 화장품의 경우에도 포장재의 각 구성 항목별로 재사용(Reuse)이나 재활용(Recycle) 가능성으로 표기하고 탄소발자국을 공개하는 것이 기본이 될 것이다. 플라스틱 협약이 출범하게 되면 용기의 60% 이상을 플라스틱 소재를 사용하고 사용 후 포장재의 80% 이상이 폐기되는 화장품 업계는 규제의 집중 타깃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패션업계에서 디지털 제품 여권과 관련해 흥미로운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지속가능 패션 이니셔티브에서 국내 섬유 패션 업계 종사자와 소비자 1,450여 명을 대상으로 ‘디지털 제품 여권’ 부착과 관련한 설문 조사를 진행한 결과, 섬유 제품에 부착된 디지털 제품 여권을 통해 지속가능 정보를 확인했을 때 소비자의 76.7%가 제품에 대한 신뢰나 호감도가 높아졌으며 79.5%는 실제로 구매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기업에 부담만 주는 규제로 여겨졌던 ESG와 환경 등의 주제가 새로운 사업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조사 결과다.

 

# ESG 2.0, 지속가능성을 제품에 담다

 

CES(Consumer Electronics Show)는 매년 초 LA에서 미국소비자기술협회 주최로 열리는 가전 IT 전시회로 세계 3대 IT 전시회 중 하나이자 세계에서 가장 큰 IT 전시회이다. 이곳에서는 세상의 테크놀로지가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가늠해 볼 수 있는데 최근 몇 년간 CES의 핵심적인 키워드는 바로 ‘지속가능성’이다.

 

올해에도 세탁 과정에서 배출되는 미세플라스틱을 최대 98%까지 잡아내는 삼성전자의 미세플라스틱 포집 세탁기 필터, PET 등을 포함한 9가지 주요 플라스틱 재료를 효율적이고 정확하게 식별하는 휴대용 플라스틱 재료 스캐너 plaSCAN(Repla), 샤워나 손을 씻은 그레이워터(greywater)를 재사용할 수 있는 세계 최초의 휴대용 물 재활용 시스템 Wota Box(Wota) 등 지속가능성을 제품에 녹여낸 다양한 신제품들이 소개됐다.

 

ESG 2.0 시대가 시작됐다. ESG 시대를 선도하는 혁신기업들은 이미 지속가능성을 제품과 서비스에 담아내기 시작했다. ESG 1.0시대에서 기업의 전략은 수동적이었다. ESG경영공시나 공급망 실사지침 등 ESG 제도화에 따른 규제 대응이 핵심이었다. 반면, ESG 2.0에서는 기업은 보다 능동적인 전략을 취한다. 적극적인 ESG 활동을 통해 기업의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고 규제 대응의 단계를 넘어서 지속가능한 마케팅 차원에서 지속가능성을 제품과 서비스에 내재화한다.

 

부피와 중량을 줄인 크림제형의 캐나다 Everist샴푸

 

글로벌 화학기업 바스프(BASF)는 자체 지속가능성 평가방법인 ‘트리플S(Sustainable Solution Steering: 지속가능 솔루션 관리 시스템)’를 구축해 45,000개 자사 제품에 대한 지속가능성을 정기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지속가능성이 높은 제품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매출 확대를 추진하고 미흡한 제품에 대해선 5년 내 포트폴리오에서 제거하는 방식으로 지속가능한 제품 라인업을 관리하고 있다. 글로벌 생활용품 브랜드 유니레버는 자체적으로 환경적,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는 브랜드에 대한 평가기준을 만들어 ‘지속가능한 생활브랜드’ 인증을 부여하고 있다.

 

이 제도를 운용하는 목적은 환경적,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브랜드가 회사의 성장에도 기여하고 있다는 것을 대내외적으로 증명하기 위한 것으로 2019년 말 기준으로 총 28개의 브랜드가 ‘지속가능한 생활 브랜드’ 인증을 받았다. 유니레버 10대 브랜드 중 7개(Dove, Knorr, Omo/Persil, Rexona/Sure, Lipton, Hellmann’s, Wall’s ice cream)가 지속가능한 생활 브랜드에 포함됐으며 이들 브랜드들은 2018년 기준 다른 브랜드보다 69% 더 성장했고 회사 매출의 무려 75%를 차지했다. 사회적 효과를 창출하는 브랜드들이 기업의 성장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게 입증된 것이다.

 

대부분의 국내 화장품, 뷰티기업들은 ESG를 현실의 문제로 인식하지 않는 분위기이다. 먹고 사는 게 급한데 ESG는 사치라고 여기는 분위기도 느껴진다. 아직 ESG가 제대로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ESG, 환경 등과 같은 용어를 접하면 피로감을 느끼는 것 같다. 수만 개의 국내 화장품기업 중 아직 배출권 할당업체는 없다.

