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인코리아닷컴 김세화 기자] 한국 화장품 수출이 다시 한번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미국에서는 한국산 화장품이 현지 수입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하며 프랑스, 이탈리아 등 전통적인 화장품 강국과의 격차를 벌리고 있고, 그동안 부진했던 중국 시장에서도 회복세가 나타나면서 수출 성장세가 한층 탄력을 받고 있다.
여기에 유럽, 일본, 중동 등으로 수출 시장이 다변화하면서 수출 시장 다변화로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도 낮아지는 모습이다. 4분기에는 미국 블랙프라이데이와 중국 광군제 등 대형 쇼핑 시즌이 예정돼 있어 K-뷰티의 수출 성장세가 이어질지 주목된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9월 우리나라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83.5% 증가한 1,209억 4,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월간 수출액이 1,200억 달러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9월 누적 수출액도 8,145억 달러로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수입은 26.0% 증가한 710억 9,000만 달러, 무역수지는 498억 5,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전체 수출을 견인한 것은 반도체였다. 9월 반도체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262.8% 증가한 603억 달러로 월간 기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컴퓨터 수출도 인공지능(AI) 인프라 수요 확대 등에 힘입어 70억 달러로 435.3% 증가했다.
이 같은 수출 호조 속에서 소비재 가운데서는 화장품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9월 화장품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31.4% 증가한 15억 1,000만 달러를 기록하며 월간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새로 썼다. 기존 최고 기록은 올해 4월과 7월의 13억 5,000만 달러였다.
20대 주력 품목 중에서는 5번째로 높은 증가율을 나타냈다. 9월 화장품보다 높은 증가율을 기록한 품목은 컴퓨터(435.3%), 반도체(262.8%), 석유제품(72.0%), 비철금속(33.6%) 등 4개 품목이었다. 반면 가전(-13.2%), 바이오헬스(-8.6%), 자동차(-5.5%), 일반기계(-3.2%) 등 주요 품목은 조업일수 감소 등의 영향으로 수출이 감소하면서 화장품의 증가세가 상대적으로 두드러졌다.
5대 유망 소비재 가운데서도 화장품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품목별 수출액은 농수산식품 11억 1,000만 달러, 의약품 9억 5,000만 달러, 생활유아용품 7억 3,000만 달러, 패션의류 2억 달러로 화장품에 미치지 못했다. 증가율 역시 화장품(+31.4%)과 달리 농수산식품(-4.7%), 의약품(-11.7%), 생활유아용품(-5.0%), 패션의류(-2.9%) 모두 감소하면서 부진했다.
지역별로는 시장 다변화가 지속되면서 대부분 국가에서 수출이 증가했다. 산업부의 9월 1~25일 잠정 집계에 따르면 미국향 화장품 수출은 2억 6,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1.9% 증가했고, 중국은 2억 1,000만 달러로 13.6% 늘었다. 유럽연합(EU)으로의 수출은 1억 7,000만 달러로 110.4% 증가해 주요 시장 가운데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특히 미국 수입시장에서 한국산 화장품의 선전이 두드러진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USITC)에 따르면 올해 1~7월 미국의 화장품 총수입액은 43억 1,817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소폭 감소했지만, 한국산 화장품 수입액은 11억 5,091만 달러로 11.3% 증가했다. 이에 따라 한국산 화장품의 미국 수입시장 점유율은 26.7%로 국가별 1위를 기록했다.
주요 경쟁국과의 격차도 확대됐다. 같은 기간 프랑스산 화장품 수입은 17.4%, 이탈리아산은 13.7% 감소했으며, 캐나다산과 중국산은 각각 5.8%, 3.4% 증가하는 데 그쳤다. 한국산과 프랑스산의 수입액 격차는 지난해 3억 9,312만 달러에서 올해 6억 2,158만 달러로 확대됐고, 이탈리아와의 격차 역시 6억 8,475만 달러까지 벌어졌다. 미국 화장품 수입시장이 정체된 가운데 한국산 화장품 수입은 증가하면서 주요 수입국 가운데 한국산 제품의 비중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에서는 그동안 이어졌던 수출 감소 흐름에서 벗어나 반전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교보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9월 1~20일 기준 중국향 화장품 수출은 1억 9,47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76% 증가했다. 이는 전월 대비 193% 증가한 수치로 9월 들어 중국향 화장품 수출이 뚜렷한 반등 구간에 진입했다는 평가다.
