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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시리즈

[CHALLENGE (4)] 절실함과 주인의식

절심함과 주인의식은 혁신, 변화 주도하는 힘의 원동력

 

[코스인코리아닷컴 전문위원 신윤창] 국내 LG전자와 피어리스, 애경산업, 필립스전자, LG생명과학, 세라젬H&B, 종근당건강 등에서 영업과 마케팅 분야를 두루 경험한 바탕으로 화장품 마케팅에 대한 기본적인 물음과 방향성을 찾아 나간다. 최근 화장품 시장은 코로나와 함께 국내외적인 많은 변화로 그 어느 때보다도 겪어 보지 못했던 경험을 하고 있다. 하루에도 어려운 결단을 몇번이고 내려야 하는 시점에서 필자가 현장에서 느낀 생생한 경험치가 실전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편집자>

 

# 절실함 - 궁하면 통한다

 

할리우드 컨셉 디자이너인 스티브 정이 ‘최고가 되려면 최고를 만나게 하라’에서 그의 성공 비결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결핍이 나를 열정적으로 일하게 만들었다. 너무 가난해 제약이 많았고 기회가 충분히 채워지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내 몸에서 ‘해보고 싶다’, ‘이루고 싶다’라는 간절함이 넘쳐났다. 결핍이야말로 성장을 가져다주는 가장 센 동력이다.”

 

과거엔 헝그리 정신이란 말이 있었다. 가난한 농부의 아들과 딸로 태어나 가난을 더 이상 다음 대까지 물려 주지 않겠다는 절실함으로 맨손으로 시작해 자수성가한 성공 스토리도 많았다.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며 육상 챔피언이 된 사람도 있고 온갖 잡일을 하며 수백 번의 오디션의 낙방 끝에 지금은 스타가 된 사람들도 있다.

 

필자 역시 한국전쟁 때 북한에서 고향과 가족을 버리고 홀로 남한으로 이주하신 아버지 밑에서 1960년대에 태어나 그 시절 가난을 어린 마음에도 뼈저리게 느꼈었다. 그 때는 모든 것이 부족하고 절실했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지금 와서 반대로 생각하면 기회도 많았던 시절이었다.

 

상당수의 초대 대기업 오너들은 60~70년대 발전과 성장의 기회가 넘쳐났던 우리나라에서 절실함과 절박함으로 무장된 열정 하나로 기회를 움켜잡고 끈질긴 노력으로 기업을 일구어냈다. 시대가 그럴 수밖에 없게 만들었고 또한 그래야 먹고 살 수 있었던 시대였다. 공자는 논어(論語)에서 “군자는 힘들고 궁한 상황에서 위대한 답을 찾아낸다”고 하며 군자고궁(君子固窮)이란 말을 했다.

 

또 주역에서는 궁즉변 변즉통 통즉구(窮卽變, 變卽通, 通卽久), 즉 “궁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하며, 통하면 영원할 것”이라 했다. 바로 절실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훌륭한 대안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빠른 경제성장으로 우리나라는 어느새 선진국의 반열에 오를 정도로 경제적 부를 축적했다.

 

우리 부모님 세대, 할아버지 세대의 헌신과 노력과 고생은 그들의 바람대로 후대에게 경제적 여유를 물려주게 됐지만 상대적으로 절실한 어려움 끝에 이루는 도전 정신은 점차 사라져가고 있다. 물론 지금 청년들은 대학을 졸업해도 취직자리가 없어서 취업에 매우 절실하다고 한다. 하지만 지원자가 없어서 사람 한 명 뽑기도 너무 힘든 중소기업을 경영하는 필자의 입장에서 과연 대기업이나 공무원을 꿈꾸는 청년들이 진정으로 취업이 절실한 마음인지는 잘 모르겠다.

 

대기업 팀장시절 경력직원 한 명을 뽑으려고 했었는데 지원자가 300명이 넘었다. 1차적으로 인사팀에서 회사의 기준으로 서류 검토를 해서 200명을 떨어트렸고 내게 100명의 서류가 온 적이 있었다. 솔직히 일이 바빠서 100명의 서류를 일일이 볼 여력도 없었다. 그저 학력, 경력만 보고 걸러낼 수 밖에 없었다. 나는 그 중에서 10명을 면접을 보고 단 한 명만 뽑았다.

