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STICS (25)] 빅블러(Big Blur)와 애브노멀(Abnormal)

2023.07.17 14:18:44

산업경계 구분 무너뜨리는 빅블러 물류 풍경 변화

 

[코스인코리아닷컴 전문위원 이상근] '물류를 멈춰 세상을 바꾸자' 물류는 우리 일상의 깊숙한 곳까지 영향일 주고 있다. 국내 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물류는 세상을 움직임이는 동력이 되고 있다. 최근 최첨단 기술이 물류 시스템을 혁신하고 있지만 물류이 영향력은 갈수록 더욱 커지고 있다. 한 평생 물류 밖에 해본 것이 없는 물류분야에만 한우물을 파고 있는 이상근 삼영물류 대표이사를 통해 물류의 세계를 심층적으로 이해한다. 이상근 대표는 현재 전문물류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전문분야는3PL은 ‘전기, 전자, 설치’, 'CVS’. ‘Food Service(Cold Chain)의 전문물류와 공동물류(플랫폼물류)는 ‘온라인커머스 풀필먼트’, ‘화장품’, ‘전기전자’의 전문물류 등이다. <편집자>

 

‘블러(Blur)’란 경계가 희미해지는 것을 말한다. 빅블러(Big Blur)는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존재하던 것들의 경계가 뒤섞이는 현상을 뜻한다. 현대사회는 사람과 기계, 생산자와 소비자, 제조와 서비스, 현실과 가상세계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4차산업 혁명을 통한 디지털 전환 가속화,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혁신적인 기술이 등장됐다. 우리 사회는 게임의 룰이 바뀌고 비즈니스 영역 구분이 사라지고 산업을 주도하는 기업이 달라지고 산업의 경계선 역시 모호해지는 빅블러 현상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미 산업 카테고리는 사라지고 산업내의 경쟁은 무의미하게 됐다. 산업 카테고리 차원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제조산업이나 유통산업, 서비스산업 등은 대부분은 과거에 만들어진 산업 정의이며 구분이다. 이런 기준을 심지어 백 년도 넘게 사용해온 분야도 많다. 따라서 자동차, 전자, 기계, 건설, 식품, 편의점, 백화점, 온라인 판매 등의 기존의 산업군의 구분은 더 이상 무의미해질 것이다.

 

우버는 기존 택시업계와 렌터카업계, 그리고 택배업계를 파괴한 ‘파괴적 혁신’의 사례로 알려져 있다. 아마존은 기존 유통업계를, 테슬라는 기존 자동차업계를, 애플은 기존 통신업계를, 에어비앤비는 기존 호텔업계를 파괴하며 성장한 파괴적 혁신의 기업들이다.

 

# 제품에 대한 개념과 정의를 바꾸는 빅블러는 계속되고 있다

 

바쁜 일상에 시달리는 현대인과 특히 기억력이 감퇴된 노인들은 약 먹을 시간을 놓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사물인터넷이 적용된 약병 ‘글로우캡’은 노인들 에게 선물로 좋은 기프트 상품이다. 의료용품이면서 전자기기이자 IT 제품인 동시에 생활용기인 ‘글로우캡’은 약을 복용해야 할 시간에 약병 뚜껑을 열지 않으면 알람을 주는 노령화 사회에 매우 긴요한 상품이다.

 

제품에 대한 개념을 바꾸는 빅블러의 사례 ‘글로우캡’

 

 

사물인터넷이 적용돼 설정만 해 놓으면 약 먹을 시간이 됐다는 문자도 보내고 심지어 전화를 걸어준다. 이 약병은 제약회사, IT회사, 락앤락 같은 생활용기 제조사, 팬시문구 제조사, 의료기기 전문회사 중 누가 만들어야 할까?

 

삼성전자 ‘세리프TV’는 삼성디지털플라자에서 팔지 않는다. 고급 가구점이나 온라인 전용매장에서만 판매한다. 삼성전자 웹 사이트의 제품 카테고리에서도 세리프TV는 TV 카테고리에 없다. 세리프TV는 아예 별도 카테고리에 있다. TV는 TV인데 그냥 TV는 아닌 셈이다. 화질이나 기능보다는 가구로서의 속성과 스타일을 강조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빌트인 시장을 겨냥해 가구와 가전의 경계가 사라진 제품을 제작해 시장에 내 놓았다. 2015년 유럽에서 먼저 선보이고 2016년 한국에서도 출시했다. 세계적인 가구 디자이너 로낭, 에르완 부룰렉 형제가 이끄는 부룰렉 스튜디오가 디자인한 제품이다.

