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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시리즈

[중국 마케팅 돋보기 (23)] ‘차이나는 차이나’ 트레이드 시대 넘어 마케팅 시대로

또 다른 차이나(差異那), 이병효 박사의 중국 이야기2

 

동북아시아에서 한국과 중국의 상호 간 협력과 경쟁을 날로 증가하고 있고 한중 간 정치, 경제, 사회 등 제반 관계 또 복잡하고 밀접하게 변화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사드 배치의 영향으로 한중 간 제반 관계가 정체된 시기도 있었지만 한국의 정권교체와 북한의 비핵화 움직임 등이 맞물려 중국과의 관계도 또다시 변화하고 있다. 1995년부터 20여 년을 중국에서 비즈니스를 진행한 김창용 사임당화장품 전무는 그동안 체득한 경험들을 시리즈로 공유하는 시간을 갖는다. 지난 한중 관계를 되새겨 보고 이를 통해 향후 화장품 업계가 나가야 할 방향을 제시할 예정이다. <편집자 주>

 

[코스인코리아닷컴 김창용 편집위원] 화장품 업계 간에 중국 내에서도 건전한 경쟁은 필요하다. 한국에서처럼 화장품 업계의 관계 형성이 되지 않아서인지 몰라도 너무 동종 업계 간에 무관심하다. 한국에서 화장품 업계는 너무 좁다. 한 다리 건너면 다 아는 인물들이다. 그래서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착하게 살아야 한다. 젊음, 나이, 패기 하나로 살아가다 돌이켜 보건대 그 얼마나 후안무치하고 건방지게 살았던가?

 

한국인은 한국인을 도와야

 

화장품 업계 생활 20년이 훌쩍 지나는 지금 시점에 고스란히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있다. 젊은 친구들은 그런 상황을 잘 모르는 것 같다. 그래서 지천명이 지난 나이에 화장품 업계에 있는 젊은 친구들에게 조언한다. 항상 착하게 살라고 말이다.

 

아무튼 다시 중국 시절로 이야기를 되돌리면 화장품 업계의 경쟁업체에 있는 사람들을 만나면 그냥 웃는 얼굴에 인사 한 번 하고 그만이다. 얼마나 후회가 되는지 모른다. 비록 경쟁업체지만 서로 돕고 살아야 하는 외국 비즈니스 처지인데 얼마나 많은 부귀영화를 누리려고 비밀이네, 보안이네, 너 죽고 나 살아야 하네 하는, 그런 창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 국내의 전자업체 쌍두마차인 L전자가 선두급인 S전자의 해외 전시장에서 데모 제품을 파손해 법적 다툼으로 번졌고 결국 책임을 지게 된 판결 소식이 있었다. 정말 창피한 민족이라고 생각한다. 이래서 아직도 세계에서 분단국가로 남아 있는 민족이 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넓은 세상에서 싸워야 할 글로벌 경쟁사가 얼마나 많은데 우리끼리 치고받는단 말인가?

 

중국 화장품 업계는 많이 성장하고 있다. 국내 화장품 브랜드사는 물론 내가 몸담았던 ODM 업체들도 속속들이 중국으로 건너가고 있다. 내가 다시 중국에 근무하게 된다면 화장품 업계 소속원들의 준거 집단을 하나 만들고 싶은 욕심이다. 개인적으로 명예를 얻고자 함이 절대 아니다. 우리나라 화장품 업계의 발전을 위해서 밀알이 되고 싶은 생각이다. 물론 무보수로 일을 해보고 싶은데, 그저 소속된 회사에서 적극적으로 밀어주기만을 바랄 뿐이다.

