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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칼럼

[화장품 컬럼] 화장품 회사로 살아남기

최완 빅디테일 대표이사

지금 이 순간에도 최고의 성과를 만들어 가고 있는 화장품 기업들에게는 우선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다수 기업들이 급변하는 유통환경 속에 이미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있는 것도 사실이다. 살아남을 걱정을 해야 하는 것이다.

 

'공급이 스스로 수요를 창출한다'고 경제학자들 조차 믿던 시대가 있었다. 이를 고전학파 경제학자의 이름을 따 세이의 법칙(Say’s law)이라고 하는데, 케인즈(Keynes)가 그렇게 부르기 전까지는 시장의 법칙(law of markets)이라고 통용됐다. '만들면 팔린다'는 것이 시장의 법칙이라니! 물론 개별시장이 아닌 경제 전반을 설명하는 개념이긴 했지만 지금 우리가 느끼는 치열함과는 거리가 있다. 오늘날의 화장품 시장이 그렇게 평화로우면 얼마나 좋을까.

 

1929년 미국 대공황(The Great Depression) 이후 세이의 법칙은 깨졌다. 수요가 공급을 따라 주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재앙이 발생했던 것이다. 대규모의 폐업과 실업이 이어졌다. 이후 케인즈는 총 공급보다 총 수요가 경제 전반의 핵심변수라고 주장했다. 맞는 말 같다. 사줄 사람이 있어야 만드는 게 의미가 있지.

 

대한민국에 화장품 기업 1만개 시대가 도래했다. 2017년 화장품 제조판매업체, 제조업체의 수가 1만개, 2천개를 넘어섰다. 2018년 11월 현재는 12,100개, 2,200개이다. 2012년에는 화장품 제조판매업체와 제조업체가 각각 823개, 477개였다. 무려 12배와 4배로 그 숫자가 늘어났다. 6년 동안 대한민국 화장품 업계가 얼마나 뜨겁게 달려왔을지 짐작할 수 있다. 마치 용광로와도 같은 열기였던 것이다.

 

국내 소비자들의 화장품에 대한 관심도 이전 보다 커졌고 이에 부응하여 수많은 업체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로 기존에 없던 유형의 제품들도 내놓고 하면서 총수요의 크기가 커졌다. 그 덕에 2012년에 7조원이었던 생산실적이 매년 두 자릿수 이상의 성장률을 보이며 2017년에는 13조원 으로 늘었다. 2016년에는 처음으로 20%가 넘는 성장률을 보이기도 했다.

 

K-Beauty의 빠른 성장은 한국인 특유의 창의 력과 다이나믹함이 원동력이었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K-Pop, K-Drama의 인기, 중국 시장의 폭발력이 더해지고 패션업계의 SPA 브랜드와 맞먹는 스피드가 받쳐주면서 이러한 성장이 가능하게 됐다. 대한민국에서 사업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화장품 산업을 눈여겨보게 되었고 실제로 많은 신규사업자들이 탄생한 것이다. 여러해 전에 집집마다 초고속 인터넷망이 깔리던 시절 만큼의 속도다.

 

하지만 이전에 누구도 경험해 보지 못한 빠른 성장의 후유증도 크다. 채 검증이 끝나지 않은 제품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한국 화장품의 평판을 깎아먹는 일도 생기고 시장에 제품이 넘쳐나다 보니 고객들의 피로감도 커지고 있다. 경쟁의 치열함을 핑계로 남의 아이디어 베끼는 것에도 거리낌 없는 사람들이 많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화장품이 잘된다고 하니 만들면 어디로든 팔리겠지” 하고 막연하게 사업 시작한 분들이 많다는 거다.

 

믿었던 중국 시장마저 불확실성을 보이면서 소규모 신생 기업들이 설 자리가 없다. 포스트 차이나 찾기에 모두가 바쁘다. 화장품 회사가 1만개 라지만 상위 20개 기업의 시장점유율이 80%에 육박하고 나머지 기업들이 20% 시장을 쪼개먹고 있는 상황이다. 생산실적 10억 미만의 기업이 90%를 넘는다.