중국향 화장품 수출은 2017년 사드 사태 이후 성장세가 둔화되기 시작해 코로나19 팬데믹이 종료된 2022년부터는 연평균 21% 감소했다. 사드 사태 이후 중국 내 K-뷰티에 대한 관심이 약화된 데다 중국 로컬 브랜드의 성장과 현지 내수 부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이에 2010년대 중반까지 중국 시장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했던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등 주요 기업들도 최근까지 중국 사업을 대대적으로 재정비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9월 중국향 수출이 다시 2억 달러 안팎으로 올라선 것은 단순한 월별 증가율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권우정 교보증권 연구원은 "중국향 화장품 수출의 전년 동월 대비 증가율도 지난 5월부터 상승세로 전환했다"며 "9월에는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수준의 증가율을 기록하며 약 2년 만에 2억 달러를 회복했다"고 분석했다.
중국 시장에 다시 진입하는 브랜드의 구성도 변화하고 있다. 과거 중국을 중심으로 성장했던 브랜드들이 중국 비중을 줄이는 사업 재편에 나선 것과 달리, 최근에는 미국, 유럽 등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성과 인지도를 입증한 인디 브랜드들이 중국에 재진출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검증한 뒤 중국으로 다시 진입하는 새로운 경로가 형성되고 있는 셈이다.
일례로 아누아는 2023년 샤오홍슈, 도우인, 티몰 글로벌 등 중국 사업에서 철수했지만, 올해 8월부터 세포라 차이나를 통해 중국 시장에 재진출했다. 달바글로벌도 최근 중국 법인 설립을 완료했고, 메디큐브 역시 중국 오프라인 시장을 강화하기 위해 현지 전략적 유통 파트너십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한 중국인 관광객 증가에 따른 이른바 '인바운드 나비효과'도 중국 현지 수요 회복의 변수로 거론된다. 특히 이들이 한국에서 경험한 제품을 귀국 후 현지에서 재구매하는 경로가 형성될 경우, 국내 주요 H&B 유통채널에서 인지도를 확보한 브랜드가 수혜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
유럽 시장의 성장세도 이어지고 있다. 교보증권이 집계한 9월 1~20일 기준 유럽 내 국가별 수출을 보면, 영국향 수출은 4,505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98% 증가했다. 같은 기간 폴란드는 1,000만 달러로 11% 늘었다. 앞서 8월에는 유럽 5개국 수출이 1억 3,07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38% 증가했고, 이중 영국향 수출은 5,010만 달러로 22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수출은 메이크업용 제품 수요의 확대로 전년 동월 대비 25.3% 증가하며 8개월 연속 플러스를 기록했다. 중동향 화장품 수출은 5,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7.2% 증가했다. 중동 전체 수출은 지정학적 리스크의 영향으로 14.1% 감소했다. 이외에도 CIS(러시아 등 독립국가연합), 중남미 등에서도 전체 수출 감소에도 화장품은 증가세를 유지했다.
품목별로는 기초화장품이 견조한 실적을 지속하는 가운데 색조화장품의 성장이 이어지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초화장품 수출액은 54억 8,000만 달러, 색조화장품은 7억 2,000만 달러, 인체세정용 제품은 3억 4,000만 달러였다. 국가별로는 미국이 12억 2,000만 달러로 가장 많았고 중국 10억 1,000만 달러, 일본 5억 8,000만 달러가 뒤를 이었다.
권우정 연구원은 "4분기에는 미국 블랙프라이데이와 연말 쇼핑 시즌, 중국 광군제 등 대형 소비행사가 예정돼 있다"며 "3분기에 미국, 일본, 영국 등 주요 시장의 수출 증가가 동시에 확인된 만큼 4분기 주요 쇼핑 이벤트가 실제 수출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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