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인코리아닷컴 김세화 기자] 글로벌 화장품 산업에서 아시아의 영향력이 화학 원료 시장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인도 등 대형 소비시장의 성장에 더해 한국·중국·일본을 중심으로 ODM·OEM 제조 생태계가 확대되면서 아시아가 화장품 원료 수요를 만들어내는 핵심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29일 시장조사기관 포천 비즈니스 인사이트(Fortune Business Insights)에 따르면 글로벌 화장품 화학 원료 시장은 2025년 217억 6,000만 달러에서 2034년 337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2026~2034년 연평균 성장률은 4.9%로 예상된다.
카테고리별로는 스킨케어의 비중이 가장 높았다. 스킨케어는 2025년 전체 화장품 화학 원료 시장의 40.7%를 차지했다. 2026~2034년 연평균 성장률은 5.4%로 전체 성장률 4.9%를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기간 헤어케어의 성장률 전망치는 4.6%로, 스킨케어와 함께 원료 수요를 이끌 것으로 보인다.
카테고리별 매출 비중 (단위: %)
원료 유형별로는 계면활성제(Surfactants)가 2025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계면활성제는 페이셜 클렌저와 샴푸, 바디워시, 미셀라 제품 등 다양한 퍼스널케어 제품에 폭넓게 사용되는데, 최근에는 저자극 제형에 대한 선호, 황산염계 계면활성제 대체, 지속가능한 원료 개발 등에 따른 수요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최근 원료 시장은 기존 석유화학 기반 범용 성분에서 벗어나 바이오 테크 기반의 저자극·친환경 원료로의 전환이 빠르게 진행 중이다. 유럽을 중심으로 한 환경 규제 심화와 클린 뷰티 트렌드 확산에 따라, ODM 제조사들 역시 친환경 계면활성제 및 마이크로바이옴 친화적 보존제 등 고부가가치 화학 원료 도입을 확대하는 추세다.
성장률 면에서는 완화제·보습제(Emollients & Moisturizers)의 수요 확대가 두드러진다. 포천에 따르면 해당 카테고리의 2026~2034년 연평균 성장률은 4.9%로 예상된다. 피부장벽 회복과 보습 기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발림성과 흡수감 등 사용감 개선에 대한 요구도 커지면서 스킨케어, 두피·헤어케어, 선케어, 고기능성 스킨케어 제품 등을 중심으로 수요가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다.
권역별로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2025년 기준 전체 시장의 35.98%(78억 3,000만 달러)를 차지하며 가장 큰 규모의 시장으로 이름을 올렸다. 2026년 주요 지역·국가별 시장 규모는 미국이 53억 8,000만 달러로 가장 컸으며, 유럽(51억 6,000만 달러)과 중국(33억 3,000만 달러)이 뒤를 이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과 인도 시장은 각각 12억 6,000만 달러와 9억 2,000만 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화장품 화학 원료 시장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배경으로는 대규모 소비시장과 생산 기반이 꼽힌다. 중국, 일본, 한국을 비롯해 인도와 동남아시아까지 화장품 시장이 확대되면서 원료 수요가 발생하는 시장의 저변 자체가 넓어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글로벌 뷰티 시장에서 아시아의 비중은 상당하다. 지난해 글로벌 뷰티 시장의 지역별 매출을 보면, 북아시아(North Asia)가 27%, 남아시아·태평양·중동·북아프리카 및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SAPMENA-SSA, South Asia Pacific, Middle East and North Africa–Sub-Saharan Africa) 12%로 두 권역의 비중이 40%에 육박했다.
세계 최대 화장품 기업 로레알의 실적에서도 아시아의 위상을 확인할 수 있다. 로레알의 2025년 매출에서 북아시아가 23%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으며, SAPMENA-SSA가 9%로 뒤를 이었다. 특히 SAPMENA-SSA 지역의 매출은 전년 대비 6.5% 증가했으며, 환율 영향을 제외한 기준으로는 10.9%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로레알은 특히 인도와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온라인 채널이 해당 지역의 주요 성장 동력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이 가운데 인도는 아시아 시장의 새로운 성장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세계 1위 인구 규모에다 중산층 확대와 가계소득 증가로 뷰티·퍼스널케어 소비가 늘고 있고, 전자상거래와 퀵커머스 확산으로 화장품에 대한 접근성도 높다. KOTRA는 "인도의 뷰티·퍼스널케어 산업이 중산층 확대와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 변화 등을 배경으로 성장하면서 아시아 주요 시장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소비시장과 함께 제조 인프라도 중요한 산업기반이다. 특히 한국의 ODM 산업은 아시아의 화장품 제조 생태계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코스맥스는 한국을 비롯해 중국, 미국, 인도네시아, 태국 등에 연구·생산시설을 운영하며 원료·향료·패키징·부자재를 아우르는 글로벌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다.
한국콜마 역시 해외 생산 거점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미국 펜실베이니아 제2공장을 가동하면서 기존 1공장을 포함해 미국에서 연간 3억 개 규모의 생산체계를 구축했다. 색조뿐 아니라 스킨케어와 선케어까지 현지에서 생산이 가능해지면서 글로벌 브랜드를 대상으로 한 생산 범위도 넓어졌다.
중국 최대의 화장품 ODM 기업 노스벨(Nox Bellcow)은 중국 광둥성 중산에 5만㎡ 규모의 GMP 생산시설을 운영하는 등, 마스크와 스킨케어 등을 중심으로 대규모 생산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니혼콜마에서 사명을 변경한 TOA가 화장품의 기획·제형 개발·생산·납품을 아우르는 통합형 OEM·ODM 사업을 전개하며, 8개의 현지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포천은 "인도를 비롯한 대형 소비시장의 급성장과 K-뷰티·J-뷰티 중심의 스킨케어 선호 확대, 그리고 아시아 ODM 생태계의 독점적 제조 경쟁력이 맞물려 글로벌 화장품 화학 원료 시장의 '아시아 쏠림' 현상이 2030년대까지 장기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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