 

중국 전역의 대표 회의체를 구성하고 지역별로 지역 회의체를 구성해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상생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싶다. 건전한 경쟁을 하면서도 서로가 발전할 수 있는 장이 될 것이다. 특히 한중 FTA의 관점에서 화장품 업계의 목소리를 대한화장품협회를 대신해서 내거나 제안할 수 있는 방법들도 좋은 활동안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욕심이 난다면 한국무역협회와의 연대도 형성해 정보교류와 투자유치, 사업지원, 금융지원, 인력지원 등 여러 가지로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내가 존경하는 김창용 선배와 함께하면 더욱 좋을 것이다. 뜻이 있기에 언젠가 중국에서 화장품 비지니스를 지원하는 컨설턴트 역할도 해 보고 싶다.

 

중국 북경에 지사를 두고 있는 한국 H제약에서는 화장품 사업을 신규 비즈니스 모델로 구현하고 사업을 시작했다. 당시 내가 몸담고 있던 K사, 그리고 경쟁사인 C사 등에 샘플 개발을 의뢰하며 화장품 사업을 전개하는 단계였다. 그런데 웃기는 것은 두 회사를 놓고 갈등을 야기하며 단가 경쟁을 유도하는 행위였다. 물론 H제약으로서는 당연한 패턴이지만 결국 두 회사는 향후 수주 볼륨이 커질 때에 견적을 변경한다는 문서 약속을 받고 적자 수준의 견적으로 수주를 받아 울며 겨자먹기로 제품 공급을 했다.

 

얼마나 얄미운 행위인가? 이제 막 시작하는 화장품 업체들에게 힘을 실어 주지는 못할망정 H제약의 이익만을 위해서 한 행동이 보기 좋지는 않았다. 해외 사업에서는 한국인이 한국인을 도와야 한다. 내가 경험한 진리다. 그래야 함께 살 수 있다. 그렇게 하지 않아도 영원히 혼자 살 것 같지만, 절대 혼자서 독야청청할 수 없음을 알게 될 것이다. 함께할 동료가 없는가? 주위를 둘러 보면 많이 있다. 그것도 아주 많이 있다.

 

 

한국인보다 급한 중국인

 

한국인을 한마디로 대변하는 단어가 ‘빨리빨리’다. 반면에 중국인을 ‘만만디’라고 부르면서 한국인과 대비되는 모습으로 표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14억 인구의 중국인을 단 한마디로 만만디로 표현하는 것은 잘못된 판단으로 보인다. 보통 북방 민족과 남방 민족의 차이가 있다. 그래서 대개 남방 민족이 여유로운 성격을 보유하고 있다고 하지만 전혀 그렇지가 않았다. 특히 내가 중국 주재원으로 근무하면서 느낀 중국인은 그렇다. 더군다나 사업과 연계된 패턴에서는 더욱더 그러했다.

 

중국 광동에 B고객의 C동사장은 날씨가 덥고 습한 지역에서 자란 중국임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빠른 사람이었다. 신상품을 함께 출시하면서 서로를 처음 알게 된 사람이었다. 화장품을 전혀 취급하지 않고 전자업종 사업체를 운영했던 45세의 젊은 사장이었는데, 모아 둔 재산은 대단히 많았다. 아마 4년 전에 부동산을 포함해 우리나라 돈으로 1,200억원 정도 자산이 있었으니 지금은 훨씬 많아졌을 것으로 예상한다.

 

C사장은 신규 사업의 촉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온라인을 통한 화장품 사업에 눈을 떠 한국 화장품 제조사가 제조한 화장품을 중국에 직접 유통하고 싶어 했다. 이유는 중국 화장품 제조를 믿지 못했고 당시에는 한국 화장품의 인기가 하늘을 찌를 정도였으니 당연한 판단이었을지도 모른다. 중국에서 화장품의 메카라 하면 광주와 상해인데, 광주 사람이 광주지역의 중국 화장품 제조공장의 품질을 신뢰하지 못할 정도니 대단히 냉철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북경에 소재한 제조 공장을 한 달에 2∼3번씩은 비행기를 타고 오가면서 제품개발 단계부터 챙기기 시작했다. C사장은 전자업종을 포함한 사업 아이템 3가지 중 이제 막 시작한 화장품을 실무자에게 맡겨 둔 위치임에도 불구하고 대단한 열정을 보였다.