 

나머지 지원자 300여 명의 사람들이 어떤 사람인지는 정확히 알 수도 없었다. 아마도 지금도 대기업에 취업을 못하는 많은 청년들이 이런 경우에 해당될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다음 단계인 면접에서 지원자들의 스펙은 더 이상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다만, 마케팅 부서장이었던 내겐 전공은 그리 중요한 편은 아니었다. 내 경험상 어차피 신입사원들을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했기 때문이다.

 

물론 중소기업 경영자인 지금은 학벌도 별로 중요하지 않다. 과거나 지금이나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은 더 빨리 배우고 깨우치며 몸으로 실행할 수 있는 열정과 바른 태도이다.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진 요즘 시대의 젊은이 들에게 절실함은 물질적인 것이 아닌 마음가짐이며 일에 임하는 자세일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손자병법 구지(九地)편에는 무기나 군수물자가 아니라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는 절박감이 전쟁에서 승리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내용으로 ‘분주파부(焚舟破釜)’라는 말이 나온다. 배(舟)를 불태우고(焚), 솥(釜)을 깨트린다(破)는 뜻인 ‘분주파부’는 전투에 지면 타고 돌아갈 배도 없고 더 이상 밥을 해 먹을 솥도 없다는 절실한 상황이 만들어지면 병사들은 오로지 승리를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우게 된다는 것이다.

 

그림1 더 이상 물러날 곳 없는 ‘절박함’이 승리를 가져온다고 언급한 손자병법

 


이와 비슷한 내용으로 같은 손자병법 구지편에 ‘등고거제(登高去梯)’란 말도 나온다. 전투 날짜가 결정되면 마치 높은 곳(高)에 올려놓고(登) 사다리(梯)를 치우듯이(去)해야 절실함 속으로 자신을 던져 이번 전쟁에 지면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불굴의 정신력을 갖추게 된다는 뜻이다.

 

실제로 자신을 이렇게 몰아 붙이란 말이 아니다.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선 그런 마음가짐과 자세의 절실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2018년 아프리카 여행을 가서 초원의 사자도 보고 가젤도 만났었다. 다만, 아쉬웠던 것은 동물의 왕국 같은 자연 다큐에서 나오는 것처럼 사자가 멋지게 사냥하는 장면을 본 게 아니라 나무 그늘 아래에서 너부러져 낮잠을 자는 사자들의 모습이었다.

 

필자는 그 사자들이 분명 사냥을 하고 배부르게 먹었음이 틀림없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사실 사자의 사냥 성공률은 20%밖에 안된다고 한다. 기자시절 아프리카 세렝게티를 취재했고 지금은 생존경영연구소장으로서 세렝게티의 생존경영을 설파하고 있는 서광원 소장은 그의 저서 ‘사장의 자격’에서 사자와 가젤의 이야기를 통해 절실함의 중요성을 얘기한 바가 있다.

 

그림2 사자와 가젤의 생과 사를 결정짓는 ‘절실함’

 

 

사자와 가젤은 거의 같은 속도(시속 80km)로 달릴수 있기 때문에 사자가 그 간격을 좁히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더욱이 사자는 500m 이상을 전력질주 하면 몸에 열이 올라 죽을 수도 있기 때문에 500m 이내 에서 승부를 걸어야 한다. 그래서 가젤이 실수해 넘어지거나 가젤이 방심한 틈을 노려 기습공격을 하거나 여러 마리의 사자가 협공을 하지 않으면 사자는 튼실한 가젤을 잡기가 쉽지 않다.

 

사자와 가젤이 전력질주를 하는 500m는 양쪽 모두 고통스러운 상태이다. 이때는 누가 한번 더 힘을 내는 가에 따라 승부가 결정되는데 한 끼 식사를 위해 달리는 사자와 목숨을 걸고 절실하게 달려야 하는 가젤의 차이, 바로 이 차이가 사자의 사냥 성공률을 20%대에 머물게 만드는 주된 이유였다. 하지만 사자의 승률이 높아질 때가 있는데 바로 연속되는 사냥 실패로 굶어 죽을 지경이 되면 목숨을 걸고 뛸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바로 절실함의 차이가 승부를 바꿔 놓는 것이다.

