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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칼럼

[화장품 컬럼] 소셜 미디어와 화장품 산업

강학희 한국콜마 연구원장, 대한화장품학회 회장

[코스인코리아닷컴 강학희 전문위원] 아마존으로 대표되는 유통 플랫폼이 기존 산업계의 질서를 크게 흔들고 있다. 이와 함께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모바일을 기반으로 한 소셜 미디어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우리 사회에 큰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최근 5년 사이에 인터넷 시장은 CAGR(연평균 복합성장률) 25%의 높은 성장률을 보이며 발전하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 30대의 91%가 인터넷 뱅킹을 이용하고 있으며 50대의 경우도 52%가 이용하고 있다. 인터넷과 모바일 기기와 함께 생활하는 지금의 인류를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포노사피엔스(phonosapiens, 스마트폰을 신체의 일부처럼 사용하는 인류)라 부르기도 한다.

 

모바일 세상에 살고 있는 새로운 인류의 특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그들의 욕구와 원하는 것을 알기 어렵고 관련 사업에서 성공하기도 힘들 것이다. 그래서 소셜 미디어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이른바 인디 브랜드, 비디오 크리에이터, 인플루언서 등이 세상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으며 그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바탕으로 브랜드 퇴조, 명문가 퇴색의 기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고객은 브랜드를 보고 상품을 찾지 않고 단품 형태의 상품을 찾는다. 기존 브랜드 제품과 신규 브랜드의 품질에 대한 차이를 크게 느끼지 못하면서 고객은 감성적 품질과 차별화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된다. 재미있고 트렌디(Trendy) 하며 편리성을 중요하게 여길 뿐 아니라 소셜 미디어를 통한 경험 공유를 추구한다.

 

이와 같은 추세는 화장품 시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고객의 관심 대상이 변하면서 요구되는 특성들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신상품의 시장 '인&아웃(in&out)’이 더욱 빨라지고 있다. 매일 새롭게 쏟아지는 다수의 제품들 중 소수의 제품만이 살아남고 많은 제품들이 시장에서 조기 퇴출 되고 있다.

 

이처럼 빠르게 변화되는 시대의 흐름에 기존 대기업들이 신속하게 대응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글로벌 선두 기업은 세상의 빠른 변화를 따라 잡기 위해 emerging start-up을 M/A하거나 지분 참여를 중요한 전략의 축으로 하고 있다. 한국의 신생 브랜드인 카버코리아, 스타일난다의 글로벌 매각과 닥터자르트에 대한 글로벌 기업의 지분 참여 등은 한국 화장품 시장에서의 빠른 변화를 따라 잡기 위한 그들의 결정인 것으로 해석된다.

 

소셜 미디어의 파급력 뿐 아니라 우리를 둘러싼 거시 환경도 국내 화장품 산업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2017년 갑자기 불어 닥친 사드 여파로 국내 화장품 업계가 겪은 어려움이 회복되기도 전에 중국 시장 성장이 둔화되고 있다. 이와 함께 벌어진 미-중 무역 전쟁은 우리 산업의 불확실성을 더 높이고 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새로운 기술과 프로세스 혁신이 절실히 요구된다.

 

세상은 크게 바뀌었고 지금도 계속 바뀌고 있다. 좋은 품질 구현을 위한 기존의 물리 화학적인 제형 측면의 신기술 개발을 지속적으로 해야 하겠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거기에 더해 포노사피엔스의 소비 행동에 맞는 감성적인 신기술 개발이 무엇보다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모바일 기기를 통해 국경과 나이를 초월한 모바일 세상에 살고 있는 ‘그들’에게 신상품의 특성을 제대로 전달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들은 TV나 신문처럼 누구나 볼 수 있고 누구에게나 같은 내용을 전달하는 매체는 보지 않는다. 대신 소셜 미디어를 통해 나의 취향에 맞는 정보를 선택적으로 받아보며 세상과 접촉하고 있다. 신상품과 그들을 연결하기 위한 프로세스 혁신이 매우 중요한 경쟁 요소가 되고 있다.

