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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칼럼

[화장품 컬럼] 신규 기능성 화장품 ‘탈모증상완화’ 효능 성분 평가법에 대한 제언

이창석 을지대학교 바이오융합대학 미용화장품과 학과 조교수

현대사회에서는 건강관리와 함께 심미적인 요소도 상대적으로 중요해지고 있다. 그 중 탈모는 장애적 문제는 없으나 외모에 영향을 미쳐 심각한 사회적, 심리적 문제로 간주된다. 과거 한때 탈모는 자연스러운 노화현상으로 인식되기도 했으나 최근에는 유전적 요인을 비롯해 정신적 스트레스, 불규칙한 생활습관, 과도한 화학성 헤어제품 사용 등이 복합적인 원인으로 밝혀짐에 따라그 치료와 예방에 많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 개정된 화장품법 시행규칙(2018년 4월 19일 시행)에 따르면 기능성 화장품의 범위가 확대되고 그 중 ‘탈모 증상의 완화에 도움을 주는 화장품’ 항목이 포함됐다. 기존 의약외품에 속하던 탈모 증상 완화샴푸의 경우에도 화장품으로 분류됨으로써 많은 화장품 업계에서 관련 연구와 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게 됐다.

 

탈모 치료 의약품은 현재 미국 FDA에서 공인 받은 피나스테리드와 미녹시딜이 있는데 이들은 중단 시 원래로 돌아가거나 가려움증, 홍반, 피부염을 일으키는 부작용이 있다. 반면, 화장품으로 구분된 탈모방지 제품들의 경우 부작용은 거의 없으나 효과가 미미하고 일부 제품들이 객관적인 평가를 통해 효능이 입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과장 광고를 하거나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채 판매되고 있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탈모증상완화 소재 또는 제품을 개발하는 학자나 업계는 다양한 연구를 통해 성분의 효능과 안전성을 검증할 수 있는 과학적 근거, 이른바 실증자료를 마련해야 한다. 이러한 실증 자료는 추후 제품 출시를 위한 광고와 관련 규정 소명 자료로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 하지만 신규 개발 중인 소재의 경우 곧바로 임상실험에서 효능과 안전성을 검증하기엔 경제적, 시간적 부담이 적지 않다.

 

게다가 동물시험이 금지되어 있어서 가장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는 마우스 등의 털을 이용한 직접적인 탈모억제 또는 발모 효능을 눈으로 직접 보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 여러 후보 물질 중 효능 스크리닝을 통해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더욱 많은 부담이 따른다. 따라서 이러한 효능 검증은 탈모 현상을 표방할 수 있는 세포실험 모델로 대체해야 한다.

 

하지만 ‘피부미백’과 ‘주름완화’의 경우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제공하는 세포효력시험과 인체적용시험 가이드라인이 동시에 존재하는 데 반해, 탈모 증상 완화에 관한 효력 평가법에는 의약외품으로 분류되던 인체적용시험 가이드만 있을 뿐 세포효력시험 가이드는 부재한 실정이다. 또 탈모 관련 메커니즘 역시 명백히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다양한 원인과 치료법이 연구되어 그 결과가 발표되고 있기에 관련 업계에서는 탈모증상완화 기능성 소재의 효능을 입증하기 위해 다양한 기전을 응용하고 관심있는 유전자 또는 단백질을 타깃한 평가법이 쏟아져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화장품 연구원이 탈모에 관련된 기초연구 데이터를 수집하고 계획할 때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이 우리가 원하는 것은 탈모 치료제가 아닌 탈모증상완화 효능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치료제 신약을 개발하기 위한 모티브와 법규에 기반할 것이 아니라 화장품 연구와 산업의 특성과 법규를 먼저 잘 이해해야 한다.

 

따라서 탈모 효능 성분의 약리적 효능 평가법은 수준 높은 실험 기술과 과학적 지식이 응용되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으나 탈모 제품 개발을 위한 1차원적인 효능 성분 평가법은 체계적이고 논리적인 동시에 경제적 부담이 적고 쉽게 재현가능한 실험법이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제는 화장품 연구원이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게 보편적이면서도 최신 이론이 가미된 ‘탈모증상완화’에 관련된 세포효력 시험 표준시험법(SOP) 의 제정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시점이라 판단된다.

 

그 많은 탈모 관련 연구 중 어떤 타깃 또는 실험법으로 효능 평가법을 마련해야 하는 것일까? 먼저, 지금까지 잘 알려진 탈모 관련 실험법과 관련 기전을 살펴보자. 탈모 예방 연구에 이용되는 실험법으로는 1980년대 모낭을 구성하는 핵심 세포인 모유두 세포의 배양법이 개발되면서 모낭에서의 분화기전에 대한 연구가 활발했다. 이후 모낭 조직 배양법이 개발되면서 탈모예방과 양모, 발모 등의 연구에 유용한 평가 모델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생화학적, 분자생물학적 실험방법을 이용해 모근 세포의 성장과 사멸에 관여하는 인자의 발현이나 신규 유전자 동정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또 생체 내에서 약물들의 실제 효과를 검증 하기 위해 실험 동물을 이용한 효능평가와 임상실험 등이 주로 이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마우스를 이용한 동물시험에서는 휴지기에서 생장기로의 전환을 촉진시키는 ‘생장기 유도 효과’와 생장기에서 퇴행기로의 전환을 지연시키는 ‘퇴행기 억제 또는 생장기 연장 효과’를 확인함으로써 탈모 방지 또는 발모의 효력을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화장품 연구원이라면 동물실험모델과 실험 결과는 in vitro 실험과 임상시험을 위한 참고 데이터로만 활용해야 한다.