 

요즘처럼 다들 실력이 비슷하고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차별화된 성과를 내는 것은 사자와 가젤이 500m에서 겪어야 하는 고통스러운 전력질주와 같다. 자신을 벼랑 끝에 스스로를 내밀듯이 절실한 마음가짐으로 일에 임하면 반드시 가젤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맹자(孟子)는 하늘이 장차 중대한 일을 맡기려는 사람이란 의미로 천장강대임어사인야(天將降大任於斯人也)란 말을 했다. 하늘이 장차 어떤 사람에게 큰일을 맡기려 할 때는 반드시 먼저 그 마음을 고통스럽게 괴롭히고 뼈마디가 꺾어지듯 육체적 고통을 당하게 하며 배고프고 가난에 처하게도 하고 하는 일마다 순조롭지 못하게 한다. 그리해 마음에 고난을 극복하고 참을성을 기르게 돼 지금까지 할 수 없었던 어떤 사명도 감당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아직도 이런 절실함이란 것이 요즘 세대에는 마음에와 닿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절실하지 않은데 어떻게 절실한 마음을 유지할 수 있을까? 너무 경쟁에 치여 성공에 매달리다 보니 오히려 너무 스트레스를 받고 좌불안석으로 초조해져서 집중력과 평정심을 잃어 버린다면 더욱 일에 방해가 되는 것이 아닐까? 맞는 말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절실함은 경쟁에 관한 것이 아니다. 절실함은 돈과 명예, 출세에 관한 것도 아니다. 절실함은 꿈과 비젼에 관한 것이며 성취감에 대한 것이다. 동물이 현재의 생존을 위해 절실했고 50~60대 세대들은 먹고 살기 위해 절실했다면 21세기를 사는 청년들은 꿈을 위해 절실해야 한다. 그리고 그 절실함이 열정이 돼 꿈을 향해 뛰어가게 해야 한다. 그러기 때문에 나의 열정의 대상은 경쟁상대도 아니고 출세를 위한 것이 아니라 바로 미래에 그려지는 나 자신이다.

 

어제의 내가 현재 나의 발목을 붙잡게 할 수는 없다. 일신우일신(日新又日 新), 어제보다 매일 새로워져서 꿈에 한 발짝 다가가기 위한 열정이 절실하게 필요한 것이다. 2017년 5월 세라젬H&B의 대표이사를 사직하고 필자는 그해 한양대학교 경영학부 마케팅 전공으로 박사과정에 들어갔다. 내 나이 54세였다.

 

당시 내겐 다시 직장 생활을 한다는 것보다 60이 넘어서도 돈을 벌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해야 한다는 절실함이 있었다. 공부의 목적은 박사학위를 취득해 대학은 물론 기업체 등에서 나이 들어도 계속 강의를 할 수 있는 자격을 채우자는 것이었다. 2년 간의 코스워크(Course Work) 과정은 매우 힘들었다. 대학원생은 사람이기를 포기해야 한다고 했을 정도로 혹독하게 공부를 하고 논문과 씨름을 해야 했다. 내가 고3때 이렇게 공부했다면 한양대가 아니라 서울대에 입학했을 것이라는 말이 나왔을 정도로 내 인생 가장 공부를 많이 한 2년이었다.

 

그 결과, 전과목에서 A이상을 받을 정도로 좋은 학점도 받았고 박사학위 취득 기준인 소논문 3개도 학회에 발표해 마지막 박사학위 논문만 쓰면 학위를 취득할 수 있는 단계에 도달했다. 이 모두가 간절한 절실함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그런데 어떤 인연으로 2019년 종근당건강 임원으로 취직을 하게 됐다. 화장품사업본부장으로서 조직을 재정비하고 신규브랜드를 출시했으며 중국법인도 만들었다. 그리고 2020년엔 직접 중국법인장으로 발령 나서 다시 중국으로 가게 됐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중국시장이 봉쇄되자 이렇다할 성과를 못 내고 회사에서 버림을 받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야 했다.

