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0.26 (목)

  • 흐림동두천 14.1℃
  • 맑음강릉 18.1℃
  • 박무서울 15.8℃
  • 박무대전 13.3℃
  • 박무대구 11.8℃
  • 맑음울산 14.8℃
  • 박무광주 14.0℃
  • 구름조금부산 17.7℃
  • 구름많음고창 11.2℃
  • 구름많음제주 17.4℃
  • 맑음강화 16.0℃
  • 구름조금보은 11.1℃
  • 흐림금산 9.3℃
  • 구름많음강진군 12.1℃
  • 맑음경주시 10.9℃
  • 구름조금거제 13.6℃
기상청 제공

이슈&이슈

[막오른 한일 무역분쟁] ① 원재료 규제품목 제외, 안도의 한숨 쉬는 화장품 업계

선크림용 이산화티타늄 분말 규제대상 미포함…수입의존도 높은 원료 국산화 목소리

 

[코스인코리아닷컴 박상현 기자] 한국과 일본의 무역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우리나라가 일본의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수출절차 간소화국가)에서 제외되면서 수출규제가 강화되는 품목이 1,100여개로 늘어났다. 한국 정부 역시 일본의 도발에 대해 적극 대응한다는 방침이지만 무역전쟁을 피할 수는 없게 됐다.

 

하지만 화장품 업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규제 대상 품목에 다행히도 화장품 원료는 제외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일본이 반도체 생산에 사용되는 불화수소를 수출규제 품목으로 선정한 이후 2차 타깃은 화장품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제기됐다. 지난 몇 년 동안 국내 화장품 업계가 호황을 누리며 이른바 K-뷰티라는 한류가 세계에 확산됐기 때문에 일본이 한국 반도체를 견제했듯 한국 화장품 업계에도 부담을 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이 가운데 자외선차단제 성분으로 쓰이는 이산화티타늄(티타늄디옥사이드)이 규제 대상에 포함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예상과 달리 이산화티타늄 분말은 규제 대상에서 빠졌다. 일본 정부의 '전략물자 수출령 및 화물 등 조례'에 따르면 규제 대상에 포함되는 이산화티타늄 분말은 항공기나 인공위성 등 우주개발용 비행체에 들어가는 구조물 엔진 부품 등이고 화장품과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이산화티타늄 분말과 관련해 국내 화장품 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수출규제 대상이 확대돼 화장품에 쓰이는 이산화티타늄 분말을 들여오지 못하더라도 반도체 불화수소와 달리 일본, 미국, 중국 현지 공장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선크림 등 국내외 공급과 사업에는 전혀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 역시 "이산화티타늄 외에도 다른 원료가 규제 대상에 포함되어 있는지 파악하고 있다"며, "하지만 뚜렷한 규제 대상이 보이지 않는만큼 별다른 영향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화장품 업계에서는 이번 기회에 화장품원료 수입을 일본에 높게 의존하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에서 수입한 화장품원료 규모는 1억 3,490만 달러로 전체 5억 7,353만 달러의 23.5%를 차지했다. 수입액 역시 미국 9,054만 달러, 독일 7,240만 달러, 중국 6,185만 달러에 앞선 1위를 기록했다. 일본산 화장품원료 대부분이 바로 선크림에 들어가는 고순도 이산화티타늄 분말이었다.

 

 

그러나 한국콜마가 최근 이산화티타늄 분말을 대체할 수 있는 성분을 직접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그동안 사용했던 이산화티타늄은 해양생태계를 위협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한국콜마는 나노입자로 쪼개 해양생태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징크옥사이드 성분을 만들어냈다. 징크옥사이드 역시 이산화티타늄과 함께 대표적인 물리적 자외선차단제 성분이다.

 

또 한국콜마는 일본 제품인 SK-II 피테라 에센스에 들어가는 곡물 발효 성분인 '피테라 성분'을 자체 개발하기도 했다. 그동안 피테라 성분은 일본 기업에서만 만들 수 있었으나 관련 특허가 종료하는 시점에 맞춰 기존 피테라 성분에서 사용하는 것과 다른 곡물에서 뽑아낸 발효 성분을 자체 기술로 만들어냈다. 한국콜마가 만들어낸 이 성분으로 에이블씨엔씨에서는 '더 퍼스트 트리트먼트 에센스'를 생산하고 있다.

 

화장품업체의 한 관계자는 "국내 화장품원료의 경우 매년 6억 달러 가까이 수입하는 등 원료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들여오고 있어 국산 소재 개발과 자원을 활용한 연구개발이 절실하다는 지적은 꾸준히 있었다"며, "이번 기회에 정부와 단체, 기업 등 민관연이 협력체계를 구축해 국산 화장품원료 소재를 새롭게 발굴하고 연구개발하는 계기로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라고 제언했다.

 

화장품 학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화장품 산업 자체의 취약한 성장기반을 지적하며 "화장품 산업의 기반을 구축할 수 있는 원료소재 발굴과 베이스 연구와 피부 연구, 효능 연구, 기능성 연구, 향료 연구, 임상실험 연구 등 포괄적으로 연구개발을 추진할 수 있는 국가 차원의 화장품 기반 연구소 구축이 시급한 과제이다"라고 지적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K-뷰티의 지속가능성을 보다 강화해 나가고 글로벌 화장품 시장에서 한국산 화장품의 경쟁력을 높여 나가기 위해서는 이번 일본 경제 규제에 대응한 일회성 처방보다는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화장품 산업에 요구되는 기반을 강화하는 근본적인 대책과 처방이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관련태그

화이트리스트  한국콜마  이산화티타늄  징크옥사이드  피테라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