 

사람의 모발은 각 모발의 주기에 따라 모낭의 세포분열 속도와 생장 활동이 다르게 나타나므로 이를 고려한 효력 시험이 수행되어야 한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탈모 방지제 개발의 타깃 기전은 모근세포(모모세포와 모유두 세포)의 활성 촉진, 모유두 세포의 혈행 촉진, 피지분비의 억제, 남성 호르몬 전환의 억제, 퇴행기와 휴지기로 이행을 촉진 시키는 TGF-ß 활성 억제 등으로 추려진다. 그렇다면 이렇게 복잡한 메커니즘 중 탈모증상완화 성분의 효능을 어느 기전에 적용해 평가를 해야 하는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정해진 답은 없다. 다시 말해서 탈모는 세포 수준에서도 복합적인 원인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어느 특정 단계를 제어한다고 해서 탈모완화 효능 유무를 판단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의약품이 아닌 화장품 성분으로써의 효능을 검증하고자 하기에 우리는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효능평가에 임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양성 대조군으로 많이 쓰이는 탈모 방지 의약품 원료인 미녹시딜은 원래 고혈압 치료제로 개발되기 시작한 약물로써 VEGF 단백질 증가를 통한 혈행 촉진이 주요 약리효능이다. 하지만 우리가 평가할 화장품으로써의 탈모완화 성분이 미녹시딜과 기전이 같을 필요도 없고 미녹시딜보다 효능이 더 뛰어날 필요도 없다. 오히려 약리효과가 좀 약하더라도 부작용이 없는 것이 더욱 중요하며 미녹시딜과 다른 메커니즘으로 작용한다면 차별화된 기술 스토리로 부각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유전자 발현에 치중하는 것 보다 탈모가 일어나는 궁극적 원인을 유의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세포 수준에서 탈모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모근을 형성하는 세포가 성장기에서 비정상적으로 퇴행기와 휴지기로 빨리 접어들어 모근 세포의 사멸이 촉진되고 이로 인해 털이 빠진다는 것이 일반화된 이론이다. 따라서 모근 세포에 평가 성분 처리 후 세포의 증식 효과를 보거나 퇴행기의 세포 사멸을 유발하는 자극 조건(예, 남성호르몬 자극)에서 사멸 억제 효과를 확인하는 것이 탈모완화성 분의 우선적인 효능 평가대상으로 볼 수 있다.

 

모근 세포의 세포 사멸을 유도하는 인자를 동정하거나 VEGF, TGF-ß 등의 유전자 발현 조절능은 부가 데이터로는 가치가 있으나 효력 평가법에 있어서 주요 타깃으로 보기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 모근세포의 성장 신호전달 단백질인 Wnt/ß-catenin 기전 규명도 탈모완화 효능 평가법에서는 그리 중요해 보이지 않는다. 왜냐 하면 앞서 말했듯이 중간 과정이야 어쨌건 최종적으로 세포 생존률을 끌어올릴 수 있느냐 없느냐를 검증하는 것이 효능 판단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식약처의 ‘피부미백’ 가이드라인 실험에서 미백 성분의 효능을 검증할 때 멜라닌 형성 과정에 관여하는 다양한 단백질을 검증하는 것 보다 최종 멜라닌 생성량에 중점을 두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결론적으로 기능성 화장품에 이용될 탈모 증상완화 성분의 효능 검증을 위한 방법으로는 모근세포의 활성, 증식, 사멸 억제에 기반한 실험법을 세팅하고 관련 데이터를 가장 먼저 확보하는 것이 보편적이고 논리적이라 판단된다. 물론 메커니즘 분석을 위해 관련 단백질 발현양을 검증하는 등의 깊은 연구는 보조 데이터로 활용해 논문작성이나 실증자료, 특허 등에 더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

 

여유가 된다면 IRB를 거친 연구계획을 통해 탈모가 일어난 두피 조직의 모근세포를 이용해 정상 모근 세포와 비교분석해 생물학적 차이점을 파악하고 효능 성분에 의한 모근 세포 정상화를 검증하는 것도 학술적인 차원에서는 금상첨화라 생각된다. 그러나 탈모증상완화 효능성분 검증을 위해서는 이 모든 데이터가 모근 세포의 생존률 증가 또는 특정 조건 속에서 세포 독성을 지연시키는 데이터가 확보된 이후 의미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탈모 치료는 현 시점에서는 의약품과 시술에 의존해야 하겠지만 기능성 화장품의 꾸준한 사용으로 증상 완화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자신에게 맞고 신뢰할 수 있는 제품 선택이 중요하다. 현재 시판되는 탈모방지 제품 효능 성분으로는 니코틴산아미드, 덱스판테놀, 비오틴, 피리티온아연액, L-멘톨과 살리실산 등이 있으며 최근에는 카페인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따라서 효능 지표성분과 그 작용 기전을 이해하는 것도 현명한 선택에 도움을 줄 것이다.

 

한편, 업계는 효능 성분 발굴과 제품 개발을 위해 모근 세포의 증식과 활성을 중심으로 탈모 발생의 다양한 기초 메커니즘과 약리 효능에 관련된 실증 데이터를 구축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데이터들이 축적되고 실험법이 체계화되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보편적인 세포효력 가이드라인으로 재탄생된다면 막연했던 효능 평가에 길라 잡이가 되어 업계의 연구개발이 활성화되는 선순환이 일어나지 않을까 기대된다.

 

   이창석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약리학교실 이학박사

   (현) 을지대학교 바이오융합대학 미용화장품과학과 조교수

   (현) 한국인체미용예술학괴 화장품분과위원장

   화장품 세포효능평가 자문 및 기업부설 효능연구소 컨설팅

   (전)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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