 

비트라(Vitra), 아르텍(Artek), 알레시(Alessi) 등 세계적인 가구와 제품 디자인 선도 기업들과 협업해온 부룰렉 스튜디오가 처음으로 IT 기업과 협업한 사례이다. 스마트테이블(SMART Slab)은 냉각, 가열, 조리, 터치센스, 충전의 멀티기능 테이블로 가구이면서 가전 제품이다. 2016년 밀라노 가구 박람회에서 스웨덴 디자인회사 사피엔스톤(SapienStone)의 스마트테이블(SMART Slab)을 선보였다.

 

테이블 표면에 6밀리미터(mm) 두께의 세라믹타일이 깔려있다. 여기서 음식을 데우거나 음료를 차갑게 하는 등 다양한 조리가 가능하다. 이 테이블은 테이블 외에 냉장고, 가스레인지 등 별도의 가전제품의 역할을 대신한다. 자동차기업, 전자기업, ICT기업, 플랫폼 기업들은 모빌리티 산업에 진출 중이다. 현대 · 기아차, GM, BMW, 벤츠, 토요타, 폭스바겐 등 쟁쟁한 자동차 회사들 중에 가장 강력한 경쟁자는 내부에 있지 않다.

 

이들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는 ‘테슬라(Tesla)’며 차를 한 대도 만들어 보지 않은 차량 연결 플랫폼 ‘우버’다. 잠재적 경쟁자인 구글과 애플 등도 직접 자동차 제조에 뛰어들며 자동차 회사들의 새로운 경쟁사로 떠오르고 있다. 자동차 산업에 우버와 구글, 애플 등이 들어오고 전기차와 자율주행차가 시장을 주도하면서 자동차산업은 수많은 부품(하드웨어)의 조립산업에서 첨단 ICT로 무장한 첨단 소프트웨어 산업으로 바뀌고 있다.

 

빅블러의 파괴적 혁신을 보여주는 기업들의 모빌리티 산업 진출

 

 

# 생산, 유통과 물류의 구분도 무의미하게 될 것이다

 

전자상거래가 주 사업인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은 2016년 10월 알리원(阿里云)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머지 않아 전자상거래란 말이 사라질 것이다” “온라인 만으로만 존재하는 커머스는 더 이상 생존하기 힘들다”, “온라인 플랫폼과 오프라인 매장, 물류 인프라는 하나로 통합한 ‘신유통’이 뉴노멀이 될 것이다”고 선언했다.
 

산업 구분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알리바바의 허만센성 매장’

 

 

알리바바의 허만센성(盒马鲜生) 매장은 온라인 플랫폼과 오프라인 매장, 물류 인프라가 ‘연결’이 아닌 ‘합체’ 된 매장이다. 매장은 판매와 전시, 창고, 배달센터의 기능을 동시에 수행한다. 매장 3km 내 지역에 30분내 배달, QR이나 바코드를 모바일로 찍으면 다양한 상품정보 제공, 모바일 장바구니에 담아 주문하고 결재하면 현장에서 포장서비스 제공, 현금은 안되고 알리페이만 사용하는 회원제, 안면인식, 모바일 등 다양한 방식의 결제가 가능하다.  알리바바나 아마존 등 플랫폼 선도기업 들은 온라인 플랫폼에 오프라인 매장, 물류, ICT, 서비 스, 결제(Pay), 제조까지 합체한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으로 변신하고 있다.

 

# 물류와 교통업종, 자가용과 영업용의 모빌리티 경계 파괴는 급속해질 것이다

 

가까운 미래에 등장할 자율주행차는 화물차, 선박, 항공기 내에서 3D프린터 등으로 소량 개인맞춤형 생산이 가능하게 하면서 모빌리티는 단순한 배송 수단을 넘어 생산, 유통과 물류의 통합 기능을 수행할 날도 멀지 않았다. 업종의 경계, 승용차와 화물차의 경계, 사업(영업)용과 비사업(자가)용의 철옹성 같은 벽이 점차 허물어지고 있다.

 

# 승용차와 화물차의 구분이 점점 약해질 것이다

 

B2C, P2P 거래의 비중이 높아지는 뉴노멀 시대에는 소형화물차, 승용차, 오토바이, 자전거, 킥보드, 배달로봇, 드론, PAV, 도보 배달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특히 전기자동차는 엔진 룸이 상품적재를 위한 트렁크로 추가되면서 웬만한 소형 화물차 크기의 적재함을 갖추면서 소형화물 배송의 중요한 수단이 될 것이다.

