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 글로벌 확장 주역 '실리콘투' 고성장 비결은?

2024.08.23 10:21:21

올해 매출, 영업이익 세자릿수 증가 '운송료 상승, 재고자산 증가' 우려 불식 '미국, 유럽, 중동' 인프라 강화 고성장 견인

 

[코스인코리아닷컴 김세화 기자] 실리콘투(257720)가 K뷰티의 열기 속에 글로벌 확장을 본격화하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견조한 실적을 이어가는 가운데 특히 올해들어 유럽과 중동의 외형 성장이 두드러진다. 하반기에도 영국과 싱가포르의 신규 지사 설립, 미국의 물류 인프라 확장 등이 추진되며 고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기대된다.

 

유통 플랫폼의 특성상 운송료 급등, 재고자산의 증가, 매출 채권의 부담, 자금 조달 등 재무 건전성과 관련한 시장의 우려가 있었으나 매출 증가 등 호실적을 이어가며 불안 요인을 해소했다. 일각에서는 핵심 임원의 대규모 주식 매도에 따른 주가 하락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최근 장내 매도를 통해 자금을 확보함으로써 시장의 충격은 크지 않았다.

 

하나증권은 올해 실리콘투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22%, 248%로 세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와 함께 실리콘투를 화장품 유통 업계의 최선호주로 꼽고 투자의견은 '매수', 목표주가는 70,000원을 유지했다. 증권가의 목표가 평균은 63,333원으로 추산됐다.

 

# K뷰티 글로벌 확장 수요 확산 미국, 유럽 주력 시장 부상

 

하반기 국내 화장품 산업의 성장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는 수출이다. 팬데믹 이후 수요 확대,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하는 기술력, 트렌드를 선도하는 역량, 합리적 가격 등이 K뷰티의 기회 요소로 작용했다. 실제로 아마존·세포라·얼타 등 다양한 미국 주요 채널에서 한국 브랜드가 순위권에 포진돼 있다.

 

최근에는 시장의 업종 순환매가 빠르게 나타나면서 화장품 업종의 단기 조정 양상이 나타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실적과 기업가치에 수렴하는 주가 움직임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한국 화장품의 글로벌 확장은 초입 단계로 미국을 중심으로 다양한 나라에서 성과를 내는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업종의 주가도 우상향 추세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들의 글로벌 확장을 주도하고 있는 유통사 실리콘투가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부터 미국에서 K뷰티의 수요가 급증하며 실리콘투의 이익 체력이 동반 상승했다. 실리콘투의 미국 매출은 2022년 484억 원, 2023년 1,200억 원에 이어 올해 상반기 1,100억 원을 기록하며 고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실리콘투의 2024년 2분기 지역별 비중 (단위 : %)

 

 

실리콘투의 올해 상반기 지역별 매출 비중은 미국, 유럽, 동남아시아, 중동 순으로 나타났다. 전반적으로 K뷰티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는 가운데 회사의 경쟁력이 강화되면서 그동안 성장을 견인해 온 미국 이외에도 신규 지역에서의 외형 확대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올해들어 K뷰티가 미국을 넘어 유럽과 중동으로 확장되기 시작하면서 2분기 실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실리콘투는 지사와 물류창고가 있는 네덜란드와 폴란드를 통해 유럽 시장에 침투하고 있는데 1~2분기 유럽 시장에서의 매출이 500억 원을 넘어서며 미국과 유사한 수준에 도달했다.

 

실리콘투 관계자는 "유럽에서 K뷰티의 수요 상승이 두드러지고 있어 이른 시일 내에 미국 만큼 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유럽을 미국에 이어 차기 주력 시장이라고 보고 현재 지사와 물류창고 구축, 대형 리테일러를 포함한 유통 채널 유치 등의 활동을 진행 중이다"고 밝혔다.