 

제형 기술과 감성 기술, 그리고 새로운 형태의 프로세스 혁신을 위해서는 해야 할 일이 너무 많고 방대하다. 오픈 이노베이션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이유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로 접어들고 있는 이때에 가장 필요한 것은 개방과 통합을 통한 창조 이다. 이를 위해서는 사람과 사람, 기업과 기업 간의 협업으로 집단지성의 힘을 발휘해야 한다.

 

기술 간의 컨버전스(convergence)가 이뤄져야 하며 이들을 통한 크리에이션(creation)이 이뤄질 때 지금까지 접해 보지 못한 새로운 형태의 제품과 서비스가 만들어질 것이다. 집단지성은 어느 한 업체의 노력이나 의지만으로 실행되기는 어렵다. 브랜드 회사를 비롯해 OEM ODM, 원료 업체, 패키지 업체, 임상 업체 등이 모두 노력해야 더 큰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시대의 가치에 맞춰 대한화장품학회도 2018~2019년 운영 방향을 통합(convergence), 협력(collaboration), 그리고 창의(creation)로 정해 약 850명의 회원 모두가 글로벌 미래 상품 개발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이와 함께 협업을 통해 앞으로 풀어야 할 몇 가지 과제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한다.

 

첫 번째로 기업 협업을 통한 차별화된 화장품 소재 개발이 우선되어야 한다. 대기업과 정부기관은 중소기업에 노하우를 제공하고 협력을 통한 상생 경영의 기반을 마련해 중소기업들이 기술, 원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수입 의존도가 높은 취약한 국내 화장품 소재산업 분야의 산업 기반 활성화를 위해 대기업, 중소기업, 그리고 학계 간에 공동연구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

 

중소기업이 대기업의 제품개발의 초기부터 참여할 수 있도록 해 기술의 고도화를 추진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예를 들어, 자체 기술로 홍삼을 이용한 국산 화장품 원료를 개발할 경우, 인삼 농가와 홍삼 원료 제조업체에 수입과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 더불어 해당 소재에 대한 효능과 작용 메커니즘에 대한 산학연간 공동연구를 촉진시킬수 있다. 이렇게 기업과 기업,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협업을 통해 발생되는 시너지 효과는 대단하다.

 

두 번째는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한 고효율의 R&D 추구이다.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기업 안에서의 연구개발 기반 뿐 아니라 국내외에 존재하는 기업 외부의 연구개발 기반을 활용해 빠르고 효율적인 연구개발 활동을 수행해야 한다. 국내 화장품 산업 기반이 북미나 유럽보다 취약한 상태에서 R&D 투자 총액의 증가는 뒤로 하고서라도 매출 대비 높은 비중의 R&D 투자도 쉽지 않다.

 

따라서 국내 화장품 기업은 속도와 투자대비 실적 측면에서 연구개발 활동의 효율성을 높여가야만 한다. 기업 내에서 모든 것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잘하는 분야이거나 핵심 기술인 경우에는 기업 내의 연구개발 기반을 활용하고 핵심 분야가 아니거나 개발 필요성이 낮은 기술의 경우에는 공동 연구, 위탁연구, 기술도입 등의 다양한 방법을 통해 외부의 연구개발 기반을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국내 화장품 기업의 경쟁력이 부족한 색조 화장품, 헤어케어, 자외선 화장품 등에 있어서는 산학연간 협력을 통해 기술의 발전 속도를 높여야 한다.

 

세 번째로 화장품 기술과 다른 영역 기술의 융합 촉진이 필요하다. 기존의 화장품 기술에 바이오, 한방, 나노, 그리고 정보통신기술 등 새로운 분야를 융합해 새로운 카테고리의 제품과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융합기술은 최근 급속히 발전하는 이종기술 분야와의 융합을 통해 신제품과 서비스를 창출 하거나 기존 제품의 성능을 향상시키는 기술이다.