 

화장품 내용물 샘플을 10번 정도 제공했던 것 같다. 나는 이렇게까지 오랫동안 샘플을 요구할지 몰랐다. 중간에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집요하고 깐깐했으며 철저했다. 아니, 긍정적으로 평가하면 정말 배울 점이 많은 중국인이었다. 샘플 제공 후 바로 다음날, 제공된 샘플의 좋은 점과 개선점 등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메일과 더불어 전화를 해서 수정 요청을 했다. 정확히 언제쯤 개선 샘플이 나오는지 시간을 알려 주어야 했고 약속 시간이 지나기 전 연락을 통해 약속 이행을 확인했으며 약속 당일에 샘플이 제공되지 않으면 겸손하면서도 냉정하게 추가 소요 기일을 확인했다. 이젠 사뭇 두렵게까지 다가서는 고객사 동사장이 됐다.

 

이런저런 과정 끝에 용기까지 선정돼 양산품이 출시됐을 때, 그 홀가분함이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아마도 중국 주재원 생활을 하면서 접한 고객사 중 가장 많은 연락과 미팅을 했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이런 중국인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오히려 이렇게까지 철저히 확인하거나 연락하지 않은 중국인들조차도 어느 날, 마음먹고 내가 몸담았던 한국 화장품 제조사인 K사를 경쟁사와 비교해 대놓고 욕을 하는 것이었다. 그동안 큰 불평이 없어 적당히 대해도 될 고객사로 판단했던 것이 큰 오판이었다. 조목조목 약속된 일정과 지키지 않았던 점, 시간이 지연된 것에 대한 고객사의 엄청난(?) 피해를 현실과 괴리감이 나지 않게 비판했다. 물론 앞으로 그렇게 하지 말라는 웃으면서 던지는 무시무시한 상거래상의 협박으로 다가온 것은 숨길 수가 없었다.

 

공통적으로 중국 화장품 사업을 접한 고객들은 시간에 대한 철저함을 가장 먼저 요구했다. 그것도 합리적인 시간이 아니라 무리수를 둔 시간이라는 점이 큰 부담감이었다. 추가적인 예를 들면, 중국 화장품 부자재가 엉망임에도 불구하고 고객사는 화장품 부자재가 제조공장에 입고되는 시점으로부터 정확히 2주 만에 자신들의 창고에 완성품이 도착하기를 원하는 것이다. 전혀 앞뒤 가리지 않고 요청하기 때문에 납기 일정을 설득하기가 가장 힘이 드는 일이었다. 결국 만들어만 주면 다 팔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인지 모르지만, 아무튼 중국 사업가들의 부지런함은 한국인과 견주어도 전혀 뒤지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배워야 할 사항이 아닌가?

 

         김창용 사임당화장품 전무

프로필

(전) 뷰티화장품 부사장, 토니모리 해외사업 부문장, 한국무역협회 해외 마케팅 자문위원, 코리아나화장품 중국 천진법인 총경리, 웰코스 화장품사업부 이사, 아모레퍼시픽 중국 심양법인 총경리, 아모레퍼시픽 중국지역 연수(중국 강소성 쑤저우대학), 아모레퍼시픽 영업부문, 마케팅부문, 기획부문

 

이병효 박사

 

광운대 국제통상학과, 서강대 MBA 마케팅전공(석사), 서울벤처대학원 경영학전공(박사), 아모레퍼시픽 인재원, 마케팅, 영업 등을 두루 섭렵, 화장품 ODM 기업의 국내, 중국 영업·마케팅 임원 역임, 풀무원 더스킨 사업부장 역임, 뉴앤뉴 화장품 ODM 임원 재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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