 

하나증권 박은정 연구원은 "유럽은 국가별로 통관, 법규 등이 존재해 해외 진출에 대한 진입 장벽이 높은 지역으로 해외 진출 초기 단계 브랜드의 경우 실리콘투에 대한 의존성은 상당히 높다"며, "특히 유럽, 중동 등 시장을 신규 지역으로 확장하고자 하는 국내 브랜드사의 입장에서는 실리콘투의 선투자가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제시했다.

 

중동 시장의 유통 거점인 아랍에미리트(UAE)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분기 매출 80억 원 수준에 도달했다. 중동은 이전부터 K뷰티에 대한 니즈가 있었지만 대응할 수 있는 회사가 없었다. 하지만 실리콘투가 올해 초 인스타그램 계정을 개설해 5개월 만에 100만 팔로워를 확보하는 등 판로 구축과 현지 마케팅에 힘쓰고 있다.

 

# 재무 건전성 등 시장 우려 해소하며 성장 기반 마련

 

하나증권은 실리콘투를 둘러싼 시장의 우려 일곱 가지를 짚어 보고 관련 지표를 통해 현황과 실태, 해소 가능성 등을 확인했다.

 

실리콘투의 운반비와 매출액 대비 비중 (단위 : %)

 

 

우선 운송료 급등에 따른 관련한 우려다. 지난 2분기 한국과 미국을 잇는 운임지수가 고공행진을 하며 판관비 부담 확대, 수익성 하락에 대한 우려가 컸다. 다만, 실리콘투의 경우 해운에 비해 안정적인 추세를 보인 항공 운임의 비중이 더 높았고 운반비 자체도 매출액 대비 3%에 불과해 그 영향이 크지 않았다.

 

더욱이 올해 들어 매출이 크게 확대되면서 운임 급증에도 오히려 운반비의 비중은 2%로 낮아졌다. 박은정 연구원은 "유통 플랫폼인 실리콘투의 지향점은 K뷰티의 글로벌 점유율 확대와 함께 판관비 효율화에 있다"며, "현재 그러한 양상이 나타나는 중이다"고 분석했다.

 

실리콘투의 2024년 2분기 Top 10 브랜드별 매출 비중 (단위 : %)

 

 

최근 실리콘투와 관련한 시장의 루머 중 하나는 브랜드가 빠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실리콘투와 거래를 중단한 브랜드사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브랜드사 입장에서는 판로를 구축하고 재고를 매입해 주는 실리콘투와 거래를 중단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실리콘투와의 거래를 희망하는 수요가 여전히 많다고 평이다.

 

브랜드사는 실리콘투와의 거래 초기에는 상당히 의존적이지만 볼륨이 커지면서 마케팅 협업의 방식으로 전환하고 이 과정에서 양사가 대응할 지역과 채널에 대한 전략을 조율한다. 실리콘투는 "협업의 방식으로 진화하는 과정을 통해 브랜드사의 마케팅력이 향상하고 나아가 매출의 동반성장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대표사례로 조선미녀를 꼽았다. 실리콘투와 협업 중인 조선미녀는 과거 실리콘투에 아마존 계정을 위탁 운영했지만 올해 초부터 직접 운영하고 있다. 그 결과 조선미녀의 적극적인 마케팅과 투자 확대로 지난 2분기 동사의 리테일향 조선미녀 매출이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실리콘투의 재고자산 회전율, 재고자산 충당금과 매출채권 손실충당금 요율 추이 (단위 : 회, %)

 

 

유통 플랫폼의 특성상 재고자산은 부담 요인으로 작용한다. 다만, 실리콘투의 재고자산 회전율은 2회 미만으로 소진 기간이 2~3개월에 불과하며 재고자산의 충당금 반영 비율도 1%가 채 되지 않는다. 또 현재까지 가장 큰 규모의 재고 폐기액은 지난해 기록한 연간 2억 원 수준이다. 통상 재고 폐기액은 매출과 상관관계를 갖는데 최근 매출이 급증한 것을 감안하면 양호한 수치로 볼 수 있다.