 

다시 시작한 2년 간의 회사생활동안 나는 박사학위에 대한 절실함을 잊고 살았다. 그리고 종근당건강을 떠난 후, 지금의 회사인 AM H&B를 설립하고 화장품 사업을 이어가며 박사학위의 필요성과 절실함은 이미 사라져 버려, 결국 학위논문 쓰는 걸 포기하고 말았다. 지금 내게 절실한 대상은 학위가 아니라 지금 출시한 뷰런치(Beaurunch)화장품을 성공시키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결국 꿈과 목표에 대한 절실한 마음의 차이가 박사학위에 대해 다른 결과를 만든 것이다. 그래서 절실함은 꿈을 향해 있는 것이다. 설령 꿈은 멀고 현실은 가깝다 해도 지금 나의 일이 꿈을 향한 과정이라면 절실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그 절실함이 우리를 열정의 세계로 안내해 꿈을 이루게 할 것이다.

 

# 주인의식 – 스스로 중요한 사람이 되자

 

2010년 3월 필자는 갑작스런 중국발령으로 세라젬H&B 중국법인을 세우고 중국에 맨 땅에 헤딩하듯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시작해 3년 후엔 흑자가 나는 꽤 괜찮은 회사를 만들었다. 한번에 필요한 조직과 인원을 갖추지 않고 직접 개발, 구매, 재무, 마케팅, 영업 등 전반적인 일을 열정 적으로 직접 뛰면서 내가 혼자서 감당할 수 없을 때마다 한 명 한 명씩 사람들을 채용해 왔다.

 

그러다 보니 초창기에는 밤도 없었고 휴일도 없었다. 오직 새로 만든이 회사가 바르게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내 인 생의 전부였다. 그렇다고 남들처럼 해외근무 수당 같은 혜택도 없었고 급여가 한국에 있을 때보다 올라 간것도 없었다. 오히려 중국에서 세금이 더 올라서 금전 적으로는 더 손실이었다.

 

하지만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의 작은 자본금을 마치 내 돈처럼 소중히 사용하며 마른 수건도 한 번 더 쥐어짜듯 경비를 아끼며 열정적으로 일해왔다. 그래서 사장이 되기 전까지 전용 승용차도 없었다. 회사와 가까운 아파트에서 한국인 팀장들과 모여 살고 있었으니 함께 출퇴근하면 됐고 넓은 중국 땅에서 혼자 차를 몰고 출장 갈 일도 없다는 생각에 경비를 조금이라도 줄이자는 측면에서 승용차 하나를 직원들과 함께 공용으로 이용했기 때문이다.

 

창업 후 흑자가 나기까지 지난 3년은 직장생활 중 그 어느 때보다 힘든 기간이었다. 말도 안 통하는 중국 땅에서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앞이 깜깜하다 못해 새하얗게 보일 정도였으니 말이다. 당시 50세가 다된 나이에 왜 이 중국 땅에서 이런 고생을 하고 있을까 하며 모두 다 때려 치우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었던 순간들이 잊을 만하면 찾아왔었고 술 마시고 취해 대성통곡을 하며 울기도 여러 번 했었다.

 

하지만 꿈은 나를 계속 이곳에 머물라 했고 열정은 나보고 중국에서 본 때를 보여주라고 계속 재촉했다. 그러다 보니 나는 어느 새 월급을 받는 종업원이 아닌 주인의식을 가진 고용주의 마음으로 경영을 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됐다. 우리는 주인의식이란 말을 많이 하기도 하고 많이 듣기도 한다. 주인이 아닌데 주인처럼 일하라고 하니 월급쟁이에게 있어서 그 괴리감은 참으로 크다. 직원들이 주인처럼 일했다고 주인처럼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아닌데 자꾸 주인처럼 일하라고 한다고 그게 되는 일일까?

 

앞서 말했듯이 임원시절 중국에서 차가 없었던 나는 직원들과 함께 검은색 소나타 승용차 한 대를 사용했었다. 그런데 이 차는 항상 겉도 더럽지만 안에도 먼지가 수북했다. 특히 외관이 검은 색이라 더욱 더럽게 티가 나 보였다. 누군가 하겠지 하며 아무도 청소를 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참다 못한 내가 가끔 먼지털이로 닦아주기도 했지만 매번 그럴 때 마다 임원이 돼서 이런걸 해야 하나 하는 회한이 들며 그나마도 점점 더 하지 않게 됐다.

 

만약 그 차가 나만 타는 차였으면 아마 나도 수시로 닦아주었을지도 모른다. 여러 명이 이용하는 그 차에는 실질적인 단 한 명의 주인도 없었던 것이다. 회사에 다니는 직원들 대부분이 주인의식이 없다면 회사도 그 차처럼 누군가 하겠지 하며 방치돼 버릴지도 모르겠다. 주인의식이란 이런 것이다. 주인의식은 남이 시켜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함께 타는 차를 스스로 아끼고 청소하듯이 자발적으로 생겨야 하는 것이다.

