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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칼럼

[화장품 컬럼] 미인이 오래 산다

강학희 한국콜마 기술연구원장

[코스인코리아닷컴 전문위원 강학희] 사람은 모두 늙는다. 그러나 늙는 속도와 그 정도는 시대와 생활 패턴에 따라 매우 다르다. 50여 년 전 우리의 모습은 지금과 비교하면 수명과 건강한 정도, 피부 상태 등 모두 크게 달라졌음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1970년대 초반 65.5세이던 우리나라 평균 수명은 2010년대에 84.4세로 대략 19년 정도 수명이 연장됐다. 물질적으로 풍족해 지고 질병이나 기근 등에 대한 대처 능력이 커졌기 때문이다.

 

또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 주민이 다른 지방보다 평균 수명이 긴 것은 대체로 항노화에 대한 관심과 노화에 관한 지식 수준이 높고 이를 적용할 의료편의시설이 가까이 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다시 말해 우리가 노력하기에 따라더 건강해 질 수도 있고 오래 살 수도 있다는 것이다.

 

피부노화도 크게 다르지 않다. 피부와 노화에 대한 지식을 습득하고 실생활에서 잘 케어하면 우리는 건강하고 아름답게 오래 살 수 있게 된다. 피부노화는 자외선과 건조함, 그리고 혈행저하가 주원인으로 그 외 수면부족, 영양 불균형 등 나쁜 생활습관으로 만들어지는 유해한 활성산소 때문에 일어난다.

 

자외선은 우리 몸 세포의 노화를 촉진하는 주요 인자이다. 노화촉진을 막기 위해서는 과도한 햇빛 노출을 피해야 한다. 이는 사람 뿐 아니라 모든 생명체도 마찬가지다. 움직일 수 없는 식물의 경우는 항산화 물질을 자체적으로 보유함으로서 자외선으로 인한 산화를 막는다. 식물에 존재하는 항산화 물질로는 안토시아닌이나 케로틴 등이 대표적이며 대개 특유의 색상을 갖고 있다.

 

탄소동화 작용을 하는 여름철에는 엽록소 때문에 녹색으로 보이지만 가을이 되어 탄소동화 작용이 감소하고 엽록소가 줄어들면 마침내 처음부터 있었던 단풍 색상이 드러나게 된다. 가을에 예쁘게 단풍이 드는 것은 사실 그들이 자외선으로 부터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생존 전략인 것이다.

 

자외선에 대항하는 항산화제는 실제 과일이나 야채의 표면에 존재하므로 항노화 측면에서는 과일이나 식물의 속보다 껍질 부분이 우리 몸에 좋다. 이처럼 과다한 자외선 노출을 방지함으로써 피부노화 억제는 물론 우리 몸 세포의 노화를 더디게 만들어 보다 건강한 몸으로 아름답게 그리고 오래 살 수 있게 된다.

 

다음으로 중요한 항노화 인자는 보습이다. 우리 몸은 60~100조 개의 세포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액정(Lyotropic Liquid Crystal) 형태인 이들 세포막은 필수 구성성분으로 물을 필요로 한다. 사람은 신생아 때 수분 함량이 가장 높고 나이를 먹으면서 그 수분은 점점 줄어들어 마침내 생을 마감할 때 수분함량이 최저가 된다. 세포막을 구성하는 액정은 물의 수소결합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으며 우리 몸에서의 수분 손실이 액정 파괴로 이어져 세포의 기능 저하와 노화로 이어지게 된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우리 몸의 수분을 잃지 않게 하는 것이다. 한번 잃고 나면 다시 복구하기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항노화 제품이나 미백 제품에서 기본적으로 보습 기능이 충분이 설계되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보습 제품 설계 시에는 제형에 사용하는 계면활성제의 피부공격을 최소화해야 한다. 마이셀(micelle)이 쉽게 만들어지거나 상전이온도(phase transition temperature)가 낮은 계면활성제는 우리 피부의 세포지질을 공격할 가능성이 매우 높으므로 영양 크림 등 leaveon 제품에는 사용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

 

혈행촉진 또한 항노화의 중요한 인자이다. 우리 몸의 혈관과 림프관은 나이를 먹으면서 그 기능이 퇴화돼 원활한 대사 기능이 떨어지게 된다. 혈행을 촉진하기 위한 여러 제품들이 출시되어 있다. 디바이스, 마사지, 에탄올, 멘톨, 스크럽 기술 등이 있으며 이중 시트 마스크 제품은 보습은 물론이고 혈행촉진 기능에서 압도적 우위를 갖는 제품으로 재구매율이 매우 높은 상품군이다.