 

화장품 연구는 최근까지 신소재, 신원료 개발과 효능효과의 극대화에 초점을 맞춰 왔다. 그러나 화장품의 영역이 확대되면서 세포응용 기술부터 전자 피부 미용기기까지 다양한 기술이 화장품의 영역으로 들어와 융합 기술이 새로운 연구테마로 떠오르고 있다.

 

기술융합을 통해 화장품의 효능을 극대화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피부진단을 통한 맞춤형 화장품 개발, 의약기술을 접목한 코스메슈티컬 화장품 개발 등 새로운 카테고리의 제품 개발이 가능하다. 이미 국내의 바이오, 한방과학, 정보통신기술은 세계적인 수준으로 발전해 있다. 이를 화장품 산업에 적용시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낼 수 있다면 국내 화장품 산업에 새로운 경쟁력을 부여할 수 있다.

 

지난 20년간 화장품 산업은 다른 산업에 비해 비교적 높은 성장률을 보여 왔으며 이는 국내 뿐 아니라 세계적인 현상이다. 건강과 미(美)에 대한 사람들의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실제로는 정상에 가까운 건강한 사람도 본인은 정상이 아니라고 여기는 ‘Grey-Zone’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젊은층에서 그 경우가 심하게 나타나고 있다. 아름다움에 대한 기준치가 높아져 충분히 건강하고 아름다운 외모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유명 연예인처럼 더 예쁘고 건강한 상태를 요구한다. 이처럼 건강과 아름다움에 대한 눈높이 상승과 함께 사회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고령화 현상으로 인해 앞으로도 Grey-Zone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한편, 생명과학 기술의 발달과 함께 항노화, look-younger, look-better, second-skin 등의 미래 기술을 개발함으로써 Grey-Zone을 타깃으로 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이유로 미용성형, 다이어트 산업과 함께 화장품 산업은 향후에도 여전히 매력적이고 성장 가능성이 충분한 산업 분야로 전망된다.

 

지난 2017년 10월 서울에서 세계화장품학회(IFSCC) 총회와 학술대회를 개최하면서 우리나라 화장품 산업의 글로벌 존재감을 크게 각인시켰다. 현재 우리나라는 IFSCC 내에서 일본, 미국, 프랑스에 이어 랭킹 4위(논문 수, 학회 회원 수)로 상임이사국의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 또 올해 5월초 칠레에서 개최한 IFSCC 이사회 회의에서도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화장품 기술 수준과 그 위상에 대한 많은 관심이 있었다. 이러한 고무적인 결과가 만들어 지기까지 화장품 관련 언론의 역할 또한 적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중 창간 4주년을 맞이하는 프레그런스저널코리아는 국내 화장품 연구자들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매월 다양한 특집 기사는 물론 국내 소식도 풍성히 담아내 발행하고 있다. 또 매년 수준 높은 다양한 교육과 세미나, 포럼 등을 개최함으로써 선진 기술의 신속한 국내 도입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 이를 통해 국내 화장품 업계, 학계와의 교류 기회도 늘어나 우리나라 화장품 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이렇게 화장품 업체와 학계, 언론 등이 모두 힘을 모아 만든 K-Beauty는 우리 모두의 소중한 자산이다. K-Beauty는 어느 한 업체만의 전유물이 아닌 국가적 차원의 아이덴티티(identity)를 갖는 자산으로 손상되지 않게 해야 한다. 또 그 이미지가 실추되지 않도록 우리 모두 가꾸고 발전시켜야 하는 소명 의식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이러한 우리의 노력이 같은 시대를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을 보다 건강하고 아름답게 지낼 수 있도록 하는 귀한 밑거름이 될것이다.

 

          강학희

          한국콜마 기술연구원장

          대한화장품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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