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림 의원 “동물실험을 금지하는 법안의 입법 취지에 공감하나?”
장준기 장협 상무 “찬성하지만, 법안 발의 전에 산업적인 측면에서 검토가 필요하다”
김효정 식약청 사무관 “원천적으로는 동의하지만 현실적으로 당장 시행하기는 어렵다”
화장품 동물실험 금지 법안이 발의될 예정인 가운데 화장품업계와 주무부처인 식품의약품안전청, 동물자유연대가 한자리에 모여 입법 방안을 모색하는 토론회가 지난 21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지난해 화장품 포장에 동물실험 실시 여부를 기재토록 하는 ‘화장품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한 문정림 의원 주최로 열린 이날 토론회는 각계 대표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입법 방안을 모색하자는 취지가 무색하게 팽팽한 입장차만 확인한 채 별 수확 없이 끝났다.
누구를 막론하고 동물실험을 금지하고 대체시험법을 사용하자는 취지에는 백퍼센트 공감하지만 현실의 벽에 막혀 실천하지 못하고 있는 이 ‘불편한 진실’에 대한 속 시원한 해결방안은 몇 차례 공개토론을 한다고 나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날 토론회도 동물자유연대와 함께 입법을 추진하고 있는 문정림 의원이 토론 말미에 식약청 김효정 사무관을 상대로 “취지에 공감하면 정책의지를 보여라”라고 질타하고, 김 사무관은 이에 대해 계속 현실적 어려움을 거론하는 원론적인 이야기만 되풀이하는 상황이 반복됐다.
화장품업계를 대표해 참가한 대한화장품협회 장준기 상무와 임두현 제도위원은 업계의 현실적인 어려움를 들어 입법 추진 전 제도 정비 작업과 법안이 추진될 경우 업체들이 준비할 수 있는 유예기간 등의 필요성을 역설했고, 발의 주체 가운데 하나인 동물자유연대 관계자들은 현재 완제품의 경우 사실상 동물실험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을 거론하면서 우선적인 입법 추진을 제안했다.
지난 3월 11일부터 동물실험 화장품 수입 및 판매를 전면금지 시킨 EU의 관련법 제정에 주도적 역할을 한 Cruelty Free International의 정책 전문가 닉 팔머 박사의 발제도 귀가 번쩍 뜨일만한 내용은 없었다. 그도 그저 그런 원론적인 개념과 추진 방향을 조언했을 뿐 20년을 준비해온 EU와 우리나라 사이의 격차를 좁힐 수 있는 묘책은 없었다.
이날 4시간이 넘는 발제와 토론, 논쟁을 통해 얻은 결과물이라고는 각각의 입장차를 명확하게 재확인했다는 것 정도다.
현실적으로 화장품 동물실험 금지 문제는 상호 간에 입장차를 좁히거나 합의를 도출해내기 매우 어려운 난제다.
대다수의 국민들이 반대하는 화장품 동물실험에 대해 업계도 기본적으로는 공감한다. 하지만 EU와 OECD에서도 완전한 동물실험 금지를 실시하지 못하는 실정에서 아직 선진국과 산업 인프라 격차가 있는 우리나라가 동물실험 금지를 전면 시행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게 업계와 식약청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처럼 현실적으로 합의가 도출되기 힘든 상황이기에 화장품 동물실험 금지 법안이 발의될 경우 정치적인 논리에 따라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입법 과정에서 이해 당사자, 특히 피규제자들(화장품업계)의 의견을 수렴한다고는 하지만, 늘 그렇듯이 정치 논리가 개입되면 피해 입는 쪽은 업계가 될 확률이 크다. 여론은 대의명분을 따지지 산업의 이익에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기 때문이다.
문정림 의원이 조만간 발의할 것으로 예상되는 입법안에 어떤 내용이 어느 정도 수준에서 담길지 확실치 않지만 현 시점에선 화장품업계의 의견이 대폭 수렴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따라서 업계는 동물실험 금지 법안 추진 이전에 업계가 필요로 하는 제도 정비가 이뤄질 수 있도록 입법기관과 주무부처에 보다 적극적이고 더 수렴된 업계의 중론을 전달하는데 주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