 

실리콘투의 롱테일(Long tail) 전략과 매출 채권에 대한 우려도 있다. '롱테일 전략'은 소수의 대형 거래처를 확보하기보다 다수의 소형 거래처를 모아 매출에 기여하는 방식으로 소규모 생산과 유통으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데다 다품종 상품을 제공해 고객의 수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대형 거래처에 비해 재정적으로 영세한 업체와 거래하기 때문에 매출 채권에 대한 부담이 있는데 동사의 경우 매출 채권 기대손실률은 2% 미만이라 재무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재고 사입 규모가 빠르게 확대되면서 영업현금흐름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운전자본 확보, 미국 물류창고 투자 등으로 단기차입금도 늘어나고 있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자금 조달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다만, 현재 부채비율이 100% 미만으로 차입에 대한 부담은 없는 상황이다.

 

실리콘투의 영업현금흐름과 단기차입금 증가 (단위 : 십억원)

 

 

블록딜(주식 대량 매매)로 인한 주가 하락에 대한 우려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실리콘투의 핵심 임원 2명이 230억 원 상당의 주식을 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손인호 경영전략 이사는 지난 13일부터 16일까지 258,198주를 장내 매도해 보유 지분은 3.98%로 감소했다. 전체 발행 주식의 0.43%로 총 118억 원을 현금화했다. 최진호 영업총괄 이사는 246,566주(0.4%)를 지난 13일과 14일 이틀에 걸쳐 매도했다. 이날 거래로 113억 원의 현금을 확보했고 보유 지분은 1.36%로 감소했다. 이들 두 이사는 지난 5월과 6월에도 보유 주식 일부를 매각해 현금화한 바 있다.

 

매도 목적은 6월 스톡옵션 행사에 따른 세금 납부를 위한 재원 마련이다. 박은정 연구원은 "당초 '대주주 사전공시제' 시행을 앞두고 해당 임원의 물량이 블록딜로 소진될 것이라는 시장 우려가 팽배했지만 최근 장내 매도를 통해 자금을 확보함으로써 할인 거래, 매도 물량 출회 등 블록딜에 따른 주가 악재는 해소됐다"며, "잔여 스톡옵션 행사와 관련한 세금 납부 재원도 확보돼 앞으로 이와 관련한 우려는 제한적일 것이다"고 분석했다.

 

# 하반기 대형 이벤트, 현지 인프라 확장 올해도 고성장 전망

 

그동안 실리콘투의 실적을 보면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더 좋은 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올해 하반기에는 미국 LA 물류창고의 규모를 5~6배 확충하는 등 새로운 물류 인프라의 확장이 본격화될 예정이다. 추수감사절, 크리스마스, 블랙프라이데이 등 주력 시장인 미국과 유럽의 쇼핑 행사도 다양하다. 여기에 지난 6월 영국과 싱가포르에 신규 법인을 설립해 유럽과 중동 지역에서의 외형 확대도 기대된다.

 

실리콘투 연결 실적 전망과 추이 (단위 : 십억원, %)

 

 

박은정 연구원은 "실리콘투는 선투자한 현지 물류 거점, 기확보한 유통 채널 등을 통해 한국 화장품이 미국을 넘어 유럽, 동남아시아, 중동, 오세아니아 등 글로벌 시장을 제패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며, "앞으로도 K뷰티의 글로벌 점유율 확장을 견인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하나증권은 실리콘투를 K뷰티의 글로벌 수출 판로를 구축하는 선도기업으로 업계 '최선호주'로 꼽았다. 2024년 실적 전망치로 매출은 전년 대비 122% 증가한 7,600억 원, 영업이익은 248% 증가한 1,700억 원을 제시하고 투자의견은 '매수', 목표주가는 70,000원을 유지했다. 증권가 컨센서스는 63,333원으로 하나증권의 목표주가가 가장 높고 한국투자증권은 60,000원으로 가장 낮았다.

 



김세화 기자 kimma78@cosin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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