 

회사에는 분명 주인이 있다. 그리고 주인에게는 주인 의식이 당연히 있으나 대부분의 직원들은 그렇지가 못한 게 현실이다. 그러니 주인의 눈에는 직원들이 영 마땅치가 않아서 자꾸만 잔소리를 하게 될 수밖에 없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런데 잔소리할 때만 반짝이고 계속 되지 않는 것은 주인의식이란 것이 남이 시켜서 억지로 되는 일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니 앞으로 이 글을 읽은 고용주께서는 입만 아프고 마음만 상하는 주인의식 이란 단어를 이제 더 이상 얘기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대신 직원들이 스스로 주인의식을 가질 수 있는 회사의 분위기를 만들어 줘야 한다. 직접적인 잔소리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우러나는 주인의식을 심어주어야 한다. 그리고 그 해답은 바로 열정적 조직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다. 주인의식은 열정을 먹고 자란다. 그러므로 열정적인 직원은 자동적으로 주인의식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서울대학교 철학사상연구소가 해석한 니체의 주인의식에 대한 글을 인용해 본다.

 

“주인의식을 지닌 존재는 스스로 가치평가를 할 수있는 자, 삶을 자기극복을 통해 조형하려는 강한 의지의 소유자, 많은 욕구들의 긴장적 대립을 제어하고 자기극복과 자기지배를 할 수 있고 자신과 다른 유형들을 차별화시킬 수 있는 거리의 파토스(Pathos der Distanz)의 소유자다. 이런 존재는 자기 긍정과 자기 가치의 느낌을 새로운 선의 내용으로 제시할 수 있는 자다. 이런 존재, 즉 주인의식을 가진 존재가 도덕 판단의 주체가 된다.”
 

우리가 흔히들 영어로 페이소스라고 발음하는 파토스(Pathos)란 문학비평용어사전에 의하면 그리스어로 열정이나 고통이나 기타 일반적으로 깊은 감정을 뜻한다. 특정한 시대, 지역, 집단을 지배하는 이념적 원칙이나 도덕적 규범을 지칭하는 에토스(ethos)와 대립하는 말로서 파토스는 ‘정서적인 호소력’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나는 이 대목에서 파토스를 폭 넓은 의미의 열정으로 단정하고 싶다. 즉 우리가 가지고 있는 수많은 감정들을 모두 포함하며 이를 승화시킬 수 있는 긍정과 열정의 힘을 말하는 것이다.

 

그래서 니체는 주인의식과 반대되는 개념으로 노예 의식을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것은 허영심 있는 사람의 피 속에 있는 '노예'이며 자기 자신에 대해 좋은 평판을 유도하려는 노예의 교활 함의 잔재이다." 노예의식이 있는 사람은 여론이나 평판 혹은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중요하기 때문에 좋은 평판에 기뻐하며 나쁜 평판에 괴로워한다.

 

자기에 대한 자긍심은 없고 오직 상사의 눈치만 보며 복종하고 시키는 일만 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 반면에 주인의식이 있는 사람은 자신에 대한 긍정에서 출발해 자신감과 용기, 그리고 열정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열정은 불가능을 인식하고 스스로 그것을 가능하게 하려는 노력과 행동을 만들지만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나 후회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세상의 한계를 뛰어 넘을 수가 있는 것이다.

 

주인의식에서 중요한 것은 반드시 직장의 주인과도 같은 마음을 가지라는 것만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내 인생의 주인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나의 주인은 나인데 직장에서 나는 다른 사람의 하인이 돼 있다면 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그러니 먼저 내 인생의 주인이 돼야 한다. 주인의식이란 말도 필요없다. 내가 바로 주인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과연 내 인생의 주인이 된 사람이 직장에서 하인처럼 일을 할까? 절대 그렇지가 않다. 스스로 인생의 주인이 된 사람은 조직과 다른 구성원들에게도 진실로 주인처럼 행동하게 되니, 그것이 바로 주인의식이다. 중국 당나라 시대 임제(臨濟)선사의 설법이 기록된 '임제록'에는 지금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좌우명으로 쓰여지고 있는 말이 있다.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 어느 곳이든 가는 곳마다 주인이 되면 그 머무는 곳이 모두 진 실된 곳이다.” 불교의 선(禪)사상에 의하면 원래 불법이란 밖에서 지식을 쌓듯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내 마음 속에 있으므로 스스로 주인이 된다면 때와 장소가 어떻든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바로 주인의식을 가진 내 마음이 머무는 곳에 모든 진실됨이 있다는 이 말은 천 년을 지나 지금도 시대를 관통하는 명언이라고 할 수 있다.