 

작년 10월부터 시범 운영 중인 탄소국경세의 1차 적용 품목에도 화장품은 포함되지 않았다. 2026년부터 시작되는 ESG경영공시는 상장사들에게나 해당하는 문제다. 언뜻 보면 화장품은 ESG 관련 규제와 큰 영향을 받지 않는 업종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앞으로 다가올 플라스틱협약, 에코디자인 규정, 공급망 실사지침 등의 규제들은 화장품산업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 화장품산업의 ESG 2.0은 바로 지속가능 뷰티

 

사실 글로벌 뷰티업계에서는 이미 ESG 2.0 시대가 시작됐다. 지속가능 뷰티(sustainable beauty)로 진화하며 연평균 10%씩 성장하고 있는 클린뷰티가 바로 뷰티업계의 ESG 2.0이라 할 수 있다. 피부에 무해한 기존의 클린뷰티의 개념을 뛰어넘어 지속가능성을 제품에 진정성 있게 담아낸 제품들이 활발히 출시되고 있다. 지속가능성을 마케팅 차원에서 양념처럼 가미하는 것을 넘어 환경 부담을 줄이기 위한 포장과 제형은 물론 새로운 용법까지 등장하고 있다. 흥미로운 현상이다.

 

일반적으로 ESG 전환은 ▲ESG 1.0 시대(수동적으로 규제에 대응하는 단계) ▲ESG 1.5 시대(어차피 해야 하니 경쟁자보다 조금 더 잘 하려는 단계) ▲ESG 2.0 시대(지속가능한 제품과 서비스를 통해 ESG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단계)로 발전한다고 하는데 적어도 유럽과 북미의 뷰티업계에서는 이 과정이 동시에 일어나거나 앞 단계를 거치지 않고 바로 ESG 2.0으로 전환되고 있다.

 

클린뷰티 2.0으로 보여지는 뷰티업계의 ESG 2.0으로의 빠른 전환의 원인은 가치소비의 증가에서 찾을 수 있다. 2022년 5월 롯데멤버스가 성인 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3.5%가 가치소비를 해봤다고 응답했다. 슬록이 2023년 9월 화장품 소비자 496명을 대상으로 실사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96.2%가 기존에 사용하던 일반화장품을 지속가능성이 검증된 환경친화적인 화장품으로 교체할 의사가 있다고 응답했다. 이쯤되면 지속가능한 제품은 수요가 없을 거라는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지 않을까 싶다.

 

영국의 뷰티플랫폼 컬트뷰티는 ‘컬트컨셔스(Cult Conscious)’라는 클린뷰티 카테고리를 운영 중이며 1000개 이상의 지속가능한 뷰티제품이 판매중이다. 세포라는 2018년부터 ‘클린 앳 세포라(Clean at Sephora)’라는 클린뷰티 카테고리를 운영 중이며 2021년부터는 강화된 클린뷰티 카테고리인 ‘클린+플래닛 포지티브(Clean + Planet Positive)’를 시행 중이다. 세포라의 클린뷰티 카테고리에는 약 2,000개 이상의 지속가능한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

 

컬트컨셔스는 비건, 오가닉, 합성 방부제 무첨가 등 기존 클린뷰티의 기준 외에 재사용 가능한 포장, 생물 다양성 지원, 탄소발자국, 재생에너지 전환, 지역사회 지원 등 ESG 전반에 대한 항목을 고려해 입점 심사를 한다. 세포라는 클린+플래닛 포지티브는 클린성분을 기본으로 책임 있는 포장, 기후 약속, 지속가능한 조달, 기부 등을 입점 심사 항목으로 고려한다.

 

“나는 환경주의자가 아니라 자본주의자이기 때문에 지속가능성에 중점을 둔다”는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과 마찬가지로 수익을 전제로 사업을 운영하는 유통 채널이 기업 이미지 제고만을 위해 클린뷰티 카테고리에 힘을 쏟는 건 아닐 것이다.

 

이제 기업에게 ESG 전환은 피할 수 없는 과제다. ESG가 당장은 생소하고 불편할 수 있지만 그 이면에는 지속가능한 뷰티와 같은 새로운 성장의 기회가 존재한다. ESG 2.0 시대로 진입하면서 ESG 경영을 잘 도입한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들의 미래 경쟁력의 차이는 두드러질 것이다. 지난 5년 국내 화장품 시장의 성장률은 -2.8%였으나 같은 기간 K뷰티의 수출 성장률은 6.7%, 글로벌 클린뷰티 시장의 성장률 10%에 달했다. 어차피 가야 할 방향이 정해졌다면 규제 대응을 넘어서 액티브하게 비즈니스 기회를 확보하고 새로운 성장을 도모하는 건 어떨까?

 

 

김기현 소셜벤처 슬록(주) 대표이사

 

화장품 자원순환 플랫폼 '노웨이스트'운영, 업계 최초 화장품 탄소발자국 계산기 개발, 지속가능 화장품 검증서비스 '케이-서스테이너블' 운영, ESG, 탄소중립 관련 칼럼, 세미나 연사 활동, ISO ESG 심사원, * 공저 '광고를 알아야 크게 성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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