 

이 글을 쓰고 있는 필자를 포함해 주변의 많은 분들이 살아남기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 급변 하는 시대에 물밑 오리발 젓기가 무척 바쁘고 힘겹다. 2011년 말에 화장품 전문 마케팅&유통 에이전시를 설립한 이후로 많은 화장품 사업가들을 만났다. 큰 회사에 다닐 때는 미처 몰랐다. 작은 규모의 화장품 회사를 운영하는 분들이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하는지. 불확실한 하루하루 속에 버텨내기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1850년대 골드러시 시대의 실패한 광부들처럼 되지는 말았으면 한다. 근면함만으로 성공하기도 어려운 시대다. 전략 없이 사업 하다간 OEM 회사, 용기 회사, 대행사들에게 좋은 일만 시켜주고 망하기 십상이다. 많은 신생기업들이 이런 실패를 한다. 초기에 매출이 발생했어도 브랜드를 다지지 못해 소멸하거나 브랜드 정의는 잘 했는데 매출로 가는 실행력이 약해 소멸한다. 결국 성과를 만들어내야 착한 기업도 될 수 있고 위대한 기업도 될 수 있다.

 

오랫동안 대기업에 있다 작은 기업을 시작해 보니 농사짓다 전쟁터에 나간 느낌이었다. “세상이 이런 것이구나” 싶기도 하고, “더 늦게 시작했 다면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스스 로의 모자람에 머리통을 치기도 했다. 오늘도 치열하게 생존을 고민하고 브랜드의 미래를 그리고 있을 화장품 업계 임직원 분들에게 동지로서 격려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1만 여개 중 많은 기업들이 실패를 겪고 사라 져갈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일하며 발산한 에너 지는 귀한 영양분으로 남아 우리나라 화장품 산업에 힘을 보태리라 본다. 한번 달아오른 용광로는 쉽게 꺼지지 않는 법이다. 다만 내 기업이 거름이 될 것인가, 나무가 될 것인가 하는 것은 중요한 문제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들은 거름 말고 나무가 되기를 희망한다.

 

용광로 아니라 고깃집 숯불이라 해도 삼겹살 기름만 간간이 떨어져준다면 오랫동안 화력을 유지한다. 6년 동안 달궈진 대한민국 화장품 업계가 갑자기 한순간에 싹 식지는 않을 것이다. 유수한 기업들의 실적이 부진하고 회생절차를 밟는 기업이 생기는 등 우울한 소식이 들려오지만 이 순간 에도 절박한 심정으로 뇌를 달구고 있는 많은 분들의 에너지는 반드시 모여서 화장품 업계의 양적, 질적 성장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확신한다.

 

위기의 순간 누군가는 항상 새로운 기회를 발견해 왔다. 패션업계 SPA의 방식이 몇 년간 업계를 역동적으로 키워왔다. 또다른 신통방통한 아이디어와 끈기로 우리 모두 살아남고 더 높은 곳으로 가야 한다.

 

혁신. 지금이야말로 ‘혁신적 사고’가 필요한 때다. 국내 화장품 업계를 리드하고 있는 업체들을그 자리에 서게 한 것은 혁신적 발상의 신제품 또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었다. 학급에서 20등 하다가 잠을 줄이고 집중력을 높여 5등까지 단숨에 올라온 학생이 있다고 치자. 이 친구가 1등이 되기 위해서는 또는 그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직전까지와는 다른 공부 전략이 필요할 것이다. 혁신적 사고와 기민함으로 살아남자. 2019년에도 모두 화이팅이다.

 

          최완

          빅디테일 대표이사 제주레시피 화장품 ‘오린비(www.orinbe.
          com)’ 운영, 아모레퍼시픽 마케팅 사업부장, 대구한의대학교

          화장품공학부 교수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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