 

내가 몸 담고 있는 직장은 내 인생이 움직이는 터전이다. 그리고 일은 그 터전 위에서 살아가는 인생의 중요한 과정이다. 그런데 주인인 내가 어찌 소홀히 해 남의 일보듯 할 수 있겠는가? 따라서 회사에서 주인의식을 가지려면 먼저 내 인생의 주인은 바로 나라는 것을 자각하고 스스로 중요한 사람이 돼야 한다.
 

그림3 불굴의 주인의식으로 역경을 딛고 남아프리카 최초 민주 대통령이 된 넬슨 만델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노벨 평화상 수상자이며 최초의 흑인 대통령인 넬슨 만델라는 윌리엄 어네스트 헨리의 시 “인빅투스(Invictus)”에 나오는 말을 좋아해서 자주 사용했다고 한다. “나는 내 운명의 주인이며 내 영혼의 선장이다(I am the master of my fate, I am the captain of my soul).” 인빅투스(Invictus)라는 단어는 라틴어로 ‘불굴의’, ‘무적의’라는 뜻으로 영어 ‘Invincible’의 어원이기도 하다.

 

이 단어 하나에서 우리는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에 항쟁해 자그마치 27년이라는 감옥살이와 학대에도 굴복하지 않고 결국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최초의 민주적인 선거를 통해 당선된 최초의 흑인 대통령, 넬슨 만델 라의 강한 자의식과 의지를 발견할 수 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감독하고 모건 프리먼이 넬슨 만델라로 분한 감동적인 스포츠 영화 'Invictus(한국 제목 - 우리가 꿈꾸는 기적 : 인빅터스)'에서 만델라는 대통령이 돼 인종과 국경을 초월하는 스포츠를 통해 모두의 마음을 하나로 연결하고자 럭비 월드컵을 개최하고 결국은 모두 다 불가능할 것이라고 여겼던 남아공팀이 우승을 차지하는 불굴의 인빅터스를 보여주는데 이영화 속에서 우리는 명대사로 말하는 내 인생의 주인공이고 선장인 만델라를 만날 수도 있다.

 

어떤 난관과 장애물도 뛰어 넘을 수 있는 힘, 두려움을 피하지 않고 극복해 나갈 수 있는 힘, 조직의 통념과 벽을 깨고 혁신과 변화를 주도하며 불굴의 의지를 끌고 나갈 수 있는 힘, 조직이 곧 나이고 내가 조직인 물아일 체(物我一體)를 이루는 주인의식을 강하게 만드는 힘, 그건 바로 내 인생의 주인이 바로 나임을 알고 스스로 중요한 존재로 나를 인식하는 것부터가 시작이다.

 

넬슨 만델라는 말했다. “착한 머리와 착한 가슴은 언제나 붙어 다닌다. 강철 같은 의지와 필요한 기술만 있다면 세상의 어떤 불행도 자기의 승리로 탈바꿈시킬 수 있다. 사람 간에는 무엇을 가지고 태어났느냐가 아니라 무엇이든 자기가 가진 것으로 무엇을 이루어 내느냐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신윤창 AMH&B 전무

LG전자, 피어리스화장품, 애경산업, 필립스전자, LG생명과학에서 영업과 마케팅 업무를 했다. 이후 세라젬H&B와 종근당건강의 중국법인장과 화장품사업본부장을 지냈다. 특히 세라젬H&B에서는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한양대학교 대학원에서 마케팅 박사학위를 수료한 후 현재 대전대학교 대학원 뷰티건강관리학과 마케팅 겸임교수로 활동하며 신규 화장품회사 AM H&B에서 전무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는 '챌린지로 변화하라', '우당탕탕 중국 이야기', '인식의 싸움', '지금 중요한 것은 마케팅이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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