 

또 화장품은 우리 피부에 잘 맞아야 재구매력이 높아진다. 예를 들어 스킨로션류는 상대적으로 처방 내에서 물의 비율이 높다. 이를 피부에 도포했을 때 물은 금방 휘발하게 되고 이 때 피부 위에 잔존하는 성분들의 배합 비율이 피부 자극이나 이물감 여부을 결정하게 된다. 처방을 개발하는 연구자는 늘 피부 안전성을 염두에 둔 조성을 생각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재구매율이 높아질 수 없고 히트상품 개발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궁극적으로 자외선 차단을 잘 하고 우수한 보습력, 피부 편안함의 재구매 품질이 잘 갖춰져 있으면서 여기에 차별화 요소가 추가될 때 비로소 히트상품으로서의 요건을 충족하는 것이다.

 

세상이 급속히 바뀌고 있다. 인디브랜드나 크리에이터, 인플루언스 등이 세상의 변화를 주도 하고 있다. 젊은 고객은 온라인으로 신속히 이동하고 있고 국가 간에도 직구-역직구 거래가 증가하면서 국가간 시장 경계도 흐릿해지고 있다. 아울러 브랜드 명성은 날로 약해지고 명문가도 이들 신흥 유통 플랫폼에 크게 흔들리고 있다. 고객은 유명 브랜드만을 고집하지 않고 단품 형태의 카테고리 킬러(category killer) 상품을 찾는다.

 

인지 품질이 비슷해지면서 고객은 감성적 품질과 차별화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된다. 펀(fun)하고 트렌디(trendy)하며 사용 편리성을 중요하게 여길 뿐 아니라 소셜 미디어를 통한 경험 공유를 추구한다. 화장품 시장에서도 고객의 관심이 변화하면서 요구되는 특성들도 빠르게 변하고 있어 신상품의 시장 ‘인 & 아웃(in & out)’이 한층 가속화되고 몇몇 단품만이 살아남아 많은 상품이 시장에서 조기 퇴출되고 있다.

 

소셜 미디어의 파급력 뿐 아니라 우리를 둘러싼 거시 환경도 화장품 산업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지난 10여년간 우리나라 화장품 산업은 K-Beauty란 국가 브랜드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아 왔으나 최근 여러 원인으로 글로벌 경쟁력이 위축되고 있다. 아직도 매듭을 풀지 못하고 있는 사드 문제와 미-중 무역전쟁은 우리에게 또 다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신기술과 프로세스 혁신을 절실히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밀레니얼 세대에게 세상의 창문인 소셜미디어를 통한 소통의 프로세스 혁신이 필요하다. 오픈 이노베이션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이유이다.

 

4차산업 혁명 시대로 접어 들고 있는 이때에 가장 필요한 것은 개방과 통합을 통한 창조이며 이를 위해서는 우리 모두의 노력이 집단지성으로 모여야 할 것이다. 브랜드 회사를 비롯해 ODM 업체, 원료 업체, 패키지 업체, 임상 업체 등이 모두 함께 할 때 우리의 노력이 더 큰 결실을 맺을 수있을 것이다.