 

# 자가용과 영업용의 경계도 무의미해질 것이다

 

자가용(비사업용)의 배달 시장에 등장은 아마존의 일반인 배달서비스인 ‘아마존플랙스’를 비롯해 우리나라의 ‘쿠팡플랙스’, ‘배민 커넥트’, ‘우버 잇츠’ 등이 배달시장에 대거 들어왔다. 현행 ‘화물자동차운수사업 법’ 제56조 및 제67조에 규정한 ‘비사업용 화물자동차의 유상영업행위’에 해당되며 이를 위반할 시 2년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더믹 상황과 대체 배송수단의 부재, 해외에서의 허용 등의 영향 등으로 가까운 미래엔 자가용과 영업용의 경계가 무의미해질 것이다.

 

뉴노멀의 반대는 올드노멀이 아닌 ‘애브노멀’

 

 

# 이용자와 제공자의 경계도 소멸될 것이다

 

공유 경제하에서 물류서비스의 이용자이자 제공자로 그 경계가 모호하다. 공유경제에서는 물류서비스의 이용자(기업, 개인)도 물류기업과 같은 제공자 역할을할 것이다. ‘아마존 플렉스’, ‘배민 커넥트’, ‘쿠팡 플렉스’ ‘쏘카 핸들러’, ‘피기비’ 등은 일반인을 배달서비스 제공자로 활용한다. ‘스토어 X’, ‘Clutter’ 등은 일반인이 유휴공간을 활용해 보관서비스를 사업화했다.

 

이 트렌드가 더 확대되면 개인을 넘어 화주기업도 물류장비와 창고 등을 남는 시간에 타사와 공유해 배달서 비스와 보관서비스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일반인 서비스 제공자의 리뷰가 이용자의 리뷰로 돌아와 서비스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

 

# 뉴노멀의 반대는 올드노멀(old normal)이 아니라 애브노멀(abnormal 비정상)이다

 

AI, IOT, Big Data, Cloud, AR/VR, 3D프린팅 등의 발전을 기반으로 산업의 경계는 파괴되고 있다. 현재의 제조, 오프라인 유통, 온라인 유통, 물류, 금융, 서비스 업종은 합체될 것이다. 모든 산업이 ICT와 접목되면서 서로의 경계가 지워져 버렸다. 이제 전면적인 경쟁 시대 다. 경쟁회사의 개념도 바뀌었다. 동종 산업내 경쟁의 개념은 무의미해지고 있다.

 

자동차 회사가 IT 회사와 경쟁하고 가구 회사와 전자 회사가 서로 경쟁하고 IT 회사와 스포츠 회사가, 패션 회사와 시계 회사가 서로 경쟁 한다. 동종업계의 시장 점유율도 의미가 약해지고 업계내 1등도 시장에서 1등이 아닌 상황이 만들어졌다.

 

빅블러 시대 기업에 가장 필요한 것은 ‘창조적 혁신’

 

 

한마디로 판이 바뀌고 있다. 한때 표준 또는 글로벌 스탠더드로 통용되던 것들이 순식간에 정상에서 밀려나 가차 없이 비정상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빅블러 시대에 이미 진입했다. 우리는 빅블러가 가져온 뉴노멀을 넘어 애브노멀 시대에 직면해 있다. 급속한 변화의 시대는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우리는 이런 비정상과 불확실을 뛰어넘는 창조적이고 파괴 적인 혁신이 어느때 보다도 필요한 시점이다.

 

 

이상근 삼영물류 대표이사

 

물류학과가 없을 때, 유통산업을 전공해 석사를, 박사는 경영학과 산업공학을 공부했다. 산업포장, 대통령표창 등 정부 표창도 십여 개 받았다. 세계 3대 인명사전인 마르퀴즈 후즈 후(Marquis Who’s Who)에도 등재됐다. 한국로지스틱스학회, 한국SCM학회 등 물류 관련 학회 6곳의 산업계 부회장을 맡고 있다. 국토부의 국가물류정책위원회 외 3개 위원회 위원과 산업부, 과기부 등의 물류 자문을 하고 있다. KBS 경제세미나, 대한상의, 한국무역협회, 국책연구기관, 최고경영자과정, 대학 특강 등 강연을 하고 있다. 아웃소싱타임스, 무역경제신문 등에는 정기 기고를, 전문지에는 수시 기고를 하고 있다. 단행본 책으로 '뉴노멀 시대 물류기업은 사라질까', '한국택배 20년사'(공저) 등이 있다. e-mail : ceo@sylogis.co.kr

 



김민영 기자 min3949@cosin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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