 

우선, 협업을 통한 차별화된 화장품 소재 개발이 필요하다. 특히 수입 의존도가 높은 취약한 국내 화장품 소재산업 분야의 산업 기반 활성화를 위해 대기업과 중소기업, 학계 간에 공동연구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 둘째는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한 고효율의 R&D 추구이다.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기업 내의 연구개발 기반 뿐 아니라 국내외에 존재하는 기업 외부의 연구개발 기반을 활용해 빠르고 효율적인 연구개발 활동을 수행해야 한다. 국내 화장품 산업 기반이 북미나 유럽보다 취약한 상태에서 R&D 투자 총액의 증가는 뒤로 하고서라도 매출 대비 높은 비중의 R&D 투자도 쉽지 않다.

 

따라서 국내 화장품 기업은 속도와 투자대비 실적 측면에서 연구개발 활동의 효율성을 높여가야만 한다. 기업 내에서 모든 것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잘하는 분야이거나 핵심 기술인 경우에는 기업 내의 연구개발 기반을 활용하고 잘 못하는 분야이거나 굳이 기업 내에서 개발할 필요가 없는 기술의 경우에는 공동연구, 위탁연구, 기술도입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외부의 연구개발 기반을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로는 화장품 기술과 타 영역기술 간의 기술 융합이다. 기존의 화장품 기술에 바이오, 한방 과학, 나노, 그리고 정보통신기술을 융합해 새로운 카테고리의 제품과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융합기술은 최근 급속히 발전하는 이종기술 분야와의 융합을 통해 신제품, 서비스를 창출하거나 기존 제품의 성능을 향상시키는 기술이다. 기술융합을 통해 화장품의 효능을 극대화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피부진단을 통한 맞춤형 화장품 개발, 의약기술을 접목한 코스메슈티컬 화장품 개발 등 새로운 카테고리의 제품 개발이 가능하다.

 

특히 국내 바이오, 한방과학, 그리고 정보통신 기술은 이미 세계적인 수준으로 발전해 있어 국내 화장품 산업에 새로운 경쟁력을 부여할 수 있다.

 

또 친환경 기술에 대한 글로벌 경쟁력 확보 전략이 필수적이다. 최근 소비자의 니즈가 천연, 유기농화장품에 집중되면서 세계적으로 천연, 유기농화장품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이미 국내 소비자들도 친환경 제품에 대한 인지가 성숙해져 있고 효능, 효과에 대한 기대치도 높다. 국내 화장품 기업은 미생물 오염에 취약해 방부제의 사용이 필수적인 화장품의 특성을 고려한 천연 방부제와 방부제 무첨가 제품의 개발, ‘생물 전환(Bioconversion)기술’ 또는 ‘발효(醱酵)기술’ 과 같은 미생물 효소를 활용한 친환경 공정 등의 원료의 선택에서 제품생산까지 전 과정에 걸쳐 친환경 기술을 개발, 확보해야 한다.

 

피터 드러커 박사는 “혁신만이 성장의 젖줄이 자, 고객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며 기업가의 능력은 혁신성에 달려 있다”고 했다. 또 그의 마지막 유작 ‘위대한 혁신’에서 혁신없이 미래는 없다고 전했고 혁신의 구체적 방법으로 너무 많은 것을 시도하거나 어려운 혁신, 현재가 아닌 먼 미래만 보고 실행하는 혁신은 절대 성공할 수 없다고 했으며 고객 입장에서 한가지 목표에만 초점을 맞춰 작게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나만의 것과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 한국의 문화와 정서, 지리적 특징, 고유의 미용법과 우리 고객의 소비 패턴 등은 세계 시장에서 차별화 요소로 발전될 수 있다. 우리에게 흔한 것들이 세계 시장으로 나가면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게 되고 많은 원료나 소재의 국산화가 병행되고 이로 인해 일 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것으로 본다.

 

발 빠른 트랜드 접목, 타 산업으로부터의 과감한 기술 도입, 신속한 신상품 도입과 함께 글로벌 고객과의 효율적인 소통 프로세스가 속히 개발 되어 K-Beauty 위상이 더 높아져 우리나라 화장품으로 더 많은 세계인이 더 아름답고, 더 건강하게, 더 장수할 수 있으면 좋겠다.

 

     강학희

     한국콜마 기술연구원장

     전 대한화장품학회장

     전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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